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성서위원회(위원장 이병호 주교)는 제9회 성서주간을 맞아 담화문을 발표하고 ‘새로운 복음화’의 구체적인 실천으로 성서 사도직 운동을 활성화해 나갈 것을 요청했다.
“예수께서는 우리의 믿음이 말씀의 실천을 통하여 현실 안에서 구체적인 복음화로 열매맺기를 간절히 고대하고 계신다”고 강조한 성서주간 담화문은 성서운동이야말로 ‘새로운 복음화’를 가로막는 현실의 담을 허무는 길임을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교회 전체에 요원의 불길처럼 타오르는 성서운동을 어떻게 ‘새로운 복음화’로 연결시켜 현 세대의 요구와 희망에 부응하느냐 하는 것이다.
성서운동의 ‘새로운 복음화’에 대한 시대적 적응은 기존 성서 사도직 운동의 전면적인 쇄신을 요구하고 있다. 전 신자가 ‘성서 생활화’를 실천하지 않고서는 ‘복음화’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성서주간 담화문에서도 밝힌바 같이 “성서의 핵심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시며 이분을 소개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성서를 소개하는 일”이다.
교회의 전통 안에 보고(寶庫)로 존재하는 성서를 통하지 않고서는 ‘새로운 복음화’의 실천도, 교회의 쇄신도, 신자 개인의 구원도 결코 실현될 수 없다.
현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성서운동의 중요성은 교세 둔화 현상과 냉담자 증가에서 잘 찾아볼 수 있다. “교회 건물과 신앙인들은 크게 늘어나지만 세상은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고 걱정하는 기성인들의 고민에 대해 신학자들은 바로 “성서를 가까이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세례성사를 받고 교회 구성원이 되었지만 여전히 ‘복음의 이교도’로 남아 있기에 곧 냉담하고 만다는 것이다.
‘성서를 생활화하자’는 근본 목표 아래 시작된 한국 가톨릭교회 성서운동은 한국교회 창립 때와 같은 독창성과 고유성을 지니고 발전해 왔다.
한국 가톨릭교회 성서운동의 효시로 지난 72년에 발족 지금까지 성서 사도직 운동을 주도해온 ‘가톨릭 성서모임’은 10여 명 여대생들이 ‘성서읽기’와 ‘성서를 생활화하자’는 순수성을 갖고 시작했다.
평신도에 의해 시작된 한국 가톨릭교회에 성서운동이 10년이 지난 80년도에 들어서서야 성서 사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성서연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을 받든 한국교회 최초의 평신도 복음화 운동으로 시작된 가톨릭 성서모임은 이후 ‘성서 40주간’ ‘통신성서’ ‘어버이 성서모임’ 등 다채로운 성서모임을 태동시켰고 주교회의에 성서위원회를 신설, 성서주간을 설정토록 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평신도들이 주축이 돼 한국교회 전체에 성서 사도직 운동을 확산시킨 성서모임이 뿌리를 내린지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보편, 활성화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성서운동 관계자들은 일차적으로 ‘성서운동’에 대한 교회당국과 신자들의 무관심을 지적하고 있다.
“성서 사도직 운동을 총괄적으로 관장하는 변변한 기구 하나 없이 성서 본문을 정확히 전달해줄 충실한 번역의 신구약 합본 성서 하나 없이 성서운동의 발전과 신자들의 재복음화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것이 이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교구 성서모임 전담 성직자들은 “성서 사도직 운동을 총괄적으로 통제할 초교구적 전담기구가 마련되지 않아 성서모임 단체 간의 횡적교류와 정보교환이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무엇보다 아쉽다”고 지적하고 “성서모임의 상호보완과 발전뿐 아니라 신앙과 삶이 분리된 신자들의 신앙생활 이원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성서 사도직 운동의 제도 개편은 신속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지금까지의 성서운동은 평신도 봉사자 양성에 주력, 가난한 계층과 함께하는 성서모임이 부족했다”고 반성한 이들은 “젊은이들뿐 아니라 주부, 노인, 빈민들도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성서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단편적인 성서 지식 전달이 아닌 영성과 체험이 바탕이 된 성서 체험의 교육이 성서 사도직 운동 쇄신에 중요한 몫을 차지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성서모임 평신도 봉사자들은 “아는 것보다 실천을 중요시하는 성서운동이 ‘새로운 복음화’의 구체적인 실천사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일차적으로 ‘성서 보급 확대’와 ‘성서읽기운동’의 확산이 요구된다”고 지적하고 “값싸고 다양한 종류의 보급용 성경전서 출판”을 희망했다.
성서모임 평신도 봉사자들은 성서읽기운동 확산을 위해 87년부터 농어촌 저소득자와 교도소, 군부대에 ‘성서 보내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현재 나와있는 신구약 합본성서는 1977년에 간행한 ‘공동번역’ 하나뿐이어서 성서보급에 상당한 애로를 겪고 있다. 다양하지 못한 보급판 성서가 ‘성서읽기운동’의 주범이 된 것이다.
성서 사도직 운동 평신도 봉사자들은 “성서운동의 일련의 문제와 장애요인들은 사목적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자발적인 평신도 운동에 대해선 전폭 지원하지 않는 교회당국의 한계에 기인한다”면서 “교회 지도자들의 전폭적인 지원과 본당 사목자들의 후원만이 성서 사도직 운동을 활성화하는 유일한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교회가 ‘새로운 복음화’의 유일한 해답으로 ‘성서운동’을 직시한 것을 고무적으로 평가한 성서모임 대표들은 이번 성서주간을 성서 사도직 운동을 쇄신할 전환기로 삼고 “그리스도를 끊임없이 세상에 소개하는 성서운동을 발전시키기 위해 교회 내 전 신자들이 매일 성서읽기에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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