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디디무스는 313년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어났으며, 4살 때에 이미 눈이 멀었기 때문에 그에게 ‘소경’이란 별명이 붙게 되었다. 그는 신체적 장애 때문에 정상적인 교육을 받지 못하였지만, 스스로 노력하여 기적과 같이 백과사전적 지식을 갖추게 되었다. 아타나시우스 주교는 그를 신임한 나머지 알렉산드리아 교리학교의 교장으로 임명하였다. 사실 아타나시우스는 오리게네스에 의해 꽃피웠던 알렉산드리아 학파의 오랜 신학 전통을 그를 통해 계승, 발전시키려 하였다. 디디무스는 뛰어난 학식과 모범적인 생활을 통해 많은 제자들을 배출함으로써 주교의 기대에 부응하였다. 디디무스의 제자들 중에는 나지안조의 그레고리우스, 예로니무스, 루피누스, 빨라디우스 등 당대의 쟁쟁한 학자들이 많이 있다. 예로니무스는 그를 계속 스승이라 부르고, 그의 가르침은 동방교회와 서방교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증언한다. 디디무스는 아타나시우스 주교의 노선에 따라 니체아 공의회의 신조(信條)를 고수하였지만, 아리우스이단 논쟁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거나 또는 신체적인 이유 때문에 아타나시우스 주교가 귀양을 가야했을 때에도 그는 화를 면할 수 있었다. 그의 나날은 신학연구와 기도로 짜여 있었다. 그는 특히 수도생활에 관심을 갖고 스스로 수도자와 같이 생활하였으며, 빨라디우스의 증언에 의하면, 은수자 안토니우스의 암자를 4번이나 방문하였다고 한다. 그는 398년에 8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평신도로 머물러 있으면서 후배들을 양성하는 데에만 전념하였다. 그에 대한 평가는 시대에 따라 정반대로 나타난다. 그는 동시대인들에게는 신학노선이나 생활에 있어 극히 모범적인 인물로 존경을 받았다. 그러나 그의 사후 150년 후인 6세기 중엽 오리게네스 논쟁이 발생하자 사정이 돌변하였다. 디디무스는 오리게네스의 열렬한 추종자였으며, 오리게네스의 사상을 끝까지 옹호하였다. 그러나 오리게네스의 학설 중에서 영혼의 선재사상과 윤회사상이 문제가 되어 제5차 공의회인 콘스탄티노폴리스 공의회에서 오리게네스가 단죄받자, 오리게네스의 추종자였던 디디무스도 함께 단죄받게 되었다. 이 단죄는 제6차 7차, 8차 공의회에서도 재확인되었다.
저서
디디무스는 수많은 저서를 저술하였지만 대부분 상실되어 전해지지 않는데, 이것은 오리게네스 논쟁 때에 함께 단죄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성삼론(聖三論) : 381-392년경의 작품으로, 다행히 유실되지 않은 중요한 저서이다. 디디무스는, 아타나시우스의 신학노선에 따라 성삼의 ‘동일한 본성’을 역설한다. 그는 모든 유형의 성자종속론을 배격하면서, 아리우스 이단과 마니케오 이단에 대해 논박한다. 디디무스는 제1권에서 주로 성자의 위격(位格)에 대해 다루고, 제2권에서는 성령의 위격에 대해 언급하고, 제3권에서는 성삼의 교리를 55가지 삼단논법으로 요약한 다음, 성삼론에 관한 당시의 이단적 주장들을 성서에 근거하여 예리하게 반박한다.
아리우스와 사벨리우스 논박 : 이 저서는 니싸의 그레고리우스의 이름으로 전해오지만, 학자들은 이 저서의 저술 연대가 362년이어서 그레고리우스의 저서가 될 수 없으며 문체와 내용 면에서 디디무스의 저서라고 주장한다. 디디무스는 성삼론의 대표적 이단자들인 아리우스와 사벨리우스를 대항하여 정통교리를 설명하고 있다.
성령론 : 381년 이전에 저술된 것으로 보이는 이 저서의 희랍어 원문은 상실되었고, 384~392년 사이에 예로니무스에 의해 번역된 라틴어 역본만 남아있다. 디디무스는 제1부(4~29장)에서 아리우스 이단에 대항하여 성령이 피조물이 아니라 성부와 성자와 같이 ‘동일한 본성’을 지니고 계시다는 점을 증명하고, 제2부(30~59장)에서는 가톨릭교회의 정통교리를 여러 성서구절들을 통해 입증하고 있다.
마니케오 이단 논박 : 18장으로 되어 있는 이 저서에서 디디무스는 마니케오 이단을 철학적인 관점에서 반박하면서, 이단자들이 자기들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내세우는 성서구절들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다. 디디무스는 이 저서 외에 다른 주석서들에서도 마니케오 이단에 대해 자주 논박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당시 이집트 안에 마니케오 이단이 얼마나 성행하였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성서주석 작품들 : 디디무스의 성서주석 저서들은 엄청나게 많다. 예로니무스의 증언에 의하면, 디디무스는 시편, 욥기, 이사야서, 호세아서, 즈가리야서 등 구약성서에 관한 주석을 집필하였다고 하는데, 그 중 어느 것도 완본(完本)으로 전해지지 않고, 단편으로 전해질 뿐이다. 예로니무스는 특히 그의 시편 주석을 기념비적 작품이라고 칭송한다. 또 그는 마태오복음, 요한복음, 사도행전, 코린토 전서와 후서, 갈라디아서, 에페소서 등 신약성서에 관해서도 주석하였는데, 단편들만 전해지고 있다. 이 주석서들에서 그는 성서를 우의적(寓意的), 신비적 방법으로 주석하고 있는데, 이것은 그가 알렉산드리아 학파의 전통과 오리게네스의 교육 방법을 얼마나 충실히 따르고 있는지를 말해준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