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11,28-33)
“나의 말을 듣고 나를 보내신 분을 믿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이며 죽음에서 생명으로 옮아가 있다”(요한 5,24) “누구든지 내 말을 들은 사람은 절대로 죽음을 맛보지 않을 것이다.”(요한 8,51)라는 말씀은 예수께서 곧 부활이요, 생명이심을 믿게끔 하는 예수께 대한 신앙고백의 준비교육이었다. 이 신앙고백을 마르타가 처음 하게 된 것은 마르타와 그의 집안이 그만큼 예수와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들은 예수와 영적으로 일치되어 있었고 예수의 말씀은 언제나 그들의 양식으로 남아 있었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라는 말씀을 들었을 때 마르타는 하느님의 신비력에 푹 젖어 있었고 예수와 교감을 느끼면서 예수께 대한 믿음으로 목마른 사람이 강물처럼 흐르는 샘물을 흠뻑 마시고 있었다(요한 7,37-38). 사흘 전에 죽은 오빠일도 잊은 듯 그녀는 자기 여동생 마리아가 생각났다. 마리아는 그 누구보다도 예수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예수님을 뵙기를 고대하고 있을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르타는 예수와 그 일행을 그 자리에 남겨두고 곧바로 집으로 달려가서 마리아를 불러냈다. “선생님이 저기 와 계신다. 지금 너를 부르시고 계시다.” 주님과 함께 있는 것, 이것이 마리아의 몫이다. 좋은 몫을 마리아가 놓쳐서는 안 될 일이었다(루카 10,42). 마리아는 이 말을 듣고 목마른 암사슴이 물소식을 들은 듯(시편 42,1) 벌떡 일어나 예수께로 달려갔다.
예수께서는 아직도 마을 동구 밖, 마르타와 만났던 곳에 계셨다. 예수께서 왜 직접 마리아네 집으로 가시지 않고 마을 밖에서 기다리고 계셨을까. 애당초 이곳을 찾으려고 할 때 제자들이 유대아인들이 무서워서 스승님을 알리던 것을 생각한다면 유대아인들이 많이 와 있는 그 집에 가서 그들과 쓸데없는 분쟁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둘째로 예수의 이번 방문은 사적으로 가깝게 지내던 우정관계에서가 아니고 예수께서 라자로 소식을 들었을 때에 말씀하신대로 라자로의 죽음에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고 그 영광은 바로 예수의 죽음과 부활의 영광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사실의 전조가 된다는 것을 가르치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마리아의 집에 가지 않고 무덤에서 가까운 동구 밖을 만남의 장소로 정하셨던 것이다.
유대아인들의 무덤은 도시나 마을과 인접해 있는 조금 높은 곳에 설치되어 있었다. 하여튼 마리아는 예수의 불림을 받고 많은 문상객들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고 동구 밖으로 달려갔다. 문상 왔던 유대아인들은 마리아가 무덤에 통곡하러 가는 줄 알고 우르르 따라 나갔다. 그들의 장례예식은 망자가 죽은 날부터 보통사람 같으면 7일간 곡하는 예식이 주종을 이루고 있었다. 그들의 곡하는 예절은 우리처럼 아이고 아이고하면서 우는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고 직업적인 곡꾼의 지휘아래 친지이웃들이 모두 모여 가슴을 치며 곡하는 절차를 따른다.
그 곡하는 내용은 망자의 이름을 부르며 망자의 일생을 찬양하는 것을 첫째로 하고 비탄의 애가(哀歌)를 읊는 것을 둘째 내용으로 하며 망자와 그 집안사람들을 위로하는 것을 셋째 내용으로 한다. 유대아인들이 마르타와 마리아를 위로하러 와 있었다고 한 것은 문상예식에 참석하러 왔다는 말이다. 마리아는 예수께 가자마자 발아래 엎드리고 마르타 언니가 예수를 만나서 한 말과 같은 말을 하였다. “주께서 여기 계셨더라면 제 오빠가 죽지 않았을 것입니다” 마리아의 주님 앞에 엎드림은 그녀의 생생한 믿음을 표하고(루카 10,39, 요한 12,3) 마르타의 하느님의 아들이란 신앙고백을 대신한다고 볼 수 있다. 라자로가 예수의 사랑을 받던 오빠였던 것을 생각하면 서러움이 북받쳐 올라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따라 왔던 문상꾼들도 덩달아 곡을 하였다. 예수께서도 이것을 보시고 비분이 북받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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