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성서의 주제는 ‘지혜’입니다.
지혜는 한마디로 하느님의 속성이기 때문에 세상이 말하는 지혜와 성서가 말하는 하느님의 지혜는 서로 다릅니다. 세상의 지혜로 볼 때 하느님의 지혜는 아주 어리석게 보입니다. 그러나 참 지혜는 하느님께로부터 옵니다.
1독서(지혜 6,12-16)에서는 지혜를 예찬하면서 지혜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가까운 곳에 있으며 마음만 먹고 찾기만 하면 누구나 만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참 지혜가 무엇이라는 것을 알아야 지혜를 만날 수 있지 참 지혜를 모르면 거짓 지혜를 찾기 위해 인생을 허비하게 됩니다.
오늘 복음의 ‘열 처녀의 비유’도 지혜로운 자들과 미련한 자들에 대한 이야깁니다. 똑같이 신앙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어떤 처녀들은 주님을 만나는데 어떤 처녀들은 만나지 못합니다. 지혜의 차이 때문입니다. 바로 이와 같은 모순이 세상 전체에 퍼져 있습니다.
전에 박정희 대통령이 ‘유비무환’이란 말을 즐겨 썼습니다. 국방을 튼튼히 하려는 통치자의 의지에서 나온 말로 미리 준비를 철저하게 해두면 화를 물리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그분은 나라의 국력을 크게 신장시켰습니다. 그런데 대통령 자신은 아무 준비도 없는 상태에서 어느 날 갑자기 화를 만나서 비명횡사하게 됩니다. 정말 아이러니컬한 일이었습니다.
신약에서 지혜는 예수님 자신을 말합니다. 예수님은 하느님께로부터 직접 오신 지혜입니다. 그래서 성서는 그리스도를 아는 것이 지혜요 그리스도를 믿고 그리스도를 영접하는 것이 가장 큰 지혜라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오늘 미련한 처녀들은 먼저 유태인들을 말합니다. 그들은 수백년동안 메시아를 학수고대해 왔으면서도 정작 메시아가 그들을 찾아 주셨을 때는 맞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등잔을 모두 가지고 있으면서도 기름이 없었기 때문에 불을 밝히지 못해서 신앙을 영접하지 못합니다. 깜깜하니까 알아보지 못합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무런 준비도 없이 지옥에 떨어지는지 모릅니다. 설마 설마 하다가 결국은 깜깜한 어둠 속에서 혼자 외롭게 방황만 하고 주님은 만나지 못합니다. 등잔에 기름이 없기 때문입니다.
옛날 어떤 부자에게 바보 친구가 한 명 있었습니다. 하루는 부자가 바보에게 지팡이를 하나 주면서 “너보다 더 큰 바보가 있으면 이 지팡이를 그에게 주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바보는 지팡이를 잘 간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부자가 병에 걸려 죽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바보가 부자를 찾아 갔습니다. 그리고 물었습니다.
“이제 곧 먼 길을 떠날 텐데 준비는 되었는가?”
그러자 부자는 힘없이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이때 바보가 그때까지 보관하고 있던 지팡이를 도로 부자에게 주면서 “자네같은 바보가 세상에 어디 또 있겠는가, 이 지팡이는 자네가 임자일세”하고 말하더랍니다.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좋은 등잔 비싼 등잔을 원하면서도 기름걱정은 안합니다. 그것이 세상 지혜의 모순입니다.
사람이 아무리 황금의 등잔을 가지고 있다 한들 기름이 없으면 무슨 가치가 있으며 아무리 비싼 보석이 등잔에 박혔다 한들 불을 밝히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이것은 다시 말해 아무리 잘 살아도 참 지혜를 모르면 결국 불행하다는 것입니다.
교회는 지금 마지막에 오실 주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재림은 항상 연기되어 오고 또 연기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듣는 척도 안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열 명의 처녀가 모두 잠자듯이 그렇게 태만합니다. 그러나 주님은 늦은듯이 오시면서도 어느 날 갑자기 오십니다. 우리는 그것을 항상 깨닫고 있어야 합니다.
여러분은 모두 그분의 처녀요 또한 등잔입니다. 그래서 항상 예쁘게 단장해야 하며 등잔을 늘 깨끗이 닦고 기름을 항상 점검해 봐야 합니다. 그 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릅니다. 하늘의 천사들도 모르고 예수님 자신도 모른다고 하셨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마음으로 신앙을 반성하면서 등잔에 기름을 준비하도록 합시다. 이것이 참 지혜의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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