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당신의
칠순 생신날은 공교롭게도
성모님의 날이었습니다.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
복되다는 말의 뜻을 아십니까
천상의 모후가 아닌
지상에서의 성모 마리아의 생애
그 고통스럽고 비참한 삶이
어째서 복일까요
성모님이 그랬듯, 그 누구에게도
이승에서의 불행한 삶이 복일 수 있고
모진 고통들이 복을 내포하고 있는
그 신비한 역설적 의미를
어머님은 느끼십니까
어머니, 당신이 살아오신 칠십 평생은
세속적인 행복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슬프고 고통스러운 삶이었지요
십자가를 진 듯 살아온 삶의 고초
그 무거운 삶의 걸음걸음에 숱하게 뿌려진
진액의 피땀과 피눈물
남편도 짐이었고, 장성한 자식도 짐이었고
지금도 어머니의 가슴에 짐으로 남아있는 자식들
아, 끝날 줄 모르는 당신의 박복
형편도 되지 않으면서
효성을 훔치려는 자식들의 세속적 열망에
마지못해 마련했던 당신의 칠순잔치
그 잔치를 자시다가 연못에 손주새끼를 잃은
하 기막힌 그 노릇, 그 슬픔이
어디 흔한 일입니까
아무에게나 있는 일입니까
참 특별하신 당신께나 어울리는
아,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일…
어머니, 이 불효한 아들은 때때로
성모 마리아의 삶을 생각하며 어머니를 떠올리고
당신의 얼굴 그득한 주름살을 바라볼 땐
성모님의 생애를 생각합니다
칠순잔치 마저도 분에 넘쳤던 듯
슬프게 고희를 보내신 어머님 당신이
이제부터 성모님께 드릴 기도는 딱 한가지 뿐입니다
“‘날 닮았다’하소서”
이 말 한마디 뿐입니다
어머님은 감히 그럴 수 없다고 하시겠지만
이제 당신은 그런 기도를 할 수 있습니다
‘날 닮았다’ 하소서
‘날 닮았다’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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