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중심이 고동사회에서 기계와 능력이 중시되는 이익사회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파생된 소외(疏外)가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의 발족을 제촉했다.
급격한 산업화의 발걸음에 보조를 맞추지 못한 저변 인생들이 좌절감에 시달리다 알코올중독과 윤리적 타락, 종국에는 신앙까지 저버리는 사례가 빈번해지자 독일 파다본교구장 프레드릭 크레스 프라이헤르 주교가 1814년 이 수녀회를 창설했다.
이 회는 그동안 성 빈센트 드 뽈의 영성, 곧 정신병자·극빈자·수인·기아(棄兒) 노약자 등을 뜨겁게 관통하는 ‘자비’를 가장 핵심적인 생활 지침으로 여겨 오고 있다.
성 빈센트 드 뽈은 1581년 4월 24일 프랑스 뿌이 지방에서 가난한 돼지치기의 아들로 태어나 빈곤의 고통을 뼈저리게 느끼며 성장했다.
끊임없는 내란으로 윤리가 타락하고 괄목할 만한 생산향상에도 불구, 분배의 정의가 전혀 실현되지 않자 빈센트 성인은 풍요가 물질적 여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없는데서 서로 나누는 자비에 있음을 간과하고 도시의 후미진 곳을 찾아 다녔다.
특히 성 빈센트 성인의 빈민환자와 임종자에 대한 극진한 배려와 간호는 현대 호스피스 활동의 기원이 되었다.
결국 신속하게 변화하는 사회의 흐름을 예리하게 간파, 소외된 이들을 대량으로 산출하는 곳곳에 날카로운 메스를 댄 성 빈센트 성인은 1885년 교황 레오 13세에 의해 ‘자선사업의 수호자’로 호칭됐다. 이 같은 성인의 영성에 따라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는 지역 여건을 판단, 가장 시급하다고 여겨지는 일로 시작해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이 일을 통해 전교도 꾀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 수녀회는 병원·양로원·고아원 등 사회사업에 전력해 왔으며, 최근에는 성개방에 따른 피해가 속출하고 있음을 감안, 미혼모와 그 자녀에 대한 인성교육 및 자활의 길을 열어 주는데 힘을 쏟고 있다.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의 한국 진출은 1965년 1월 8일 3명의 독일 모원(母院) 수녀들이 당시 수원교구장 윤공희 대주교의 초청으로 수원 지동에 자리 잡음으로써 이루어졌다.
이 회는 정착 당시 수원지역이 문화적으로 낙후하고 종합병원시설이 없어 주민들이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판단하고 2년 뒤인 67년 6월 3일 지동에 ‘성 빈센트 병원’을 개원, 의료사업에 투신해 왔다.
또한 수녀회는 투약이나 수술만으로 환자의 정상적 회복이 불가능 하다고 보고 국내에서 처음으로 종교음악 및 묵상을 원내 방송을 통해 들려줌으로써 물론 간접 선교 효과도 얻어 왔다.
아울러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는 최근 의료사업의 확대와 전국민의료보험 혜택으로 국민복지가 향상되고 있다고 판단, 91년 초에 다른 소외 계층인 노인들을 위한 무료양로원을 경기도 화성군에 지어 노인복지에 심혈을 기울이기로 결정했다.
현재 1백67명의 식구로 이루어진 한국 수녀회는 금년 6월 21일자로 모원인 독일 파다본 수녀회로부터 재정적 문제나 운영권에 있어 완전 독립, 열악한 제3국의 모원이 되어 주어야 할 임무도 안고 있다.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는 고정된 사업에 매달리지 않는다. 언제라도 예상치 않은 소외 그룹이 생기면 서슴지 않고 투신할 자세를 가지고 있다.
이 수녀회가 지향하는 것은 사업을 위한 사업이 아니고 빈센트 드 뽈 성인의 영성에 따라 소외가 있는 곳에서 인간의 품위를 회복시키는 ‘구체적 자선’을 베푸는 것이기 때문이다.
▲성소모임 : 일반부=매월 셋째 주일 오후 1시 30분, 중고등부=둘째 주일 오후 1시 30분 본원(0331) 41-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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