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안토니우스의 생애는 아타나시우스가 쓴 「안토니우스 전기」를 통해 자세히 전해지고 있다. 안토니우스는 251년경에 중부 이집트 헤라클레오폴리스의 부유한 그리스도신자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어릴 때부터 은둔자처럼 살았다. 20세 되던 해에 부모가 사망하였는데, 하루는 부자청년에 관한 복음말씀을 듣고 주님께 자신을 온전히 봉헌할 결심을 하였다. 그는 우선 자기에게 남겨진 유산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준 다음 한적한 곳에 가서 은수자의 지도를 받으며 은수생활을 시작하였다. 그 다음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의 산기슭에 있는 빈무덤 동굴에 거처를 잡고 15년간 엄격한 은수생활을 하였다. 그는 자신의 노동으로 먹을 것을 얻었으며 끊임없이 기도하고 성경독서에 전념하였다. 디오끌레씨아누스와 막시미아누스 황제의 박해 동안 그는 순교할 원의를 갖고 알렉산드리아에 가서 사형선고를 받은 신자들을 도와주기도 하였다. 그 후 이집트사막의 피스피르에 가서 폐허가 된 옛 성터에서 20년간 생활하였다. 이때 많은 사람들이 그의 뛰어난 성덕과 수많은 기적에 관한 소문을 듣고 찾아와서 그의 제자가 되고자 하였다. 이렇게 해서 은수자들의 집단이 여러 곳에 생겨났으며, 그 중에 니뜨리아와 쉐띠 집단이 유명하다. 이 은수자들은 공동체를 이루어 생활을 한 것이 아니라 각자 움막에서 살면서 주일이나 축일에 성체성사를 거행하고 영적 스승인 안토니우스로부터 지도를 받았다. 그러나 안토니우스는 독수도자(獨修道者)의 삶을 충실히 하기 위해 멀리 홍해 근처에 있는 콜짐에 가서 생활하였다. 그는 아리우스 이단자들을 대항하여 정통교리를 옹호해 달라는 아타나시우스 주교의 청을 받고 두 번째로 알렉산드리아에 간 일 외에는 죽을 때까지 그곳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356년에 1백5세의 나이로 선종하였으며, 교회는 그의 축일을 1월 17일에 지낸다.
저서
안토니우스는 체계적으로 공부하지는 않았으나 오랜 기도와 묵상을 통해 ‘하느님의 지혜를 지닌 사람’ ‘은총과 품위를 지닌 사람’이었다. 소크라테스는 그의 「교회사」 4,23에서 다음의 일화를 전해준다. ‘하루는 철학자 한 사람이 안토니우스를 찾아와 이렇게 질문하였다. “수사님, 독서의 위로 없이 어떻게 고통과 싸워 이겨낼 수 있습니까?” 이에 안토니우스는 “선생님, 자연이 바로 책입니다. 나는 자연을 바라보며 하느님의 글들을 읽습니다”고 대답하였다’ 또 아타나시우스는 「안토니우스 전기」 말미에서 “그는 저서들 때문이나 학문의 지혜 때문이나 어떤 기술 때문에 유명해진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대한 타고난 영적 신심 때문이었다”(전기 93)고 전한다. 그러나 안토니우스는 무식꾼은 아니었다. 사실 「안토니우스 전기」 제16~43장에 수덕생활에 관한 긴 가르침이 나오고, 제74~80장에는 희랍 철학자들과 그리스도교에 관해 변론하는 대목이 나온다. 또 안토니우스는 콘스탄띠누스 황제, 그의 아들 콘스탄씨우스와 콘스탄스 등의 편지를 받고 답장을 하였으며(전기 81), 아리우스이단의 옹호자로서 교회를 박해하던 고관 발락에게 하느님의 정의가 내려지리라는 경고의 편지를 보냈다(전기 86). 그리고 안토니우스가 수도자들에게 보낸 7편의 서간이 전해 오는데 이 서간들은 안토니우스의 영성을 이해하는 데에 중요하다.
수도영성
안토니우스는 최초의 은수자는 아니지만 가장 모범적인 은수자였기 때문에 그를 ‘은수자들의 아버지’라고 부른다. 그는 수도승을 ‘하느님의 종’으로 특징짓는다. “우리는 특히 그리스도의 종으로서 그분을 섬겨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종은 어제 일했으니 오늘은 쉬겠다고 말하지 않으며, 일을 하지 않으려고 이미 일한 기간을 따지지도 않고, 오히려 복음서에 기록된 대로 매일 주인의 마음에 들도록 열심히 일한다. 우리도 그럴 때 날마다 항구하게 수덕생활을 하자”(전기 18). 그리고 그는 수덕생활은 죽을 때까지 매일 충실히 이행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우리는 날마다 일어나면서 저녁때까지 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저녁에 잘 때면 아침에 깨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자. 우리의 목숨은 확실하지 않고 주의 안배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전기 19).
하느님의 모상에 따라 창조된 인간 안에는 덕의 요소들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찾아 닦는 것이 수덕생활이다. 수덕에서 가장 좋은 길은 하느님으로서 인간이 되신 그리스도의 삶을 본받는 것이다. 그리고 수도형제들 중에서 어떤 덕에 뛰어난 사람을 본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기 때문에 훌륭한 영적 지도자를 만날 필요가 있다. 한편 안토니우스의 수덕에 관한 가르침에서 마귀의 유혹을 이겨내는 대목(전기 21~43)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느님께서 악마를 창조한 것이 아니라 악마는 원래 천사들로서 하느님께 반역하였기 때문에 벌받고 있다.
따라서 악마는 자기보다 낮게 창조된 인간이 영원한 행복에 이르는 것을 시기하여 모든 인간, 특히 열심히 생활하는 수도자일수록 더욱 심하게 유혹함으로써 하느님께 나아가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그러므로 수도자는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치면서 죄와 악습에서 자신을 깨끗이 하고 마귀의 유혹을 물리치기 위해 부단히 기도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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