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연중 마지막 주일의 바로 전 주일을 ‘평신도 주일’로 정하여 교회 안에서의 그들의 역할과 사명에 대해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백성이 나라의 주인이라면 평신도는 교회의 주인입니다. 성직자도 수도자도 다 평신도에게서 나옵니다. 따라서 평신도가 제 몫을 잘할 때 좋은 교회가 됩니다.
어느 본당에서고 지나치게 적극적인 ‘열성파’가 있는가 하면 누가 뭐라 하거나 말거나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 아주 소극적인 ‘무관심파’도 있습니다. 이들 양쪽이 다 바람직한 평신도 상은 아닙니다. 할 수만 있다면 ‘자기 뜻대로’ 사는 삶에서 ‘주님 뜻대로’ 사는 지혜를 배워야 합니다. 신앙이 바로 그것입니다. 내 뜻을 꺾고 주님 뜻을 따라 걸어가는 것이 최고의 믿음입니다.
모 신심 단체의 회원으로 교회에서 열심히 봉사하는 자매가 있었습니다. 레지오 성가대는 물론 철야기도 환자방문 등에서 그녀가 뛰지 않는 분야는 없었습니다. 그러자니 가정 일에 너무 등한히 하여 가정불화가 자주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수녀님이 가끔 가정 일에도 충실하라고 하면 그녀의 대답은 늘 단호했습니다.
“주님 일은 하루도 쉴 수가 없습니다”
그 말은 맞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말 뒤에 감춰진 자신의 이기심을 살펴봐야 합니다. 주님은 결코 그렇게 원하시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가정에 충실하면서 하느님 사업에 봉사하기를 더 기뻐하십니다. 자기가 좋다고 해서 자기 멋대로 열심하게 살겠다고 한다면 그는 주님 뜻보다도 자기 뜻대로 사는 어리석은 독선일 수 있습니다.
오늘 1독서(잠언 31,10-31)에 나오는 ‘어진 아내’는 바로 착한 평신도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어진 아내가 남편의 자랑이요 기쁨이라면 착한 평신도는 교회의 자랑이요 기쁨입니다. 이보다 더 큰 재산도 없고 그보다 더 소중한 보배도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신부(각시)라는 사명을 가지고 맡은바 역할에서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복음에 나오는 ‘달란트’의 비유도 마찬가집니다. 이 말씀은 평신도들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그 직책과 역할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하느님 나라의 사업은 1차적으로 평신도에게 맡겨져 있습니다. 이에 능력껏 협조하여 교회 공동체를 성장시키는 것이 하느님의 소망이요 기쁨입니다. 누구라도 이러한 하느님의 뜻을 거절한다면 그는 아마도 ‘가슴을 치는 날’을 스스로 만들게 될 것입니다.
한국 천주교회에는 위대한 평신도들이 많습니다. 과거 선조들의 순교 신앙뿐만 아니라 오늘의 시대에도 훌륭한 평신도들이 많습니다. 우리 교회가 자랑하는 것도 바로 그것입니다. 어떤 주교님은 당신의 교구 사제들에게 “평신도를 본받고 존경하라”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저 자신이 교포사목을 임시로 하면서 느끼는 것이 그것입니다. 마이애미 공동체만 해도 본당 신부가 공석이었는데도 평신도들 스스로가 레지오 쁘레시디움을 만들어 꾸리아까지 조직했으며 또한 구역모임을 만들어 기초 공동체를 착실하게 성장시켜 왔습니다. 놀라운 일입니다. 아마 세계 각지에서 한인 교민 사회를 이루고 있는 곳에서는 틀림없이 자생적인 천주교회의 기초 공동체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진 아내’는 그냥 아무렇게나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부모의 좋은 표양과 또한 가르침에 따를 순종과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가문의 전통과 분위기라는 것도 아주 중요합니다. 효자가 효자를 낳듯이 어진 아내가 어진 아내를 만들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도 계속 좋은 전통을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교회는 실로 ‘현숙한 아내’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맡은바 그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야 합니다. 지나치게 겸손한 것도 교만이요 지나치게 나서는 것도 역시 교만입니다. 직책을 가졌거나 안 가졌거나 우리의 본분을 다하고 또한 사명에 충실하도록 합니다.
“너는 과연 착하고 충성스러운 종이다. 네가 작은 일에 충성을 다하였으니 이제 내가 큰일을 너에게 맡기겠다. 자, 와서 네 주인과 함께 기쁨을 나누어라” 우리는 모두 주님의 이 말씀을 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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