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세라피온의 생애에 관한 사료(史料)는 은수자 성 안토니우스와 알렉산드리아의 주교 성 아타나시우스와의 관계에서 대부분 찾아볼 수 있다. 이 세 사람은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세라피온은 안토니우스의 지도를 받으며 은수자 생활을 시작하였다. 그 후 그는 은수자들의 집단을 지도하던 중 339년에 남부 이집트 트무이스의 주교로 선출되었다. 소쪼메누스는 그의 「교회사」 49에서 “세라피온은 성덕과 웅변에 뛰어난 존경받는 성직자”였다고 증언하고 있으며, 예로니무스는 「명인록」 99에서, 그를 ‘학구적인 인물’이었다고 높이 평가하고 있다. 세라피온 주교는 아타나시우스 주교의 절친한 친구였으며, 아타나시우스가 아리우스 이단자들에 의해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었을 때에 그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사실 그는 343년 사르디키아 주교회의에 참석하여 아타나시우스 주교를 위해 변호하였다. 한편 아타나시우스는 세라피온으로부터 성령에 관해 문의를 받고 4편의 「세라피온 주교에게 보낸 서간」을 써 보냈다. 355년에는 아타나시우스가 세라피온과 다른 네 명의 주교들을 콘스탄스 황제에게 파견하여 아리우스 이단자들의 무함을 해명하고 아리우스 이단의 오류를 지적하여 황제의 오해를 풀어주도록 하였다. 그러나 황제는 오히려 세라피온 주교에게 모진 고문을 가한 다음 그를 주교직에서 해임하고 대신 톨로메우스를 주교로 임명하였다. 세라피온은 이때 받은 고문의 여파로 362년에 사망하였다.
한편 아타나시우스가 쓴 「안토니우스 전기」에는 안토니우스와 세라피온 주교 사이의 두 가지 일화를 전해주고 있다. 안토니우스는 현시를 받았는데, 그는 자기를 방문한 옛 제자 세라피온 주교에게만 현시의 내용을 전해주었다고 한다(전기 82). 또 안토니우스는 356년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고 자기가 입던 두 벌의 염소가죽 옷 중에 한 벌은 세라피온 주교에게 전해주고, 나머지 한 벌은 아타나시우스 주교에게 전해주라고 자기 제자에게 부탁하였다고 한다(전기 91). 교회는 세라피온의 축일을 3월21일에 지낸다.
저서
① 「마니케오 이단 논박」=세라피온의 신학적인 비중을 말해주는 대표작으로써, 예로니무스가 왜 그를 ‘학구적인 인물’이라고 높이 평가했는지의 이유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저서이다. 사실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세라피온의 뛰어난 수사학, 철학, 신학을 엿볼 수 있다. 세라피온은 마니케오 이단을 체계적으로 반박한 후대의 대가(大家)들 즉 니꼬폴리스의 알렉산델이나 아우구스띠누스에 못지않게 마니케오 이단의 기본 노선을 정확히 파악하여 그 비논리성과 궤변을 명확하게 반박하고 있다. 특히 선악(善惡)의 문제 그리고 신약과 구약의 관계를 존재론적 이원론에 따라 해설하는 이단자들의 주장을 뛰어난 논리와 아름다운 문체로 세부적인 면까지 일일이 반박하고 있다. 이 저서에서 주목할 점들은, 세라피온은 마르코 복음서를 신약성서 정전목록의 첫째 자리에 배치하고, 마태오 복음서를 둘째 자리에 배치한다. 그리고 교회가 일찍부터 순교자들과 성인들의 유해를 잘 모시고 공경했다는 사실을 입증해 주고 있다.
② 「기도문집」=이 기도문집에는 전례에 관한 30개의 기도문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성찬전례에 관한 18개의 기도문, 세례와 견진성사에 관한 7개의 기도문, 신품성사에 관한 3개의 기도문, 올리브기름 축성과 장례(葬禮)에 관한 2개의 기도문들이 있다. 이 기도문들 중에 특히 중요한 것은 성찬기도문(Anafora)이다. 성찬기도문은 감사송과 ‘거룩하시다’(Sanctus), 봉헌과 성체성사 제정에 관한 주님의 말씀, ‘로고스’를 청하는 기도, 산 이와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 주보성인께 간구, 미사 봉헌자들을 위한 기도 그리고 장엄한 영광송 순으로 되어 있다. 이 성찬기도문에서 주목할 점들은, 감사송에 이어 「거룩하시다」가 명시적으로 나오는 첫 번째 사료이다. 그리고 빵과 포도주 축성 사이에 「디다케」9,4에 나오는 교회일치를 위한 기도가 삽입되어 있다. 알렉산드리아 전례에 따르면, 빵과 포도주의 성변화(聖變化)를 위해 성령의 오심을 청하는 기도(Epiclesis)를 바치게 되어 있는데, 여기서는 ‘로고스’(성자)의 오심을 청하는 기도를 바친다. 끝으로, 일반 성찬기도문의 장엄한 영광송에서는 성삼의 이름이 열거되어 있는데, 여기서는 “볼 수 없고 지혜로운 하느님께 영광과 권세와 권능과 위엄이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세세에 영원히 있어지이다. 아멘”으로 되어 있다. 그러면 이 성찬기도문들은 어떻게 생겨났는가? 전례 기도문의 특성상 주교 개인이 창작한 것으로 볼 수는 없고, 좁게는 트므이스교회, 넓게는 에집트 교회의 전례 전통을 기초로 하여 세라피온 주교가 자신의 신학적 요소들을 가미시켜 편찬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기도문들은 4세기 이집트 지역의 전례를 이해하는 데에 매우 중요한 사료(史料)가 된다.
③ 세라피온 주교의 23편의 서간들을 모은 서간집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 중의 3편 즉 「에우독씨우스 주교에게 보낸 서간」, 「알렉산드리아의 수도자들에게 보낸 서간」 그리고 안토니우스의 사망을 기해 안토니우스의 옛 제자들인 「은수자들에게 보낸 서간」만이 전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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