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 20,1-16)
포도원에서 일할 일꾼을 모집하여 일을 시키고 임금을 지불하는 포도원 일꾼의 비유는 다른 비유와 마찬가지로 교육적 목적을 읽는데 중요성이 있는 반면 이야기 전개과정에서는 실제적인 논리에는 잘 안맞는 점들이 없지 않다. 팔레스티나에서는 포도밭을 손질하는데 삼사명의 일꾼이면 충분했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주인이 일꾼을 얻으러 다섯번씩이나 나갔고 한번에 여러 사람을 고용하였다 (당신들도 와서 일하시오). 상당히 많은 수의 일꾼들을 고용했고 오후 6시면 일이 끝나는데 오후 5시에 일꾼을 고용한 것을 보면 포도원 일 때문에 사람들을 고용하는 이야기투가 아닌 것 같다.
시편 104장 22~23절에 보면 해가 돋으면 짐승들은 물러가고 사람은 일하러 나와서 저물도록 수고한다고 했고 유대아인들의 라삐문서에 따르면 ‘해가 비칠 때부터 별이 뜰 때까지가 일하는 시간이다’라고 되어있다.
우리의 시간으로 따지면 아침 6시부터 저녁 6시까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습에서 볼 때 일자리를 구하려면 아침 일찍 장터에 나와서 고용주를 찾아야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9시, 12시에 장터에 나온 사람들은 어찌된 일인지 알 수 없다. 더군다나 오후 3시와 5시까지 장터에서 기다린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이들은 ‘할 일 없이’ 서성거리거나 ‘아무도 데려가는 사람이 없어서’라고 대답했다.
고용주가 한 일도 이상스럽다. 아침 일찍 일꾼을 얻으러 나갔을 때 그날 필요한 인원을 얼마든지 얻을 수 있었을 터인데 몇 명만 데리고 갔다가 또 9시에 나갔고 12시, 3시, 5시에 나갔다는 것은 사리에 잘 맞지 않는다. 그리고 포도밭 일을 그날 단 하루에 다 끝마쳐야 할 필요가 있었겠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팔레스티나에서의 포도원 일은 월요일 아침부터 일을 시작하여 하루 종일 일을 하면서 일주일 내내 밭을 돌본다.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고용주가 오후 5시에 나가서 일을 기다리는 일꾼들에게 한 말이다. “왜 당신들은 하루 종일 이렇게 빈둥거리며 서 있기만 하오”라고 물었다. 하루일이 다 끝날 무렵에 이 사람들이 일자리를 기다리며 서 있었는가. 또 고용주는 그 전에 이미 네 번이나 일꾼을 구하러 나갔는데 그때 이 사람들을 보지 못하였는가. 이 사람들은 이 사람들대로 여러 번 일꾼을 구하러 온 주인을 보지 못하였는가. 아니면 다섯 번이나 일꾼을 모집하러 간 장소가 달랐는가 등 사리를 따져 봐도 적당한 해답이 나오지를 않는다.
또 한 가지 이상한 점은 고용주의 일꾼들에 대한 임금약속이다. 일차 모집 일꾼들에게는 물론 2차, 3차, 4차 모집 일꾼들에게도 얼마의 임금지불을 계약했다. 그러나 마지막 5차 일꾼들에게는 임금계약을 하지 않고 그저 “내 포도원으로 가서 일하시오”라고만 했다. 1차 일꾼들에게는 하루 품삯의 정가 1데나리온을 약속했고 2차 3차 4차 모집 일문들에게는 ‘일한 만큼’의 임금 즉 공정한 임금을 약속했다. 그런데 실제로 지불할 때는 ‘일한 만큼’이 아닌 근 하루의 임금을 지불했다. 당시의 노동관행으로 보아 하루임금 1데나리온을 받기 위하여는 12시간을 일해야 하는데 2차 모집 일꾼은 9시간을 일했을 것이고 3차는 6시간, 4차는 3시간, 5차는 1시간을 일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의문점은 임금지불을 고용주가 직접 하지 않고 관리인을 시켜서 했다는 점이다. 이 비유이야기에서 관리인이 느닷없이 등장한 점이 이상하고 더군다나 이 농장에 관리인이 있었다면 애당초 일꾼들을 모집하는 일부터 관리인의 소관이어야 했을 것이다. 그뿐 아니라 일꾼들이 임금을 지불받고 불평을 터뜨렸는데 그것은 임금지불이 늘 순탄치만은 않았음을 말해주는 것이며 이 경우 불평은 직접 지급자에게 하게 마련인데 여기서는 주인에게 불평을 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