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의 집 지구를 위한 교회의 역할 (상) 교회 환경운동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창조질서 보전은 신앙인 의무… 환경운동에 동참해야 합니다
1990년대 들어 교회 환경운동 본격화
생활 속 실천 운동·캠페인 등 펼쳐
생태 영성 교육·교육 통한 연대 중요
본당 조직 안에 환경 운동 뿌리 내려야
지난해 9월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생태탐방’ 참가자들이 강원도 대암산 용늪 탐방로를 걷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기록적 폭염과 한파, 숨을 쉬기 어렵게 만드는 미세먼지. 눈에 보이는 변화들은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한다. 환경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 또한 날이 갈수록 높아진다. 하느님의 창조질서 보전을 소리 높여 외치면서도 정작 교회 구성원들의 생태적 회심은 오히려 사회 전반의 변화보다도 뒤처진 것은 아닐까?
생태영성의 명확한 신학적 기반을 마련하며 교회 내 환경운동에도 새로운 계기를 마련한 「찬미받으소서」 반포 이후 어느덧 3년이 지났다. 그동안 우리는 ‘환경 문제는 곧 신앙의 문제’임을 개개인의 구체적 삶의 자리 안에서, 우리의 신앙 공동체 안에서 얼마나 잘 받아들이고 실천하고 있을까?
‘공동의 집 지구를 위한 교회의 역할’ 기획은 교회 환경운동의 오늘을 짚고, 이웃종교의 환경운동을 돌아봄으로써 우리가 나아가야 할 ‘생태적 삶을 사는 교회 공동체’의 모습을 환기하고자 한다.
■ 다가온 생태위기, 교회의 각성
“그리스도인들은 생태계 문제를 해결하도록 부름받고 있습니다. 피조물 안에서의 자기 책임은 물론 자연과 하느님께 대한 의무는 신앙의 본질적 부분입니다. 모든 사람을 위해 건강한 환경을 보전하려는 신앙인들의 투신은 창조주 하느님께 대한 신앙에서 직접 뻗쳐 나오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환경을 보전하는 것은 하느님의 직접적인 요청이며, 신앙인의 의무’라는 말이다. 역시 「찬미받으소서」의 한 구절일까? 아니다. 1990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발표한 세계 평화의 날 담화문 ‘창조주 하느님과 함께하는 평화, 모든 피조물들과 함께하는 평화’에서 인용한 부분이다. 이 담화는 한국교회가 생태환경 문제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1991년 6월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가 개최한 ‘창조질서 보전 및 완성을 위한 공청회’에서 당시 고(故) 김수환 추기경은 “현대 세계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자연 파괴”라며 “근본적 원인은 인간의 오만과 탐욕에 있으며 해결책도 거기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인간의 탐욕이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으며 신앙인들은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보전해야 한다는 공감대와 교회의 지지는 1990년대 들어 본격화됐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에 ‘환경보전처’가 설립됐고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도 환경보전 부서가 발족됐다. 환경보전 부서 산하에는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진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이 ‘하늘땅물벗’ 모임을 구성해 교회 내 환경운동 실천과 방향에 대한 본격적인 모색을 시작했다.
대구대교구 월배본당에서는 당시 본당 주임 정홍규 신부가 주축이 된 한국 천주교 최초의 환경운동단체 ‘푸른 평화’가 ‘지구 살림에 투신하는 생명운동’을 목표로 활동을 시작했다.
1992년 교회 내외 환경 단체들이 모여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나눈 ‘푸르름을 만드는 잔치’ 모습.
■ 면면히 이어진 흐름 속에 부딪힌 한계
1990년대에 시작된 교회 내 환경운동의 흐름은 2000년대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가 전개한 ‘즐거운 불편’ 운동으로 대표되는 생활 속 실천 운동과 새만금 개발 반대, 한반도 대운하 반대 운동 등의 생태 보전 활동으로 꾸준히 이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흐름들이 교회 전체의 목소리로 확대되지 못하고 모든 신앙인들의 구체적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아쉬움도 컸다.
