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헷세의 '지와 사랑'에서 지(知)는 사랑에게 말한다.
“하느님에 대한 사랑은 항상 선에 대한 사랑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야. 그렇게 간단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선이 무엇인지 우리는 알고 있지. 계명에도 쓰여 있으니까. 그러나 하느님은 계명에만 계신 것은 아니야. 그 계명들은 그 분의 일부분일 뿐이야. 너는 계명들을 잘 지킬 수 있겠지만 하느님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을 수도 있는 거야”
법은 무엇인가? 또, 자유는 무엇인가? 이 물음들의 답을 찾아보라.
우리는 법을 알고 있다.
이 법들은 옛날부터 미래까지, 일어나면서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태어나면서부터 죽는 순간까지 우리와 함께 한다.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까지도 이미 질서를 경험했을 것이다. 간혹 ‘법의 옷’이 점점 조여들어서 숨 쉴 틈조차 주지 않을 때도 있다.
아이가 태어나면 법은 대부를 서고 장례 때에도 초청받지 않은 이 동반자는 쫓아온다. 떠들썩한 자유의 외침은 끝이 없다. 세계 곳곳의 나라 안에서 들려오는 자유의 소리… 수십 년간 억압을 당해 온 그들. 자유를 박탈당하고,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밀어버리는 아스팔트도 자유를 향한 작은 풀들을 죽이지는 못한다.
모든 것이 차단돼 있는 것처럼 보이는 곳에서도 자유는 꿈틀거리며 일어서 제 길을 찾아낸다.
무엇이 자유인가? 자유란 법 없는 생활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제멋대로 내키는 대로 행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성경은 법과 계명에 대해 말한다. 즉 ‘훈령’, ‘지시’이다. 법은 우리가 지향하는 목표에 도달하도록 방향을 제시해주고, 제한을 두는 이정표이고 지침서이다.
법은 임시적인 것, 제대로 서도록 도와주고, 지팡이가 되어주는 받침이다.
“내 몸 안에 뼈가 없어도 된다”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 몸의 뼈처럼 ‘함께 사는 것’을 위해서 법은 필요하다.
법은 길을 찾아내고 그 길을 가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목표의 성취를 약속해준다.
만일 내가 법을 그 자체로만 보고 그 이상의 것을 넘겨서 보지 못하고 목표를 향해 살지 않으면 질서란 것은 오히려 짐이 될 뿐이고 법은 장애물로 느껴질 것이다.
예수는 이러한 법의 한계에서 눈뜨도록 해 주신다. 예수는 사람의 어려움을 보고, 무심히 그 옆을 지나치지 않는 친절한 사마리아인지 되라고 했다. (루카 10,37).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이라는 것(창세 1,27)이 예수 그리스도에게 있어서는 모든 판단의 기준이기 때문에 고통 속에 있는 사람을 도와주는데 있어서는 안식일의 계명도 유효치 않고(탈출 20,8) 허락되지 않는 것도(마르코 2,24) 허락될 수 있다(마르코 3,4).
우리 외모는 삶의 고통과 질병으로 심하게 일그러질 수도 있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법과 명령의 눈으로 인간의 이러한 처지를 바라본다.
사랑만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구원의 선물이 주어지고 완고한 마음에 새살이 돋게 하는 것, 우리가 알 수 없지만 병자와 치유받은 자에게 새로운 삶을 선사하는 것 등의 이러한 은총들을 예수 그리스도는 치유받은 자에게 부여한다.
사람의 아들은 안식일의 주인이다(마르코 2,28). 그분은 마음이 불구가 된 사람, 마음이 완고한 사람, 마음이 죽어버린 사람에게는 심하게 분노하신다(마르코 3,5).
그들은 스스로 살아있다고 믿으나 사실은 이미 죽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분은 오히려 그들을 동정한다.
예수는 여기서 결코 타협하지 않는다. 사람들의 어려움을 도와주는 것, 이것이 그에게는 법이요, 하느님의 명령이다.
예수의 이런 태도는 우리 이웃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무심히 지나치는 ‘사제들과 레위사람’(루카 10,31)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다.
<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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