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성서의 주제는 ‘사랑’입니다.
사랑보다 아름다운 것이 없습니다. 사랑처럼 인생을 따뜻하게 덥혀주는 것도 없으며 사랑처럼 인생을 환하게 밝혀주는 것도 없습니다. 사랑은 그래서 위대합니다. 사랑은 인생을 아주 풍요하게 채워주며 또한 모든 것을 가능하게도 해줍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은 바로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오늘 제1독서(탈출 22,20-26)는 약한 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다 하느님 사랑의 대상이지만 특히 약한 자들은 하느님 사랑의 초점이 됩니다. 즉 병든 자, 헐벗은 자, 그리고 과부나 고아들은 누가 돌봐줄 사람이 없는 자들입니다. 아주 외롭고 고달픈 자들입니다. 그들에겐 붙잡을 것이 하느님밖에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하느님 사랑의 특별한 대상자가 됩니다.
가정에서도 그렇습니다. 건강하고 튼튼한 자녀보다는 병들거나 불구된 자녀에게 부모의 관심이 더 크게 됩니다. 누가 돌봐주지 않으면 안 되는 자녀에게 부모의 애정이 쏠리게 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고 누가 혹 불구된 그 자녀를 무시하고 업신여긴다면 그것은 부모의 가슴에 칼을 꽂는 것과도 같은 것입니다. 하느님께도 마찬가집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도 보잘 것 없는 형제에게 베푼 것이 바로 당신에게 베푼 것이라고 단언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어느 계명이 가장 큰 계명이냐”라는 율법교사의 질문에 “첫째는 하느님 사랑 둘째는 이웃 사랑”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두 계명이 모든 율법과 예언서의 골자라고도 하셨습니다. 사랑은 다시 말해 하느님의 본질이며 율법의 본질입니다.
옛날 유대인들에게는 6백13조목이나 되는 율법이 있었습니다. 그들에겐 지켜야 할 계명이 너무 많아서 모두를 다 지킬 수가 없었습니다. 또한 어느 것이 더 중요하고 어떤 것이 덜 중요한지도 몰랐습니다. 율법의 조목만 풍성했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법의 본질과 그 정신을 몰랐습니다. 바로 거기에 신앙의 모순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법이 좋아도 백성이 지키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입니다. 오히려 법이 있다는 것 자체가 거추장스러울 뿐입니다. 유대인들은 그래서 위대한 사랑의 율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은혜를 모른 채 죄만 크게 짓게 되는 모순 속에서 고생만 했던 것입니다.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사실 서로 다른 별개의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로 이해되고 해석되는 하느님의 본질입니다. 따라서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이웃을 무시하고 있다면 그 하느님 사랑은 위선이며, 또한 이웃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하느님을 외면하고 있다면 그 역시 잘못된 사랑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잘못된 길을 참 사랑인양 걸어가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형제가 사목회 임원으로서 열심히 봉사할 뿐만 아니라 교리 상식에도 밝았습니다. 그분 얘기를 들으면 믿는 은혜가 무엇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알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분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단점은 당신 맘에 들지 않으면 가차 없이 무시한다는 것입니다. 한번은 레지오 문제로 누군가와 언쟁이 있었는데 몇 달이고 그 사람하고는 상종을 않는 것을 보고는 우리가 참 사랑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체험하게 했습니다.
자기 맘에 드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예쁜 사람을 사랑하고 돈 있고 세력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믿지 않는 사람도 심지어는 강아지나 돼지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진정한 이웃 사랑은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자를 하느님 때문에 사랑하는 바로 그 사랑을 말합니다. 그게 바로 하느님 사랑이며 동시에 이웃 사랑입니다.
참사랑은 쉬운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처럼 내가 죽지 않으면 사랑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사랑을 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세상을 다 얻는 것이 됩니다. 잘 먹고 잘 살아도 사랑이 없다면 지옥입니다. 그러나 헐벗고 못 살아도 사랑을 하고 있다면 그는 천당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이웃을 진정으로 사랑합시다. 그것이 참 하느님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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