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사회복음화국 2018 봉사수기 공모 수상작] 우연히 찾아온 ‘행복의 비밀’(상) / 김주석
주일학교 교사 10년, 내가 아이들을 사랑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내 말을 듣게 하려고 아이들을 다그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구 사회복음화국(국장 김창해 신부)은 2018 자원봉사자의 날을 맞아 봉사수기를 공모하고 우수작을 시상했다. 이번 봉사수기 공모에서 선정된 우수작을 지면을 통해 전한다.
미사시간에 우연히 발견한 ‘봉사수기 포스터’. 쓸까 말까를 여러 번 고민을 하다가 전에 행복한집 봉사에 투고를 한 글을 조금 수정해서 보내도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런데 며칠까지더라 라고 생각한 오늘. 바로 오늘이 마감입니다. 하, 이런! 작가들의 고민을 이번 기회에 알게 됐습니다. 기본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다곤 하지만 갑작스럽게 마감을 해서 보내야 한다는 마음에 잘 할 수 있을까? 아니 괜히 한다고 했나? 스스로에게 다시 한 번 묻게 됐습니다.
그렇지만 봉사라는 것이 나뿐만 아니라 사회전체를 아름답게 만든다는 소신과 좋은 추억과 여러 가지 기쁨을 혼자만 안다는 건 미사 후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에 응답한 저희의 자세가 아닌 것 같아 열심히 마감을 해보려고 합니다.
봉사에 대해 적어보자니, 먼저 봉사의 사전적 의미는 무엇일까? 한번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봉사의 사전적 뜻은 ‘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하여 자신을 돌보지 아니하고 힘을 바쳐 애씀’이라고 나옵니다. 그렇다면 종교적인 의미에서의 봉사는 무엇일까요? 고민하다 인터넷 굿뉴스를 찾아보았습니다. 찾아보니 성경에도 잘 나와 있었네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하나는 하느님에 대한 봉사를 말하고, 또 하나는 이웃에 대한 봉사를 말합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마태 22,37)는 말씀에서 나오듯이 교회에서의 봉사는 사랑을 실천하라는 것이지요. 이웃에 대한 봉사는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마태 22,39)는 말씀으로 간단히 표현되는데 아마도 십계명의 대부분은 이 말씀에서 비롯되지 않나 싶습니다.
이렇게 봉사에 대해서 한번 알아보았지만 사실 제가 생각하는 봉사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봉사를 왜하는가? 어쩌면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투자일 수도 있고 ‘하느님 보시기에 좋았다’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만족일 수도 있지만 나눔을 통해 얻는 기쁨이 더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나 혼자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니까요. 그렇다면 봉사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어려우시다면 저의 작은 경험담이 여러분을 봉사로 이끄는 또 다른 행복의 여정이 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저는 사실 12년이란 시간동안 오산본당 중고등부 주일학교 교사로 봉사를 했기 때문에 특별히 가톨릭의 다른 봉사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갖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주일학교 봉사라는 것이 사실 거의 매주를 성당에서 살다시피 해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내가 하느님의 일을 한다는 왕직에 대한 사명감이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그렇지만 사실 그때 가능했던 것은 그냥 중고등부 학생들을 사랑했고 그 시간을 즐거워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또 저에게도 중고등부 때의 좋은 추억이 한 편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다시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컸을 겁니다.
그렇게 10년이 지난 어느 때인가 내가 아이들을 사랑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편하게 하기 위해 아이들이 내말을 듣게 하려고 다그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나를 위한 투자를 하고 결혼도 해야겠구나 하면서 교사를 그만두게 됐습니다. 봉사의 참뜻을 잃어버렸던 것이지요.
그렇게 주일학교 교사라는 봉사를 손에 놓을 때 쯤 또 주님께서 불러주셔서 우연한 기회에 청년 성경공부를 하게 됐습니다. 그 공부를 계기로 다시 새로운 봉사인 교구 청년성서에서 봉사를 하게 됐습니다. 30대 중후반이 적은 나이는 아니었지만, 그곳에서 또 다른 기쁨과 행복을 느낄 수 있었고 말씀 가운데 하나 되는 청년들의 모습 속에서 또 새로운 봉사의 끈을 발견하게 됐지요.
그런데 더욱 감사한 것은 그렇게 교구 청년성서 봉사를 또다시 4년 정도하게 됐을 때쯤 아내이자 이곳 ‘행복한 집’을 알게 해준 저의 인연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많아지자 자연스럽게 청년성서 봉사는 그만두게 되고 다시 새로운 봉사인 ‘행복한 집’에서의 주방청소봉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봉사의 끈을 놓고 싶다고 생각하면 새로운 봉사를 하게 되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사실 ‘행복한 집’은 요안나가 수정동본당 청년회장일 때 봉사를 시작한 곳인데, 성당봉사가 끝나고도 남동생인 시몬과 둘이서 봉사를 이어오던 곳이었죠. 그래서 조금은 어렵지 않게 행복한 집과의 인연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우연히 시작된 인연은 벌써 내년이면 9년째를 맞이하게 됩니다.
<다음 주에 계속>
※편집 사정으로 이번 주 '신앙에세이'와 '밀알 하나'는 쉽니다.
김주석 (비오·제1대리구 오산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