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의 성탄이 여러분 모두에게 빛과 희망과 구원이 되기를 진심으로 축원합니다. 특히 어렵고 힘들었던 분들, 슬픔과 걱정에 짓눌리셨던 분들에게 참 기쁨이 되길 기원합니다.
오늘 1독서(이사 9,1-6 참조)에서 이사야는 외칩니다. “어둠 속을 헤매는 백성이 큰 빛을 볼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예수의 성탄은 어둠속을 고통스럽게 걸었던 분들에게 참 빛으로서 의미가 있습니다. 가난으로 고생하셨던 분들, 온갖 질병으로 신음하셨던 분들, 또한 온갖 죄와 불행 속에서 몸부림쳤던 분들에게 예수님은 빛으로서 찾아 오셨습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제가 청소년 시절에 가출했을 때의 일입니다. 철없는 마음으로 불쑥 집을 나서기는 했지만 막상 갈 곳이 없었습니다. 친구들을 생각해 봤지만 자존심이 허락하질 않았습니다. 이 세상에 내 마음을 이해해줄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고 또 아무나 붙들고 속없는 불만을 털어놓을 수도 없었습니다. 세상이 넓어도 갈 곳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갈 곳이 있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성당으로 갔을 때 거기서 나를 받아주신 그때의 예수님을 저는 결코 잊을 수가 없습니다.
‘동행’이라는 대중가요가 있습니다. 그 가사 중에는 ‘누가 나와 같이 함께 울어줄 사람 있나요’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저는 그 노래를 부를 때마다 예수님을 생각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릴 때가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세상천지가 아무리 넓어도 우리가 어려울 때 찾을 수 있는 분은 오직 예수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힘들고 답답하며 고생스럽다 해도 예수님을 붙잡고 매달리면 거기에 바로 희망이 있고 구원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만이 내 인생의 진정한 빛의 인도자요 동행자이시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천사가 외쳤습니다. “오늘 밤 너희 구세주께서 다윗의 고을에 나셨다. 그분은 바로 주님이신 그리스도이시다” 이 말은 또 이렇게 들을 수 있습니다. “오늘 밤 너희 인생 안에 예수님이 나셨다. 그분이 바로 주님이신 그리스도이시다” 맞습니다. 우리 안에 예수님이 꼭 탄생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성탄의 의미가 우리 인생을 환하게 밝혀 줍니다.
우리는 지금 아기 예수님으로 오시는 주님을 가슴 뜨겁게 영접하고 있습니다. 그분이 하느님의 아들이요 그분이 구세주요 그분이 길이요 진리요 생명으로써 인류를 찾아 오셨다는 것을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믿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참 주님을 영접하지 못하는 모순이 생기게 됩니다. 열심히 기다렸는데 만나지 못합니다. 메시아를 수백년 동안 학수고대했으면서도 예수님이 오셨을 때 그분을 만나지 못했던 유대인들과도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주님의 성탄을 기뻐하면서 우리도 예수님과 함께 다시 태어나는 신앙을 가져야 합니다. 예수님이 수백번 탄생하신다 해도 바로 내 안에 탄생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는 것이며 예수님이 수천번 오신다 해도 내가 그분 때문에 변화되지 않는다면 주님 강생의 의미는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예수님의 탄생을 마음으로부터 기뻐하고 축하하면서 내 자신의 새로운 변화를 꾀해야 합니다.
어떤 형제가 수십년 동안 화투에 묶여 있었습니다. 그렇게 안하려 해도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면 노름을 하게 되었으며 그래서 가정에 많은 문제를 일으키게 되었습니다. 심지어는 자기 마누라 반지까지도 몰래 팔아먹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도박도 병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화투에서 손을 완전히 끊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정말 노름에서 해방되었으며 가정에 진정한 평화와 기쁨이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그가 성탄 때 그랬습니다. “저도 예수님과 다시 태어났습니다”
예수님의 탄생은 다시 말해 우리 자신의 새로운 변화를 말합니다. 아기 예수님을 우리 안에 모시면 우리가 변화됩니다. 우리가 다시 태어납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변화되면 주님이 우리 안에 언제고 다시 태어나십니다. 따라서 주님 탄생의 진정한 의미는 예수님의 강생으로 세상에 구원이 왔고 은총의 세계가 활짝 열렸듯이 우리 자신에게도 바로 그와 똑같은 구원과 은총의 세계가 활짝 열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마음먹기에 달려 있습니다.
대단히 어패 있는 말 같지만 하느님께서 인간이 되어 오실 때 우리 자신도 하느님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죄 많은 인생이 하느님이 된다는 말 자체가 뚱딴지같지만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오셨다는 것은 우리가 또한 그분 안에 들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주신 것입니다. 특히 여러 가지 사정으로 하느님을 목말라 했던 사람들, 그들은 진정 하느님의 큰 빛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다시 한번 성탄을 축하드리며 은총의 새해를 여시기 바랍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