서울 명동성당에 오르다 보면 누구보다 먼저 두 팔을 벌려 우리를 반겨 맞아주는 예수상이 눈에 띈다. 이 예수상은 명동본당 신자들뿐만 아니라 명동성당을 찾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성상 역시 처음 세워질 당시에 예수님의 현대적 이미지 때문에 약간의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80년대 초반 명동성당이 보수공사를 거의 끝내고 성당 앞마당에 새로운 예수상을 세우게 되자 몇몇 신자들 사이에서는 “성당의 고딕건물에 비춰 너무 현대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 이 성상이 어울리지 않는다” 등의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축복식이 거행된 날, 직접 주례에 나선 김수환 추기경은 이러한 신자들의 반응을 일축하면서 “지금까지 틀에 박힌 예수상이 눈에 익은 신자들에게는 이 성상이 이상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오랜시간 자꾸 바라보고 기도하다 보면 이 성상의 예수님이 간직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추기경의 강론대로 현재 이 두 팔 벌린 예수상은 명동성당의 가장 대표적인 성상으로 자리 잡으며 많은 신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이러한 경험은 비단 명동성당의 예수상만이 겪은 것은 아니다. 아예 어떤 본당에서는 새로 만들어진 성상이 교회 밖으로 밀려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명동성당의 예수상을 직접 제작한 조각가는 “교회미술이 갖춰야 될 고도의 정신세계를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여 제작했지만 ‘모르는 대중’으로부터 비난을 받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설명하면서 “한번 ‘당한’ 미술가들은 교회미술을 회피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교회미술의 발전과 쇄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회미술에 대한 성직자들의 이해와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성직자들이 교회미술에 대한 넓은 안목을 가지고 좋은 성상 및 회화 등 미술품 등을 지원할 때 ‘상품으로서의 교회미술’이 사라지고 사람들의 심성을 정화시키는 ‘예술작품으로서의 교회미술’이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게 교회미술가의 공통적인 견해다.
따라서 신학교 교과과정 중에 ‘교회 조형물과 건축사’에 관련된 교과과정을 개설하는 등 교회미술에 관한 성직자들의 교육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장익 신부(서울 세종로본당)는 “교회미술의 경우 성직자들의 인식변환뿐만 아니라 종교가 가진 정신세계를 조형물로 표현하는 예술가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그러나 현재 교회와 가톨릭 미술가간의 연계가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연계의 부족은 교회와 미술가들 간의 다리역할이 없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이지만 ‘가격이 비싸다’ ‘고집이 세다’ 등 교회미술가들에 대한 잘못된 편견도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 신부는 “진정한 교회미술의 중요성이 제대로 알려지는 교회풍토와 미술작가들의 창작활동에 대한 이해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교회미술의 발전과 쇄신을 위해서는 성직자들의 이해와 더불어 신자들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교회미술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
19세기 이후 예술가들이 모두 떠나버리고 난 후 퇴락한 프랑스의 교회미술이 한국 천주교 도입과 더불어 대거 들어오게 되었고 지금까지 이러한 성상과 성물들에 익숙해진 대부분의 신자들은 새로운 모습의 성상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성상이나 회화에 표현된 예수님이나 성모님을 ‘상징’이 아닌 ‘존재 그 자체’로 생각하는 잘못된 인식이 좋은 교회미술품들을 교회 밖으로 내모는 경우를 만들기도 한다.
현재 신자들의 신앙활동에 도움을 주는 ‘작품으로서의 교회미술품’을 널리 보급하는 등 교회미술의 쇄신을 위해서는 교회 안에 미술, 음악, 문화 등을 관장하는 문화담당 부서가 마련, 신자들의 교육은 물론 교회미술의 토착화 및 발전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극 대두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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