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성스럽고 거룩한 생활로써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려야 하며, 4세속을 본뜨지 말아야’한다. (로마 12,1-2 교본8쪽)
이 본문은 로마서 12,1-2를 요약한 것으로서 성서 구절을 그대로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그러므로 형제 여러분, 하느님의 자비가 이토록 크시니 나는 여러분에게 권고합니다. 여러분 자신을 하느님께서 기쁘게 받아주실 거룩한 산 제물로 바치십시오. 그것이 여러분이 드릴 진정한 예배입니다. 여러분은 이 세상을 본받지 말고 마음을 새롭게 하여 새 사람이 되십시오. 이리하여 무엇이 하느님의 뜻인지,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그분 마음에 들며 무엇이 완전한 것인지를 분간하도록 하십시오”
이 성서구절은 바오로 사도의 권고와 훈화에 속한다. 신자들은 믿음으로 의로워졌으니 하느님의 뜻을 따르면서 그분께 영광을 드리는 산 제물이 되라는 것이다. 예수님은 십자가상에서 자신을 희생하여 하느님께 산 제물로 바치셨다.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가 드릴 진정한 예배 역시 우리 자신을 하느님께 산 제물로 바치는 것 즉 삶 전체를 하느님께로 향하고 바치는 것이다. 이는 그리스도인답게 세속을 본받지 않고 마음을 새롭게 하여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새 생활을 꾸준히 영위하는 것이다.
신앙은 이론이기보다는 실천이요 생활이다. 그러기에 신앙은 일상생활에서 꽃피고 열매 맺는다. 개인 성화와 함께 이웃 봉사에 앞장서야 할 레지오 단원은 일상생활과 봉사활동에서 예수님이 십자가상에서 보여주신 철저한 희생과 헌신을 반영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거룩한 생활이 되고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산 제물이 될 것이다. 교본 본문이 역설하듯이 레지오 단원은 “각자의 봉사 활동에 그런 온전한 자기희생 정신을 반영하도록 힘쓰지 않으면 안 된다.”
③ ‘노고와 고통’을 피해서는 안 된다(Ⅱ 고린토 11,27: 교본8-9쪽)
교본은 레지오 단원의 선교활동과 신심 행위에 있어서 바오로 사도가 경험한 ‘노고와 고통’을 본받기를 바라고 있다. 사실 고린토 후서 11장에서 바오로 사도는 자신이 참된 사도임을 증거하기 위해 직접 겪은 노고와 고통을 들려주고 있다. 그는 수없는 매와 몽둥이와 돌에 맞아 여러 번 죽을 뻔 했으며 여러 번 파선을 당해 바다에서 표류했으며 선교여행 중에 온갖 종류의 위험을 겪었고 노동과 고역에 시달리며 수없는 밤을 뜬눈으로 새웠고 주리고 목마르고 헐벗어 추위에 떨기도 하였다. 그 외에도 그는 여러 교회에 대한 걱정에 짓눌려 고통당하였다(Ⅱ 고린토 11,23-28참조).
그는 또한 거짓 사도들을 향해 자신의 어리석음을 자랑으로 응수하였다. 그의 자랑이란 다름 아니라 그리스도를 위해 스스로 약해지고 비웃음과 모욕, 배신과 박해, 빈곤과 고통을 참아 받음으로써 하느님의 권능이 드러나게 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복음을 위해 참고 견디어온 노고와 고통이 바오로 사도를 참된 사도로 증거하고 있다.
레지오 단원도 바오로 사도처럼 참된 사도가 되어야 한다. 참된 사도는 노고와 고통은 물론 죽음과 순교까지도 각오해야 한다. 교본 본문에서 말하는 ‘최근의 여러 사태’에는 중국이 공산화되어 수많은 레지오 단원이 감옥에 갇히고 그들 중에 많은 수가 살해당하고 순교한 사실이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본문에서 “많은 레지오 단원들도 그러한 영광의 문을 당당히 통과하여 왔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러한 경우는 현대에 있어서 극단적인 사례이다. 현대에는 피 흘리는 순교는 거의 없어졌다. 그 대신 정신적인 박해와 온갖 나쁜 사조가 사람들로 하여금 종교에 냉담하도록 유인하고 있다. 세속주의, 물질 및 과학만능주의, 쾌락주의, 이기주의가 신앙심과 양심을 마비시켜 영적 무감각에 빠뜨리고 있다. 그래서 노고와 고통 즉 십자가를 배척한다.
레지오 단원은 전교 활동을 할 때 그러한 나쁜 사조로 인해 종종 참기 어려운 모욕, 비웃음 등의 정신적인 박해를 당함으로써 하던 활동을 팽개치고 싶은 충동도 받는다. 그럴 때일수록 인내와 용맹의 정신을 발휘하여 ‘노고와 고통’을 피하지 말고 달게 참아 받고 끝까지 버티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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