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요? 예비자 확보하고 냉담자 회두 권면 활동 열심히 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선교라면 우선 천주교회를 널리 알리고 그들을 교회구성원으로 영세 입교시키기 위한 활동들이지요. 예비자 1인 인도운동이나 가두선교 같은 것이 다 선교를 위한 활동 아닙니까”
‘선교를 무엇이라고 생각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해 우리 신자들은 대부분 이렇게 말한다. 혹자는 “본당 등 여러 기관이나 단체에서 선교활동이라고 해보긴 했지만 막상 ‘선교’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대답이 궁해진다”고 말들 한다. 이처럼 한국교회 안에서 선교란 일반적으로 예비자를 영세 입교시킨다는 좁은 의미로 축소 인식돼온 경향이 짙다. 따라서 선교를 위해 보다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가두선교, 문서선교, 예비자 1인 인도운동 등 여러 방안이 논의되고 추진되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가 아직 인구대비 신자율(이것을 단순히 복음화율이라고 하는데도 무리가 있다)이 6~7%에 불과한 선교지역임이 분명하고, 그런 의미에서 이런 노력들이 나름대로의 의미를 갖기는 하지만 반면에 양적 증가에 치중한 나머지 신자 개개인의 복음적 삶을 통한 복음선교 혹은 지역복음화가 등한시되는 면이 없지 않았다.
지난 89년 서울 세계 성체대회를 계기로 실시한 신자들의 신앙 및 생활의식 조사에서 나타난 결과는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당시 과반수가 넘는(55.2%)신자들이 선교란 복음전파 및 예비자 인도, 교육으로 이해했고, 다음이 가난한 이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자선사업(31.1%), 세상을 위한 교회의 투신과 봉사(22.8%), 정의·인권·평화를 위한 교회활동(17%)순이었다.
이와는 조금 다르지만 88년 본사가 실시한 ‘가톨릭 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에 관한 조사’에서는 한국 신자의 18.4%가 이웃에게 직접으로 입교를 권면하는 것을, 3.3%가 기도를 하거나 선교단체를 헌금으로 지원하는 것을, 66%의 신자들은 좋은 표양을 보여주는 것을, 9.2%의 신자가 사회정의를 선포하거나 소외계층에 봉사하는 것을, 1.4%의 신자들이 홍보매체 및 출판물을 이용하는 것을 가장 바람직한 선교방법이라고 응답한 바 있다.
이렇게 교세확장이나 입교자 수의 증가라는 편협한 선교이해에서 빚어지는 결과들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새 영세자의 지속적인 감소와 냉담·행불자의 증가라는 한국교회의 고질적인 병폐를 지적할 수 있다. 더불어 교회가 늘고 신자들은 증가하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그만큼 복음화됐느냐에 회의적인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새 신자 감소와 냉담자 증가 문제가 어느 한두 가지 요인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문제의 근간은 바로 이러한 ‘성장 제일주의’에 있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곧 선교에 대한 단편적 이해, 편협한 이해와 맞물려 있다고 보인다. 따라서 ‘복음선교가 무엇인가’라고 하는 선교자체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교황 바오로 6세의 회칙 「현대의 복음선교」는 이 점을 분명하게 지적하고 있다. “교회가 복음선교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보다 넓은 지역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선교하는 것만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과 구원계획에 배치되는 인간의 판단기준, 가치관, 관심의 초점, 사상동향, 사상의 원천, 생활양식 등에 복음의 힘으로 영향을 미쳐 그것들을 역전시키고 바로잡는데 있다”(19항)
바로 신자 각자가 참으로 복음적인 삶을 삶으로써 그리스도를 증거하고, 이를 통해 지역문화와 그 구조, 가치체계 등을 복음화하는 것이 선교의 요체라는 설명이다. 신치구씨(신앙생활연구 소장)는 이와 관련 “신자 재교육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들이 있지만 어느 정도 한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 하면서 “확고한 부활신앙에 바탕을 둔 신자 개개인의 삶의 변화가 전제되지 않고서는 참된 의미의 선교란 불가능 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시대에 요구 되는 진정한 복음선교는 단순히 교리를 전달하는 차원을 넘어 지역복지·사회정의·각종 문화활동·토착화작업 등을 통해 ‘세상 가운데 있는’ 교회의 본 모습을 구현해 가는 노력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것은 ‘교회의 존재 사명(목적)’에 대한 거듭되는 성찰과 교회 신자들의 참여와 나눔, 과감한 종교적 투신으로서 가능할 것이다.
신자들 사이의 참여와 나눔이 이루어질 때 교회 역시 활성화될 것이고, 신자들의 종교적 투신이 강화되는 만큼 교회도 더욱 생동적이고 활기 있는 모습으로 세상에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70년대와 80년대 초 암울했던 시대에 교회가 행한 정의구현 노력은 이 땅의 많은 이들을 교회로 모이게 하는 기폭제가 됐다는 사실은 이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신자나 혹은 본당 신심단체들의 활동이 교회 밖을 향하기보다는 본당유지를 위한 친목활동으로 흐르는 경향이 많았던 것도 문제다. 결국 교회 안에서 마저도 끼리끼리 모이는 ‘게토’화 현상이 나타났고 가난한 이들, 소외된 이들이 교회를 멀리하게 만드는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본보는 전교의 달을 맞아 ‘냉담자 증가와 대책’ 그리고 ‘새 신자 확보 문제’에 대해 이미 다룬 바 있다. 지난 10여 년간의 교세통계를 기준으로 대인 영세자율의 감소와 날로 늘어만 가는 냉담자 문제를 함께 우려하고, 그 원인에 대해서도 누차 지적했다. 전 교회 차원의 대책과 신자 개개인의 솔선 분발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모든 노력들과 더불어 종래의 좁은 의미로 이해되던 선교개념을 현 시대에 맞게 재정립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 비그리스도교적인 역사·문화 배경을 안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그것은 특히 도그마적인 접근보다는 인간의 사귐에 대한 사랑과 감성적인 이해, 그리고 ‘미래의 공유’라는 보다 인간적인 형태를 띨 때 더욱 용이하게 모색되어질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