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 20,1-16)
마침내 임금지불이 시작되었다. 아침에 일꾼모집을 고용주인이 직접 한 것처럼 임금도 직접 주인이 지불할 것 같지만 느닷없이 포도원 관리인이 등장한다. “일꾼들을 불러서 품삯을 지불하라”고 주인이 시킨 것이다. 이것은 하느님이 온 인류를 구원의 마당으로 부르신다는 성서의 사상과 불린 사람들이 세상 마칠 때에 최후심판을 받는 광경에서 천사들을 시켜 악인과 선인을 가리도록 하는 신학사상을 뒤에 깔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마태 13,41 : 24,31 : 마르 13,27).
임금지불 순서는 임금을 받는 쪽에서나 주는 쪽에서나 그리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임금을 얼마큼 받느냐 또는 얼마를 주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순서를 굳이 따진다면 먼저 고용된 사람들부터 지불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그러나 이 비유에서는 그 순서를 일부러 거꾸로 뒤집어 놓았다. “맨 나중 온 사람부터 시작하여 맨 먼저 온 사람들의 순으로 지불하여라” 이렇게 순서로 거꾸로 놓아야 이 비유의 교육적 목적을 설명하는데 적절하다. 만일 먼저 온 사람들의 순으로 임금이 지불되었다면 먼저 받은 사람은 가 버렸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나중 온 사람이 자기들과 같이 받는 불공정성을 목격하지 못했을 것이고 따라서 불평하는 소리와 불평에 대한 고용주의 답변이 전개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 비유의 교육적 목적을 설명하는 대목이 바로 주인의 답변에 있다.
결국 먼저 온 사람들은 나중 온 사람들과 같은 임금을 받았다는 것을 목격하였다. 그들은 맨 나중 온 사람들이 먼저 임금지불을 받는데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맨 나중 온 사람이 1데나리온을 받는 것을 보고는 심중으로 자기들은 더 많이 받을 것이라는 당연한 기대를 하였다. 오후 5시에 온 사람들은 사실 별로 일한 것이 없다. 기껏해야 1시간 정도 일했다. 그러나 맨 먼저 온 사람들은 12시간을 일했다. 그것도 뙤약볕 밑에서 노동의 고통을 참으며 일했다. 그러니 애초에 1데나리온으로 계약을 맺기는 하였지만 당연히 더 받아야 한다.
일꾼들은 한 데나리온의 돈을 받아들고 불평하였다. “막판에 와서 한 시간밖에 일하지 않은 저 사람들을 온 종일 뙤약볕에서 고생한 우리들과 똑같이 대우하십니까?” 이들의 불평은 얼른 보면 당연한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들은 말을 잘 못하였다. “막판에 온 사람이 1데나리온을 받았다면 저희들에게는 일한만큼 더 주셔야 하지 않겠습니다?”라고 했어야 했다. 자기가 받을 것을 받고서 남도 같이 받았다고 불평하는 것은 시샘하는 말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불공성에 대한 불평을 했어야지 남이 횡재한 것을 아니꼽게 볼 필요는 없었다. 그래서 주인이 대답하는 말한 것 “내가 당신에게 잘못이 무엇이요? 당신은 나와 한 데나리온 품삯으로 약정하지 않았소?” 이어 주인은 “내가 남에게 더 준 것을 당신은 나쁜 눈으로 보고 있소”라는 책망을 한다. 문제는 이 나쁜 눈이다.
유대아인들은 예수께서 바리사이파 사람네 집에서도 식사를 같이했고 세리나 죄인들과도 식사를 같이했다. 이때 유대아인들은 세리나 죄인들과 같이 어울린다고 예수를 고깝지 않은 눈으로 보았다. 다시 말하면 죄인들을 자기네들과 같이 취급한다는 불평의 말이다.
인간들은 하느님의 선하심과 하시는 일을 정당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인간은 인간의 법과 관습으로 모든 사회를 평가하기 때문이다. 하느님이 이스라엘 사람들을 먼저 부르셨고 다음에 예수를 통하여 모든 민족을 일시동인(一視同仁)의 심정으로 부르셨다. 문제는 먼저 불리고 나중에 불린데 있지 않다. 비유에서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먼저 불린 사람과 나중 불린 사람의 일한 내용이 중요한 것이다.
하느님은 일한 만큼 약속하지만 보수는 그 보다도 더 많이 무한히 주신다. 이것은 세상에서는 보너스, 또는 행운이지만 천상세계에서는 일상사이다. 하느님 나라의 정의와 이 세상의 정의는 이렇게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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