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에서의 성차별을 소재로 우리 사회에 뿌리깊이 박혀 있는 남성 우월주의의 해묵은 잔재를 고발하는 페미니즘 연극이 공연돼 화제가 되고 있다.
극단 기역이 제5회 정기 공연이자 비원문화장터 개관기념 작품으로 11월 12일부터 12월31일까지 공연하는 ‘여자를 왜 여자라 하는가?’(권영임 작/김승길 각색/양일권 연출)는 수필 문학가이며 현재까지 대기업 고참 여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권영임씨의 소설 ‘미스김, 시집이나 가지’를 각색한 것이다.
연극 ‘여자를 왜 여자라 하는가’는 여성이기에 겪어야 하는 차별과 물리적, 정신적 폭력 상황을 여성문제 연구소를 주 무대로 일종의 사이코드라마 형식으로 전개하고 있다.
연극 전반부에서는 ‘영식’이라는 한 여성이 회사에 입사, 성차별과 비인간적인 성폭력에 희생되고 결국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과 이에 충격을 받아 자폐 증세를 보이는 언니 ‘창식’을 통해 남성 중심의 사회 구조,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상황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연극은 문제의 해결을 위한 노력을 시도한다. 정신과 의사의 도움으로 창식의 뇌리에 박힌 남성 혐오의 잠재의식을 드러내고, 남성과 여성의 역할 바꾸기 연극을 통해 여성들이 겪는 온갖 차별의 상황을 이해하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여성이 남성에게 받은 똑같은 차별과 폭력이 바로 남성들에게 가해지고 남성들은 자신들이 이제껏 여성들에게 가했던 차별과 폭력의 비인간적인 요소를 발견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 연극은 앙갚음이 아니라 인류의 반을 차지하는 여성에 대한 이해의 노력이자 화해를 위한 첫 발걸음으로 연극의 결론을 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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