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1주일(마태 23,1-12)
오늘 성서의 말씀은 교회의 사제들과 또는 교회의 지도적인 위치에 있는 자들에 대한 말씀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들부터 올바르고 깨끗하게 살아야 합니다. 사회의 가장 튼튼한 발판은 종교인데 종교의 지도자가 옳지 못하고 썩어있다면 그 세상은 볼장 다 본 것입니다.
유태인들이 바빌론에서 유배생활(BC 587~538)을 할 때 그들은 신앙의 깊은 체험을 했습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계명을 멀리했을 때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만나게 되는지를 깨달았던 것입니다. 그들은 비로소 율법을 발굴해내기 시작했으며 오늘 우리가 말하는 유다이즘, 즉 유태교가 탄생하게 됩니다.
그러나 율법은 너무 어렵고 까다로워 그것을 전문으로 연구하고 보전하며 해석하는 일을 전담할 사람들이 요청됩니다. 율법학자들이 등장한 것은 대체로 유배 이후인 기원전 450년경으로 봅니다. 그들은 종교지도자들로서 대단한 권위가 있었고 또한 존경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그 본질이 변하게 됩니다.
우선 백성들의 구체적인 삶에 일일이 법적용을 하다 보니 필요 없는 법들이 많이 늘어나서 백성의 삶을 오히려 지나치게 억압하게 되었으며 그러자니 율법은 형식주의에 빠져버렸고 율법학자들은 율법위에 군림하는 모순이 생기게 되었던 것입니다. 자신들은 지키지도 않으면서 백성들만 괴롭혔습니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등장하는 것은 기원전 170년경으로 봅니다. 세월이 갈수록 율법이 많아지다 보니 어느 한사람도 일상생활에서는 율법을 온전하게 지킬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일을 전폐하고 오로지 율법만을 지키기로 작정한 사람들이 생기게 됩니다. ‘바리사이’이라는 말 자체가 일반 백성과 ‘분리된 자들’이라는 뜻입니다. 좋게 말하면 하느님의 율법을 지키기 위해 축별된 자들이라는 것입니다.
예수님 시대에 비난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바로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경건한 신앙인’이란 탈만 썼지 율법을 지키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전통을 핑계로 하느님의 계명을 파괴했으며 없거나 무식한 자들을 경멸하고 무시했고 좁은 안목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제한해 버리는 잘못을 저지르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실로 ‘회칠한 무덤’이었으나 그들은 자신들의 모순조차 깨닫지 못하는 어리석은 지도자들이었습니다.
지도자들은 정말 옳게 살아야 합니다.
지도자가 썩으면 다 썩게 됩니다. 부모는 자식 앞에 모범이 있어야 하며 선생은 학생 앞에 권위가 있어야 합니다. 모든 지도자들이 다 떳떳하고 올바르게 처신해야 합니다. 이중에 그 도덕성과 깨끗함이 가장 요청되는 지도자가 바로 종교 지도자들입니다. 종교 자체가 사회를 정화시키고 구원시키는 의무를 지니고 있는데 종교지도자가 썩었다면 그 사회는 볼장 다 본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말라 1,14-2,10)에서는 예언자가 당시의 썩어빠진 종교지도자들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유배 이후에 그들은 깊은 성찰과 반성을 통해서 새 출발을 하게 되었지만 세월이 지나다보니 다시 또 기강이 흔들리게 됩니다. 사제들이란 자들이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지 않고 돈만 알고 음탕한 짓만 일삼으니 예언자들이 나타나서 그들을 꾸짖고 개탄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 대목에서 우리도 함께 성찰해 봐야 합니다.
제가 신학생이었을 때 학장 신부님께서는 “오늘의 시대에서 신부들부터 회개해야 한다”는 것을 늘 강조하셨습니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그러나 종교지도자란 꼭 성직자만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도장들도 있고 평신도 지도자들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신자의 신분으로서 나라의 중책을 맡은 분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진정한 하느님의 말씀대로 올바르게 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교회가 부여받고 있는 ‘왕직’은 남을 누르고 억압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또한 그것을 이용해서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함은 더더욱 아닙니다. 오로지 예수님처럼 밑바닥까지 내려가서 겸손하게 봉사하며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권위는 말씀 안에서 실천할 때 남이 인정해 주는 것입니다. 우리는 진정 그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세상도 구원됩니다.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사람은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사람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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