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그날 떠날 때
내 가슴 반은 무너지고
남은 가슴 반에 그대를 묻었으니
나는 그대의 집이노라
살아서는 멀리 헤어져 서로 떠돌고
한 구석 문고리 잠겼던 마음
죽어서 남김없이 다 풀어 놓았으니
무시로 빈 가슴 문 열고 들어와
편히 쉬시라
그 산골짜기 외진 길
몇 굽이 돌아가면
그대 먼저 가서 터 닦아 세운 집
우리 생애 마지막 집 한 채 거기 있으니
내 희망 또한 거기서 쉬리라
무너진 가슴 반은
이미 그곳에 가 있으니
<주> 고 양한모 선생 1주기를 맞아 미망인 홍윤숙 여사가 고인의 추모식에 봉정한 추모시.
한국 천주교회는 물론 우리나라 사상사에 큰 영향을 끼쳤던 청람(晴嵐) 양한모(아우구스띠노)선생의 서거 1주기 추모 모임 및 유고집 출판 기념회가 10월6일 오후 6시 서울 신당동성당(주임 남영희 신부)에서 미망인 홍윤숙 시인 등 가족과 친지, 평소에 그를 따랐던 많은 이들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히 개최됐다.
북한선교위원회 이동호 아빠스와 오태순 신부, 조광호 신부 등의 공동주례로 시작된 이날 추모 미사에는 가톨릭 문우회 회원들과 학계, 언론계 관계인사들이 대거 참석 고인의 생전의 뜻을 되새겼다.
이동호 아빠스는 미사강론을 통해 “양한모 선생은 생전에 민족통일과 북한선교에 대한 남다른 정열을 갖고 숫한 업적을 남겼다”고 치하하고 “민족통일 운동의 선각자인 고인의 뜻을 기려 고난의 십자가를 지고 있는 북한 형제들과 하나 되는 그날까지 남아 있는 우리들 모두가 힘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모미사에 이어 MBC미술 개발실장 박상진씨의 사회로 진행된 유고집 출판 기념회는 최용선 연세유치원 원장의 양한모 선생 약력소개, 87년 6월14일 한국 천주교 교회사 연구소 하계 세미나중 국가와 교회란 제목의 약정토론 때 발표한 양 선생의 육성 녹음을 청취하는 등 시종 숙연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수원대학교 문과대학장 구중서(베네딕도)교수는 추모사를 통해 “양한모 선생은 평신도가 주체가 되는 신도신학을 제창했으며 가톨릭 잡지, 언론육성에 이바지한 교회사에 기억돼야할 분”이라고 회고 했다.
추모사에 이어 주교회의 북한선교위원회 기획실장 변진홍씨가 고인의 유고집 「오늘을 사는 신도」(기쁜소식 출판사)를 봉정했으며 고려대학교 조광 교수의 서평이 있었다. 조광 교수는 서평을 통해 “이 책에는 양한모 선생이 평소 바오로신학에 각별한 견해와 민족통일과 특히 ‘신도론’에 대한 깊은 내용을 훌륭하게 표현하고 있었다”고 평했다.
미망인 홍윤숙 여사가 고인을 생각하며 지은 추모시 낭송으로 애절한 장이 되었던 이날 추모식은 남다른 열정으로 ‘행동하는 신앙인의 사표’가 되었던 고인의 유덕을 마음깊이 추모하는 뜻깊은 자리가 됐다.
한국 평신도 신학연구의 선구자로 공부하고. 실천하는 평신도의 위상을 이 땅에 심어준 고 양한모선생은 민족의 수난과 고통을 온몸으로 겪으면서 마르크스주의자에게 철저한 그리스도인으로 변모, 행동하는 신앙인의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고인은 임종 때까지도 학문에 대한 열정과 남북한으로 갈라진 겨레의 화해를 위해 통일신학 정립과 이를 위한 신도론을 제창하는 등 민족과 학문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정열 속에 살았다.
생전의 고인의 이러한 열정이 담긴 유고집 「오늘을 사는 신도」에는 성서에 대한 이해로부터 현대인들에게 다가오는 예수, 교회상과 바람직한 현대인들의 신앙에 대한 진지한 사색의 손때가 묻어난다.
출판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