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초기 신앙선조들은 교회 태동과 동시에 우리말본 성서번역 작업에 착수, 성서 보급에 앞장서왔다. 2백여 년의 역사의 흐름 속에서 우리 민족의 삶과 문화에 방대한 영향을 끼쳐왔던 「우리말 성서」는 오늘의 한국교회를 이루어 온 원동력으로 작용해왔다. 제9회 성서주간을 맞아 영원한 도움의 성모회가 제공한 「성서와 함께」 자료를 기초로 한국 가톨릭교회의 ‘우리말 성서변천사’를 알아본다.
한국 가톨릭교회의 성서 번역사업 및 성서보급 변천사에 대해 교회 사학자들은 성서번역의 목적에 따라 일반적으로 전례용 성서번역기와 신자용 성서번역기 등으로 구분한다.
한국 가톨릭교회 최초의 성서번역본은 「성경직해」. 역관 출신인 최창현이 1790년에서 1800년 사이에 연중 주일과 축일 때 읽혀지던 4복음서의 성경구절을 발췌, 해석을 붙인 한문본 「성경광익」과 「성격직해」를 재편집, 우리말 번역본 「성경직해」(성격직해광익)를 내놓았다.
「성경직해」는 처음에는 「성경광익직해」(聖經廣益直解)로 필사되고 불려오다가 1892년부터 활판본으로 간행되면서 「성경직해」로 낙착됐다. 활판본 「성경직해」는 1892년부터 5년간에 걸쳐 전질 9권으로 간행됐고 계속 내용을 수정, 보완 1940년까지 5판이 나왔다.
초기 신앙선조들은 또한 「성경직해」를 4복음과 예수 수난에 관한 구절로 각각 재편집 「성경 마두」 「성경 말구·누가」 「성경 요한」 「성경슈난」 등을 1892년 이전에 출간했고 부분적이지만 구약성서를 소개하는 「고경」(古經)과 고성경(古聖經) 등을 간행, 전례 및 신앙교육용으로 사용했다.
20세기에 들면서 한국 가톨릭교회는 신자들의 영성생활과 성화를 위해 신자용 신구약성서를 차례로 번역 간행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 처음 나온 것이 1910년에 간행된 「사사성경」이다.
한기근 신부와 손성재 신부가 공동 번역한 「사사성경」(四史聖經)은 라틴어성서 「불가타 역본」의 4복음서 부분을 한글로 완역한 것으로 해설이 첨가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기근 신부는 이후 1922년 사도행전 불가타 역완역본인 「종도행전」(宗徒行傳)을 간행하고 「사사성경」과 합본 「사사성경 합부 종도행전」을 발간했다.
1993년 한글 맞춤법 통일안이 공표되자 「사서성경」은 근대식 한글 맞춤법에 따라 띄어쓰기와 보조부호를 사용, 최초의 한글 맞춤법 표기안 개정판을 1939년에 선보였다. 이후 1941년에 분도회 소속 아르눌프 슈라이케르 신부가 신약성서 서간과 묵시록을 번역 「신약성서 서간·묵시편」이 나옴으로써 한국 가톨릭교회는 처음으로 완벽한 우리말분 신양성서를 갖추게 됐다.
성서 우리말 번역작업은 해방이후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 따른 개역 성서의 수정작업이 활발히 진행됨과 동시에 교회일치 차원의 공동 번역작업이 진행, 성서번역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1984년에는 한기근 신부가 역주한 「사사성경 합부 종도행전」에 선종완 김종진 최익철 신부가 해제와 주해를 붙인 「신약성서 상편」이 출간됐다.
「신약성서 상편」은 번역 원문에 충실하면서도 한글 새 맞춤법과 띄어쓰기, 표준말 사용원칙에 따른 한글표기를 시도해 성서번역의 새전환점을 열어주었고 1971년 「공동번역 신약성서」가 간행될 때까지 널리 보급됐다.
또한 성서원전에 충실한 우리말 번역이 요청되면서 성서학자 선종완 신부는 1955년부터 히브리어 원전을 토대로 구약성서 번역을 시작, 1958년 「구약성서 제1편 창세기」를 간행하면서 1963년까지 구약 16권과 제2경전 바룩서를 선보였다. 「구약성서 제1편 창세기」는 첫 머리에 「성서입문 총론」 「구약성서 입문」 「모세오경 입문」 등을 수록하고, 본문 밑에 상당 분량의 주해를 달아 구약성서 번역의 새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구약성서 번역사업은 선종완 신부에 이어 시인 신부인 최민순 신부가 구약 시편을 아름다운 우리말로 옮겨 1968년에 「성경의 시편」을 선보임으로써 신자들의 관심을 촉발시켰다.
성서 원문을 현대어로 직접 옮기려는 노력은 공동 번역작업을 통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교황청 성서위원회와 연합성서공회가 공동 번역을 합의함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1968년 「성서번역 공동위원회」를 조직, 노력한 결과 세계 최초로 「공동번역 신약성서」를 1971년에 간행했고 1977년에는 「공동번역 신약성서 개정판」과 구약 완역본을 합본, 「공동번역 성서」를 출시했다. 「공동번역 성서」는 가톨릭과 개신교가 하나의 교회를 지향하고 모든 이가 알기 쉽도록 성서를 꾸며 성서 대중화에 앞장섰다.
한국 천주교 2백주년을 기념하는 뜻에서 「2백주년 신약성서」라 이름지은 새 번역본은 1981년 「마르코 복음서」를 시작으로 1991년 3월에는 완역 합본 보급판을 출간했다.
주교회의 성서위원회는 2천년대를 목표로 교회 공용으로 쓸 수 있는 「구약성서 새번역」 사업을 추진, 92년부터 「시편」 「잠언」 등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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