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들은 세 번 울게 된다는 일설이 있다. 신체를 훼손당한 고통과 좌절감에 한 번 울고, 쥐꼬리만 한 보상에 두 번 울고,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해 또 한 번 울게 된다는 것이다.
한 사람의 인생을 헤어날 수 없는 삼중겹 막장으로 순식간 몰아가버리는 산업재해는 노동현장에 있는 모든 근로자들에게 늘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산업재해 발생률이 세계 1위이며 대만의 2배, 일본의 3배, 싱가포르의 4·5배로 경쟁상대국인 동남아 주변국에 비해서도 상당히 높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노동부가 보고한 지난 92년 한 해 동안의 산업재해 발생 실태를 보면 산재를 당한 노동자는 10만7천여 명으로 이 중 2천4백여 명이 숨지고 3만3천4백여 명이 장애인이 됐다. 이들 모두에게 지급된 산재보상금은 총 9천3백16억원. 하루 평균 2백94명이 사고를 당해 7명이 숨지고 92명이 장애인이 됐으며 재해자 한 사람당 평균 8백67만원이 보상금으로 돌아간 셈이다.
91년의 경우 하루 평균 3백51명이 사고를 당해 6명이 숨지고 82명이 장애인이 되었으며 재해자 한 사람에게 평균 5백48만원이 지급된 것과 비교하면 산업재해의 대형화 추세를 실감할 수 있다.
이 같은 통계는 산재보험 가입대상자인 5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만을 모집단으로 해 4일 이상 요양이 필요한 환자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며 그밖에 중소영세기업의 노동자들과 보고되지 않은 사례도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실상 산재노동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산업재해의 대형화 추세는 건설업계들의 건설물량 증가와 중화학 공업의 발달, 신종산업의 등장으로 인해 일단 사고가 났다하면 치명적인 대형이 많은데다 3D현상으로 인한 인력난으로 비숙련, 중·고령, 여성근로자들이 건설 및 제조업체에 많이 뛰어들고 있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노동부의 지난해 근속기간별 산업재해자 발생 통계를 보더라도 산업재해자 중 6개월 미만자가 절반이 넘는 55.7%를 차지해 미숙련 근로자에 대한 안전수칙과 작업방법의 불충분한 교육이 산업재해의 큰 요인임이 드러났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 92년 한 해 동안 국내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액이 4조6천5백78억원으로 국민 총 생산액(GNP)의 2%를 넘어섰다”고 우려하고 “휴일 다음날인 월요일 오전 8~10시 사이에 산재가 집중적으로 발생했다면서 월요일 아침시간대에 안전관리에 특히 유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우리나라가 산재 발생 빈도율이 높고 대형화돼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고 있는 것에 대해 산업안전공학 전문가들은 △재해를 예방한 만큼 상대적으로 큰 이윤을 창출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사업주들의 인식 결여 △자신의 안전은 자신이 지킨다는 적극적인 재해 예방활동에 소홀한 근로자들의 안일한 자세 △정부 당국의 시대흐름에 뒤진 산업재해 예방책 등을 꼽았다.
“인간생명 존중이라는 사회윤리적 차원에서 과감한 재해예방 시설투자와 철저한 안전관리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한 산업안전공학 전문가들은 “단순한 위험관리차원의 안전관리가 아닌 신뢰도 높은 시스템을 설계 주기적인 예방정비를 통한 고장률 감소, 작업자의 직접 안전 확인으로 이어지는 시스템 안전(System Safety)제도로 발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국 노총 한창석 산업보건국장은 “노동자의 희생을 일방적으로 강요한 과거 경제성장 제일주의 시대의 국가정책과 사업주들의 안전시설 투자 미비가 산재 증가의 주범”임을 지적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노동의 가치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근로자의 권익보호와 근로에 적합한 생산시설 구비 등 스스로 재해요인을 제거해 나가는 능동적인 참여가 산재방지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한창석 국장은 또한 “산업재해 예방책인 산업안전보건법이 마련돼 있지만 이를 감시 감독할 노동부의 근로감독관이 태부족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산업안전지식이 풍부한 수준 높은 근로감독관 양성이 또 다른 재해 방지책”임을 제시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