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림절이라는 전례의 시기 안에서 오실 주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평생 기다리고 맞이해야 할 분이지만 그래도 교회에서는 특별한 시기를 정해 놓고 어떤 의식 안에서 뿐만 아니라 실제적으로 우리 삶과 가슴 안에 그 분이 오시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그분을 모실 수 있는 최상의 준비가 되겠는가 하는 것이 오늘 말씀의 내용입니다.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회개입니다. 세상천지를 다 둘러봐도 주님을 찾아서 만날 수 있는 길은 자신의 회개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개선할 때 주님은 비로소 그 인생 안에 오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보다 실제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주님을 기다리며 준비해야 합니다. “야훼께서 오신다. 사막에 길을 내어라.”
이 말씀은 유대백성이 바빌론에서 귀양살이하며 고생할 때 이제 하느님께서 찾아주시어 해방의 날을 맞게 되리니 그분이 오실 길을 닦아야 한다는 이사야 예언자의 기쁨과 희망에 찬 목소리입니다. 그리고 길을 닦으라는 말은 다시 세례자 요한의 목소리에 담겨서 오늘 복음에서도 울리고 있습니다.
회개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굉장히 어렵습니다.
저는 젊은 시절에 술로 인해서 많은 죄를 지었습니다. 나이 들어서도 여전했습니다. 고해성사도 수없이 보았지만 허사였습니다. 술로 인해 짓는 죄, 술을 끊지 않고는 다른 죄를 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술을 끊기까지는 30년이라는 긴 세월이 걸렸습니다. 너무도 힘들고 어려운 작업이었습니다. 그러나 은총이었습니다.
어떤 자매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필요 없는 말을 너무 많이 하는 여자였습니다. 그러니까 거짓말도 많이 합니다. 물론 고의적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는 결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데 말을 하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남을 속이면서 허풍을 떨고 거짓말을 합니다. 그 여자가 그랬습니다. 아주 죽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묘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성탄 면접을 할 때의 일이었습니다. 마침 교무금 책정을 하는데 그 여자가 미리 죽는 소리를 했습니다. 그 의도는 어떻게 해서든지 적게 내보자는 심사였습니다. 그때 제가 그랬습니다. 자매님은 왜 늘 거짓말 속에서만 살려고 하느냐, 교무금은 다 안내도 좋으니 수입의 십분의 일이 도대체 얼마냐고 정직하게 말해보라고 했습니다. 그 여자가 얼굴이 파래지더니 자기가 고집하던 금액을 열배로 늘려서 책정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필요 없는 거짓말에서 해방되었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하는 얘기지만, 천주교 신자들은 하느님께 봉헌하는 것에 너무도 인색합니다. 벌벌 떱니다. 개신교 신자들은 십분의 일을 안내면 죽는 줄 아는데 천주교 신자들은 거꾸로 십분의 일을 내면 죽을 줄 압니다. 내지도 않는 사람들이 불평은 도맡아서 하며 그러면서도 점잖게 영성체 하는 것을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때도 있습니다. 무엇이 잘못된 줄을 모릅니다.
성서를 많이 알고 있고 교리에 상식이 아무리 밝다 해도 그가 진정 자신의 삶 안에서 주님의 뜻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그는 위선자요 죄인입니다. 그래서 열심하다는 자들과 성직자 또는 수도자들이 회개하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아는 것은 똑똑합니다. 그러면서도 듣지를 못하고 보지를 못합니다. 그래서 회개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특히 ‘인권주일’입니다. ‘사람 밑에 사람 없고 사람 위에 사람 없다’라는 오랜 표어는 진정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사람 밑에 사람이 있으며 사람 위에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자기 밑에 있는 사람을 밟고 있으면서도 죄인인줄을 모르고 떳떳한 체 양심 바른 체 합니다. 특히 교회 안에서도 그런 일이 없는지 각별히 살펴봐야 합니다.
주님은 진정 회개를 원하십니다. 그분이 오시는 길을 닦는 최고의 길은 자신의 삶을 개선하여 올바르게 사는 것입니다. 이제 성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의 새벽 찬송은 분명히 회개한 영혼 안에 메아리칠 것이며 바로 거기에서 아기 예수님은 놀라운 은총으로 탄생하실 것입니다.
“너희는 주의 길을 닦고 그의 길을 고르게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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