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을 통한 경험은 우리가 가르치는 몇천마디의 교리보다도 학생들에게 더 깊은 체험과 감동을 가져다줍니다. 그러나 우리 교사들은 성탄절이나 여름학교 때 등 자주 연극을 지도하면서도 이론적 바탕이나 직접적인 무대경험이 없었는데 이번에 아주 좋은 시간이 됐습니다”
10월21일 밤 11시 휘황찬란하던 서울 명동의 네온사인이 거의 다 꺼져갈 무렵인데도 가톨릭회관 7층 대강당은 어스름한 조명과 젊은 교사들의 바쁜 움직임으로 부산하다.
서울대교구 교육국(국장 김운회 신부)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는 지난 9월 중순부터 주일학교 교사들을 위해 실시됐던 ‘연극연출’ 강좌의 마지막 프로그램인 공연.
이날 프로그램은 서울대교구 소속 52개 본당 65명의 교사들이 한 달 넘게 배워온 주일학교와 연극, 무대와 연기의 의미, 즉흥극, 무대장치, 무대분장 등의 연극이론들을 직접 무대에서 실천하고 경험해 보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5개 조로 나눠 각기 다른 대본을 가지고 연습해 온 교사들은 짧은 연습기간 때문이었는지 잦은 실수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지만 우렁찬 격려의 박수를 받으며 계속 진지한 모습으로 공연에 임하기도 했다.
이날 공연된 5편의 연극은 젊은 교사들의 신선한 아이디어로 기존의 대본을 각색한 작품이 많았다. 철거민의 소박한 이야기를 표현한 ‘0번지 사람들’, 크리스마스를 맞는 가난하지만 사랑많은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크리스마스 이브’ 외에도 ‘마지막 크리스마스’ ‘수업료를 돌려주세요’ ‘천국의 소동’ 등 이날 공연된 5편의 연극은 젊은 교사들이 기존의 대본을 각색, 신선하고 재치 있는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수업료를 돌려주세요’에서 주인공 물짱구역으로 출연한 정한민군(20세·루카·오금동본당)은 “신입교사라 연극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는데 이렇게 직접 연극의 주인공으로 무대에 나서보니 그 사람의 사상과 삶을 이해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교리시간에 학생들이 예수님과 성서에 나오는 인물들의 삶을 즉흥극이나 연극으로 경험하도록 이번 연극연출을 적극 이용하겠다”고 말했다.
또 ‘0번지 사람들’을 연출한 지인희(28세·프란치스코·월곡동본당)씨는 “어떻게 연극을 지도하는지 구체적인 경험이 됐으며 연극에 대한 애착을 갖게 됐다”면서 “무엇보다 연극을 통해 서먹서먹했던 타 본당 교사들과도 친해져 서로 주일학교 교육에 관한 정보도 교환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매년 1회 실시돼 왔던 ‘연극연출’ 강좌는 지난해 잠시 중단됐다가 올해 다시 개설된 것으로 이번 강좌에 참가한 교사들은 공연 전 홍승권 신부(교육국 차장)의 주례로 파견미사를 봉헌하고 수료증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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