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 20,1-16)
이 비유는 하늘나라를 설명하는 마태오 특유의 비유 11개중 하나이다(씨뿌리는 자의 비유 13,3 가라지의 비유 13,24 겨자씨의 비유 13,31 누룩의 비유 13,33 보화의 비유 13,44 진주의 비유 13,45 그물의 비유 13,47 무자비한 종의 비유 18,23 포도원 일꾼의 비유 20,2 혼인 잔치의 비유 22,2 동정녀의 비유 25,1). 하늘나라 사정을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과 비교하여 설명하는 데는 아무래도 설명상 무리가 뒤따르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성경에서 비유를 읽을 때에는 그 교육적 목적이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
우선 오늘의 비유내용은 대충 다음과 같다. ‘하늘나라는 집주인이 비교할 수 있다’라고 시작한다. 사실 하늘나라가 어떠어떠한 사람과 같지는 않다. 다만 이 비유에 집주인이 주역을 맡을 뿐이다. 그래서 하늘나라는 집주인이 어떠어떠한 일처리를 하는 상황에 비교할 수 있다. 우리의 공동번역은 이러한 내용을 말이 되도록 ‘하늘나라는 이렇게 비교할 수 있다. 어떤 포도원 주인이…’라고 번역하였다. 그 주인은 포도원 주인으로 아침 일찍 일꾼을 사러 나갔다. 팔레스티나에서는 장터가 일꾼 시장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몇십년 전만 해도 짐꾼들이 시장 귀퉁이나 거리 모퉁이에서 짐일을 기다리고 서 있는 광경을 볼 수가 있었다. 여기서 고용자와 일꾼은 품값을 흥정하지 않는다. 날라야 할 짐과 거리 등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공요된 후에야 값이 정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보통 일꾼 측이 불리함을 감당하게 된다. 좀 싸게 주려는 주인과 좀 더 받으려는 일꾼의 흥정이 있다 보면 일꾼이 그 집까지 걸어간 헛수고를 생각하여 웬만하면 일을 떠맡게 마련이다.
예수 당시의 사회에서 특히 오늘의 비유에서처럼 일감이 확실한 경우는 가기 전에 먼저 품삯계약을 한다. 그때의 포도원 일은 하루에 한 데나리오였다. 한 데나리오는 당시 로마 화폐로 1드락마였고 유대아 화폐로 4분의 1쉐켈이었다. 노동자 한 식구가 하루 근근이 먹고 살 수 있는 임금이었다. 노동계약은 하루 또는 일주간의 기간으로 맺어졌는데 일주일 계약인 경우는 일주일 끝날에 하루계약인 경우에는 그 날 일이 끝나면 지불된다.
오늘의 비유에서는 주인이 일꾼을 구하러 다섯 번 나갔다. 이른 아침 삼시, 육시, 구시, 십일시이다. 이 시간은 유대아의 당시 시간으로 낮 하루를 우리 시간으로 따져서 오전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12시간을 하루로 친다. 이른 아침부터 해질 때까지인데 이 기간을 3, 6, 9, 11시로 구분하였다.
공동번역은 이 시간을 우리의 시간으로 환산하여 번역하였는데 3시는 오전 9시, 6시는 정오 12시, 9시는 오후 3시, 11시는 오후 5시로 읽도록 하였다. (유대아의 시간에 관해서 대목38참조). 몇 명을 채용했는지는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문맥으로 봐서(할 일 없는 사람까지 불러갔다)일하려고 하는 사람은 모두 데려갔다.
오늘의 노동계약은 하루 날품이어서 날이 저물자 일꾼들은 품삯을 받는다. 보통의 경우에는 품삯을 받는데 순서가 있을 필요 없이 나란히 줄을 서서 받겠지만 이 비유에서는 고용된 시간의 차이 때문인지 순서를 지어서 품삯을 지불한다. 그런데 그 순서가 거꾸로 되어 있는 것이 이 비유의 교육적 의도이다. 먼저 고용된 사람부터가 아니고 나중 온 사람부터 지불했고 그것도 이른 아침부터 일한 사람과 날이 거의 저물 때 온 사람과 차별 없이 같은 임금을 지불한다. 주인이 만일 오늘날처럼 노사문제를 생각했다면 먼저 온 사람을 먼저 지불하고 집에 보낸 다음 나중 온 사람들에게 값을 치렀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그렇게 하지 않고 주인의 정직성을 드러내려고 아니면 떳떳함을 드러내려고 일부러 순서를 거꾸로 하였다. 이것은 물론 불평을 자아냈고 그 불평에 대한 주인의 대답은 하늘나라가 세상이치와 다르다는 것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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