‘푸른 평화’ 활동을 주도했던 대구대교구 정홍규 신부는 ‘한국 가톨릭교회의 생태의식과 실천모델 연구’를 주제로 발표한 논문에서 “교회의 환경운동은 조직과 기본적 틀 없이 시작됨으로써 실천적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고 돌아봤다. 더불어 “본당 조직을 이끌어가는 사목자들의 생태신학 지식이 부족하고, 신자들의 전문적이고 지속적인 생태교육이 없는 상황에서 교회 안의 환경 운동은 지속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한편 환경파괴 현안에 대해 한국교회 차원의 참여가 소극적이었다는 비판도 있다.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맹주형(아우구스티노) 연대팀장은 교회 밖은 물론 교황청의 환경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발언과 참여에 비해 한국교회 차원의 참여는 여전히 ‘사후 참여’의 성격이 강하다고 말한다. 특히 “생태계 파괴 상황과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교회가 주도적인 역할과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 교회 환경운동,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서울대교구 최초의 ‘환경 전담’ 사제로 교회 환경사목의 역사를 함께한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연구위원 이재돈 신부는 교회 안의 환경운동은 “처음 한국교회 차원의 환경운동이 태동한 1991년부터 27년의 역사가 있지만 이제야말로 진짜 시작”이라고 말한다.
「찬미받으소서」 회칙 반포 후 새롭게 마련된 교회 내 생태환경 운동의 장에서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 위원장으로서 이재돈 신부가 가장 주력한 활동은 생태사도직 단체 ‘하늘땅물벗’의 설립과 확산이다. 교회 안의 환경운동이 본당 조직 안에 뿌리내리지 못하면 교회 전체의 생태적 회심과 구체적 실천으로 자리잡지 못한다는 통찰 때문이다.
지난달 설립 2주년을 맞은 하늘땅물벗은 2016년 10월 설립돼 2017년 2월 교구 공식 인준을 받았다. 현재는 본당과 학교 단위의 7개 단체가 활동 중이고 설립을 준비하는 본당들도 여럿 있다.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의 목표는 어느 교구 어느 본당을 가도 활발히 활동하는 레지오 마리애처럼 모든 본당에 하늘땅물벗이 설립되는 것이다. 제주교구와 인천교구 등 다른 교구에서도 설립과 인준을 준비 중이다.
맹주형 연대팀장 또한 “생태적 삶을 살아가는 지역과 본당의 작은 풀뿌리 조직과 모임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크고 작은 생태사도직 활동이 모든 신자들의 삶 속에 머물게 될 때, 비로소 환경 문제는 곧 신앙의 문제임을 우리 교회 공동체가 진정으로 내면화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6년 10월 열린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 생태사도직 단체 ‘하늘땅물벗’ 창립대회 참석자들이 선서문을 낭독하고 있다.
■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하는 교육과 연대
교회 내 환경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공동의 집 지구를 위한 교회의 역할은 지속적인 교육과 본당 단위의 풀뿌리 조직 결성이다.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 위원장 백종연 신부 또한 “생태 영성 교육과, 교육을 통한 지속적인 연대를 도모하는 것”이 환경 사목의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는 에코포럼, 생태영성학교 등을 통한 생태적 회심과 묵상의 기회를 제공한다. 더불어 교육을 수료한 신자들이 각자의 본당에서 하늘땅물벗 등의 활동을 이끄는 생태사도가 되도록 지속적인 교육과 연대로 지원할 계획이다.
백 신부는 “하느님이 창조하신 우리 공동의 집을 지키는 것은 ‘습관을 바꾸기 위한 모두의 투쟁’일 것”이라고 말한다. 환경 파괴 현장에서의 투쟁은 소수의 활동가들이 이끌어갈 수 있지만 습관을 바꾸는 투쟁은 결코 한두 명의 몫이 아니다. 때때로 가장 큰 변화는 가장 작은 실천 속에 일어난다. 교회 안의 환경운동 또한 마찬가지가 아닐까?
정다빈 기자 melani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