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을 강조해온 교회는 지난 한 해 동안 복지활동에 얼마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보여 주었는가.
주교회의 차원의 해외원조가 처음으로 시작된 93년도는 그동안 수혜를 받던 교회에서 나누는 교회로 성장했다는 의미와 함께 사회복지활동에 대한 관심이 다양하게 표출된 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특히 주교회의 사회복지 위원회와 가톨릭신문사,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 운동본부, 가톨릭 나사업 연합회 등이 펼친 해외원조 활동과 가평 꽃동네와 대전교구 성모의 마을 등 대규모 복지시설의 준공 및 기공, 서울 한강본당 복지재단 설립, 서울 가톨릭 사회복지회를 비롯한 각 교구 사회복지회의 활동 등은 성숙돼 가는 한국교회의 단면을 나타낸 것으로 보이고 있다.
93년도 한 해는 무엇보다 나누는 교회로의 원년을 이룬 한해였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을 만큼 해외원조에 가장 많은 관심이 집중된 한 해였다.
지난해 가을 주교회에서 해외원조를 공식화 한 이후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는 불과 1년만에 총 10억원을 넘어서는 성금을 모금, 기근과 내전으로 아사 상태에 빠진 소말리아를 비롯한 아프리카 각국에 긴급구조사업으로 지원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과거 수십년 동안 세계 각국의 구호단체로부터 크게 도움을 받았던 한국교회로서는 한국교회의 위상에 걸맞는 역할을 스스로 자임하는 시도임과 동시에 국가와 민족을 초월한 그리스도적인 사랑을 표출해 낸 쾌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가톨릭신문 외신면을 통해 하루에도 수천명씩 굶어 죽고 있다는 소말리아 참상이 전해졌을때도 전국의 수많은 독자들을 스스로 절제한 몫을 성금으로 기탁, 불과 6개월만에 1억5천여만 원을 모금하는 애긍정신을 발휘했다.
이것은 곧 6·25전쟁으로 폐허가 됐을 때 우리를 도운 각국의 형제들에게 빚을 갚는 기회로서 또 같은 그리스도 형제로서 그들이 겪는 고통에 동참하겠다는 뜨거운 형제애의 발로로 풀이되고 있다.
가톨릭신문사는 돼지 저금통을 털어 보낸 산골공소 어린이의 코묻은 정성을 비롯, 사순절 극기한 몫을 보내온 교포신자, 몇 푼 안되는 월급을 정성껏 모아 성금으로 기탁한 군인들의 뜻을 모아 소말리아 현지에서 활동 중인 아일랜드 원조기구에 주교회의 사회복지회를 통해 전달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지난 89년부터 해외원조를 시작, 지난해만 총 1억5천여만 원의 성금을 해외 각국에 전달한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 운동본부를 비롯 아프리카 수단에 나사업 지원금으로 7천만원을 전달한 한국 가톨릭 나사업 연합회, 베트남 한인 2세를 위한 ‘한베트남 직업훈련원’ 후원사업 등 굵직한 해외원조 사업이 끊이지 않고 계속돼 왔다.
해외원조 사업과 함께 두드러진 사회복지활동은 대·소규모 복지시설의 증가를 꼽을 수 있다.
10월 7일 경기도 가평 꽃동네에 준공된 정신 및 노인요양원과 대전교구 사회복지사업의 모체가 될 ‘성모의 마을’ 기공식을 비롯 장애인 종합복지관인 하상회관 개관, 정신지체 장애인들의 자활촌인 ‘인지의 집’ 등 대규모 시설과 출소자의 집, 베베네 집 등 크고 작은 복지시설이 한 해 동안 크게 증가했다.
장애인들의 사회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대규모 복지시설보다 소규모 시설이나 가정공동체와 같은 재활사업이 가장 절실한 형편이지만 이러한 시설의 증가는 일단 장애인이나 시설수용자들에 대한 관심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일단 환영할 일이다.
‘장애인을 돕는 장애인’을 표방하며 가톨릭 맹인선교회가 3월에 문을 연 ‘하상 장애인 종합복지관’은 장애인들이 세운 자체복지관으로서는 국내 최초의 종합복지관으로 설립됐으며 장애를 가진 자녀들의 장래를 위해 정신지체 장애아동 부모들이 주축이 돼 5월에 개원된 ‘인지의 집’ 또한 93년 한 해 동안 이뤄진 복지사업의 성과로 기록될 것이다.
대규모 시설과 달리 소외되고 오갈 데 없는 불우한 이웃을 가족과 같이 돌볼 수 있는 소규모 공동체도 부쩍 늘어난 한 해로 평가되고 있다. 가정의 따뜻함이 살아 있는 밥상공동체를 이룰 수 있는 장점을 가진 이들 시설들은 주로 서울교도사목회가 운영하는 ‘베드로 보금자리’ ‘베베네 집’ 등으로 출소자나 무의무탁한 노인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한국교회 사상 처음으로 선보인 본당 차원의 사회복지법인 ‘대건사회복지 문학재단’을 설립한 서울 한강본당 또한 다양하게 요구되는 사회복지 요구수준과 나눔의 교회상을 적절히 구현한 복지재단을 설립했다는 평가를 받을만하다.
그동안 본당에서 펼쳐오던 복지활동과는 별개로 복지재단을 한강본당은 장학사업과 불우이웃돕기 등을 통해 지역사회 중심에 위치한 본당의 역할 강화로 이어질 전망이어서 어느 정도의 재력을 갖춘 본당이라면 이러한 재단을 설립,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복지활동을 펼쳐야 한다는 본보기가 되고 있다.
이러한 복지시설의 증가와 함께 93년 한 해는 불우한 이웃, 특히 병원비가 없어 애태우거나 시설운영비 마련이 어려운 이웃들에 대한 관심도 대단한 한 해였다.
가톨릭신문에 보도된 호소기사만 놓고 볼 때 15건의 호소기사에서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성금이 끊이지 않고 답지하는 등 이웃의 고통을 함께 나누겠다는 뜨거운 사랑의 손길이 물결을 이루었다.
93년도 한 해 동안의 교회 복지활동은 이처럼 한국교회의 성장에 걸맞게 다양한 방면으로 그 손길이 뻗쳐져 교회의 사명감을 나름대로 실천한 한 해로 평가되지만 반면에 아직도 같은 그리스도의 형제로서 우리의 손길이 필요한 이웃이 수없이 많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교회를 통해 시혜를 받는 장애인이나 불우이웃은 극히 일부임을 감안할 때 우리 교회가 더 많은 사랑를 베풀고 이들의 고통에 귀를 기울여야 함은 자명한 일이다.
복지활동에 투자되는 금액의 많고 적음이 복지수준을 가름하는 척도가 될 수 없음은 물론이고 이러한 투자와 함께 진정한 벗으로 그들에게 다가서려는 마음을 열고 있는지를 먼저 반성해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땅의 복음화를 위해 교회 모든 구성원이 혼연일체가 돼야 할 때 주위의 소외된 이웃도 복음화를 위해 함께 가야할 형제임을 스스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회관계자의 지적처럼 소외된 이웃과 나눈다는 것은 우리 자신이 신앙인임을 드러내는 가장 큰 표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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