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간 인간 수정란 복제라는 제호의 기사가 신문마다 톱뉴스로 장식됐다. 문제는 미국의 조지 워싱턴 대학의 생명공학 연구팀이 동일한 유전인자를 가진 인간을 출사시킬 수 있는 인간의 배자(胚子)를 복제하는 실험을 성공한데서 비롯된다. 이는 체외수정 과정에서 이미 이같은 가능성을 예견한 것이며 동물 실험에서는 복제동물이 국내에서도 출산된 바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같은 실험이 ‘인간의 배자’에 대해서 이루어졌다는 데 있고 복제인간을 출산시킬 때 그 부작용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데 있다.
교황청에서는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지를 통해서 유전자 실험의 의의를 인정하면서도 이번 실험은 모든 법률적 장벽을 무시하고 의학실험을 제한하는 신학적 규범마저 분명히 무너뜨린 것이라고 강조, 두 교수의 성과는 “본질적으로 사악한 것”이라고 근래 보기 드문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이 같은 교황청의 반응은 지금까지 생명수호 문제에 관해 표명해온 견해 가운데 가장 큰 목소리를 낸 것으로 생각된다. 그것은 ‘인간복제’의 가능성이 바로 ‘인류파멸’이라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예상이 전제되기 때문일 것이다.
인공수정
배자의 복제 문제는 인공수정과 깊은 관계가 있다. 모든 부부가 정상적인 부부관계로 자녀를 출산하게 된다면 아마도 이같은 배자조작이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는 문제가 실험의 대상이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창조주가 원치 않는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자녀를 갖고자 하는 강력한 인간 본능에서 발단됐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인공수정이란 자연적인 성관계에 의해서가 아니고 기구나 인종적인 도움에 의해서, 예를 들어 정액을 옮기는데 사용하는 주사기 같은 것에 의해서 수정시키는 것이다. 인공수정에는 세 가지 양상이 있다. 첫째로 미혼녀가 제3자로부터 정자를 제공받아 수정을 할 경우와 두 번째로 결혼한 부부가 역시 제3자로부터 정자를 제공받아 수정하는 경우, 마지막으로 남편의 정자에 의한 인공수정이다. 이 마지막의 경우 즉 남편의 정자에 의한 인공수정에 대해서는 윤리적인 문제가 위의 두 경우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동물유전자 조작
동물이나 식물에 대한 유전공학의 목적은 그 목적하는 특성대로 조직체를 만들어내는데 있다. 초기 유전공학의 예는 젖소에서 더 많은 우유를 생산하는데 목적이 있었고, 수확을 증산 시킬 수 있는 잡종 쌀을 생산하기 위하여 여러 종류의 벼를 교배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유전공학의 실험은 동물과 기타농산물의 개량, 병충해의 방지, 환경보호를 위한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왔다.
그러나 이 같은 연구를 진행시키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병원체가 생성될 위험도 있어 미국 국립보건연구소에서는 1976년 ‘DNA’염색체 접합의 연구를 위한 국립보건연구소 지침을 발표하게 됐다. 동식물에 관한 이런 지침서, 즉 이런 형태의 윤리적 지침과 책임은 과학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물론이거니와 인간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서도 반드시 준수돼야만 할 것이다.
인간유전자 조작
유전공학에 의한 치료적 개입은 중대한 위험을 피할 수만 있다면 교회 당국에서는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환영하는 것이라 해야 할 것이다. 한편 세포 유전치료는 발달하는 인간배자의 비정상적 세포조직을 교정하려는 것이 그 목적이다. 엄격한 의미의 유전자 치료는 유전자 자체의 결함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러나 유전병 치료는 유전자를 잘못 개조할 수 있으며 때로는 실패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런 유전자 실험이나 치료는 현재로서는 인간 이외의 생명에만 국한시켜야 한다는 사실은 새삼 강조의 여지가 없는 문제이다.
동일한 유전인자 즉 인간의 배자를 복제하는데 성공했다는 사실은 꼭 같은 유전인자를 가진 인간을 여럿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얘기를 의미한다. 나아가서는 똑같은 인간을 무한정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 같은 기술은 과학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에는 하나의 획기적인 성과인 동시에 본인들에게도 큰 영광이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같은 실험 결과는 이미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동물이나 식물에서 큰 성과를 거두어 인류에 많은 공헌을 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같은 실험이 인류와 인류사회 전체를 큰 혼란에 빠뜨리게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꼭 같은 유전자를 가진 인간을 다수 혹은 그 이상 출현케 함으로써 나타날 부정적 결과는 자명한 것이며, 한걸음 더 나아가서 -그같은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하겠지만-극단적인 경우에 첫 아이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둘째 아이를 단순히 장기제공용으로 출산할 수 있는 경우도 결코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인간 복제문제는 앞으로 배자를 모체에 수정시키지 않고 공장에서 자동화된 기계에 의해서 무제한 생산될 수도 있는 가능성까지 우리에게 던져준다. 이렇게 될 경우 공장에서 생산된 어린이들의 성장과정에서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고 혼인제도나 가족제도의 붕괴, 그로 인한 사회의 대혼란을 감당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 그것은 곧 인류의 파멸을 의미한다.
이번 사건은 우리 인류에게 유전인자에 대한 ‘제한 없는 연구’나 조작행위를 스스로 삼가도록 촉구하고 있다. 교회는 인류공동체에 진정으로 공헌할 수 있는 연구에 대한 윤리지침서를 제정하는데 적극 앞장서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인간 생명을 담보로 한 비윤리적, 반생명적 실험이 시행될 수 없도록 모든 제도적 장치마련에도 나서야만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은 교회로 하여금 모든 신자들과 더불어 철저한 ‘생명의 감시자’가 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하겠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