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교회 건축의 상황을 교회 미술전문가들은 “감각을 상실한 것은 물론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교회건축이 그 시대 신자들의 신앙과 종교의 궁극적 실재를 표현하는 상징적 공간으로서 조형미를 갖추기 보다는 값과 크기, 공사기간이 중요시 되는 등 단순히 집을 짓는 행위가 되고 있지 않는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다.
따라서 교회미술의 총체적 집합체인 교회건축의 쇄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건축이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교회문화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가장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활발한 교회건축 비평과 함께 조형미를 심의, 조정하는 교회안의 제도적 기구가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한국교회는 지난 70년대 중반 이후 급격한 교세확장과 경제발전으로 현재까지 3백여 개가 넘는 본당을 신설했다. 70년대 중반부터 1년간 신자증가수가 계속 십만명을 넘게 되자 신설본당의 증가는 물론 기존의 본당들도 좁아진 성당을 신축 또는 개축하기에 이르러 현재 대부분의 성당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했다.
그러나 이 시대를 상징하는 과학과 예술의 총집합체로서 대표할만한 교회건축이 드물다는 게 커다란 문제점이다.
값비싼 재료나 최고의 크기, 최상의 높이 등 물질적 풍요를 자랑하기 위한 장식의 남발과 전례와 친교 등을 위해 성당이 갖춰야 할 기본 요건마저도 잃어가는 오늘의 성당건축은 무언가 개선이 필요하다는 요구로 가시화되고 있다.
외국의 경우 신축공사 전 4~5년을 기획하고 그만큼의 시간을 더 들여가며 공사를 실시해 문화유산으로서 성당을 남기는데 반해 임금 상승 등의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한국교회건축이 너무나 시급하고 체계 없이 세워지고 있다.
신자 수 증가라는 원인을 감안하더라도 자주 보수하고 새로 짓는 한국교회건축을 보며 한 교회미술가는 “성당이 세워지면 그 성당에 알맞은 성상, 성물을 정성껏 제작하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20년 후엔 성당도, 이 성상도 헐릴 텐데 하는 푸념을 하게 된다”고 고백했다.
이러한 척박한 교회건축의 풍토를 쇄신하기 위해서는 성당건축주인 성직자의 안목과 인식을 변화시키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게 미술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최근 이러한 강력한 요구에 따라 10월부터 가톨릭대학교 교과과정 중에 ‘교회미술과 건축사’에 관한 강좌가 신설되기도 했다.
이 강좌를 맡은 김영섭씨(시몬·건축문화설계 사무소 소장)는 “교회건축이 그동안 하느님 백성을 위한 집이라기보다는 쏠데 없이 무언가를 드러내기 위한 것이거나 남한테 보여주기 위한 것 등 무언가를 나타내려는 도구로서 지어져 왔다”면서 “이러한 교육이 문화운동 차원에서 교회건축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회건축에 대한 성직자는 물론 신자들의 인식변화와 더불어 그동안 거의 전무 하다시피 해 왔던 교회건축에 관한 비평도 아울러 강력히 요구되고 있다.
그동안 잘못된 건축에 대한 비평은 마치 신성한 ‘하느님의 집’을 더럽히는 것과 같이 인식돼 왔었다.
김종수 신부(한국 천주교 중앙협의회 전례담당 사무차장)는 최근 펴낸 「성당건축과 전례」(가톨릭출판사 간)의 머리말에서 “교회는 흔히 하느님의 집이라고 말하지만 단순히 신을 모시고 있는 신성한 장소라는 뜻은 아니다. 그리스도인에게 있어 교회 건물의 주된 용도는 ‘하느님의 백성이 모이는 장소’이고 그 집회를 위한 회중을 수용하는데 있다. 교회가 ‘하느님의 집’이라고 불릴지라도 일정한 장소를 신성화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한국교회건축의 결산 및 좋은 교회건축의 사례를 소개하는 책 발간 등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사항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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