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온 마음으로, 온 영혼으로, 온 힘으로 너의 하느님이신 주님을 사랑하라’
1, 첫째 계명
“하느님께서는 역사 안에서 당신의 전능하고 자비롭고 해방적인 행동을 상기시켜 주시면서 당신을 알려 주신다… ‘바로 내가 너희를 이집트 땅 종살이하던 집에서 이끌어 낸 하느님이다’ 첫 말씀은 율법의 첫째 계명을 담고 있다. ‘너희 하느님 야훼를 경외하여 그를 섬겨라… 다른 신들을 따라 가면 안 된다’”(신명 6,13-14)(<2084>)
십계명의 첫째 말씀의 기조는 하느님의 지배권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구원과 해방을 제안하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을 참된 하느님께로 향하게 하며, 그리하여 인간을 다른 모든 예속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다.
하느님을 두려워하게 되면 지상의 어떠한 권력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피조물인 인간은 절대자에게 의존하여 있음을 체험한다. 그리하여 인간은 참된 하느님을 찾아서 알아보거나 자신이 지어낸 거짓 절대자에게 의식적으로 자신을 내맡기거나 한다.
“우상 숭배는 단지 이교의 거짓 예배와만 관련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하느님이 아닌 것을 신격화하는 것이다. 인간이 하느님 대신 피조물을, 즉 신들이나 악마들(예컨대 악마교), 권력, 쾌락, 인종, 조상, 국가, 돈 등을 존중하고 공경할 때 우상숭배가 되는 것이다.” (<2113>)
흠숭과 공경은 추상적인 하느님께가 아니라 개인들과 인류에게서 계속되는 해방의 역사의 하느님께 바치는 것이다.
하느님께서 단 한 분뿐이시라면 수많은 종교가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 종교의 다원주의는 인간은 마음속으로부터 하느님을 필요로 하고 있음을 나타내며 어떠한 압력으로부터도 벗어난 충만한 자유로움 속에서만 종교적 탐구가 이루어 질 수 있음을 증거한다.
종교 자유에 대한 권리는 모든 종교가 동등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하느님을 찾는데 있어서 모든 사람은 동등하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누구나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자신의 길을 걸어갈 권리가 있는 것이다. (<2106> 참조)
종교적 다원주의는 이른바 종교적 통합주의(=여러 종교를 한데 합침)나 상대주의나 무관심주의에 이르게 하는 것이 아니다. 가톨릭의 진리는 다른 종교들을 존중하도록 요청하며 인류의 대의를 위한 대화와 협력을 촉진한다.
한 분 뿐이신 하느님을 따름은 노예와 예속 상태를 만들어 내는 거짓 신앙으로부터 해방시킨다. 이러한 거짓 신앙의 예로 새교리서는 여러 형태로 나타나는 미신을 열거한다.
“마귀나 악마들에게 의존하는 것, 죽은 이들의 혼을 불러내는 것, 미래를 알아맞힌다고 잘못 생각하는 기타 행위와 같은 모든 형태의 마술은 배격되어야 한다. 출생시의 성좌에 따른 점을 알아보는 것, 점성술, 수상술(手相術), 조짐과 운명에 대한 해석, 점보기 현상, 무당에게 의존하는 것은 시간에 대한, 역사에 대한, 그리고 마침내 인간에 대한 지배 의지와 아울러 숨은 능력에 호감을 사려는 욕구를 내포하고 있다.” (<2116>)
이러한 것들은 불합리한 경신(輕信)으로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벗어나기 어려운 심리적 예속 상태를 만들어 낸다. 그리하여 하느님께서 믿는 사람들에게, 당신의 섭리를 신뢰하는 사람들에게 보장해주시는 해방의 길을 위험에 빠뜨린다.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악과 악의 세력을 이기셨다.
우리는 이제 악마의 시대에 살지 않고 구원의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그리고 온 인류가 이룩해야 할 구원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 대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2133> “온 마음으로 온 영혼으로 온 힘으로 너의 하느님이신 주님을 사랑하라”(신명 6,5)
<2134> 첫째 계명은 인간에게 하느님을 믿고, 하느님께 희망을 갖고, 누구보다도 하느님을 사랑하도록 촉구한다.
<2135> “너의 하느님이신 주님만을 섬겨라”(마태 4,10) 하느님을 흠숭하고 하느님께 기도하고 그분께 마땅히 드려야 할 예배들 드리고 그분께 한 약속과 서원을 지키는 것은 첫째 계명을 준수한다는 것을 표시하는 신앙의 덕행 행위이다.
<2136> 하느님께 참된 예배를 드릴 의무는 개인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인간과 관계된다.
<2137> 인간은 “사적으로나 공적으로나 종교를 자유롭게 신봉할 수 있어야 한다” (종교 자유에 관한 선언, 15항).
<2138> 미신은 참된 하느님께 드리는 예배로부터 일탈하는 것이다. 그것은 다양한 형태의 점술이나 마술과 같은 우상숭배로 나타난다.
<2139> 말이나 행동으로 하느님을 시험하는 행위, 독성(瀆聖), 성직매매(simonia)는 첫째 계명이 금하는 불경죄이다.
<2140> 하느님의 존재를 배격하거나 거부하는 무신론은 첫째 계명을 거스르는 죄이다.
<2141> 성상에 대한 공경은 하느님 말씀의 강생의 신비에 바탕을 두는 것이다. 그것은 첫째 계명에 어긋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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