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성지(聖地) 담당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새로운 복음화 추진 동력으로서의 ‘성지’ 의미를 새롭게 일깨우는 자리였습니다. 한국의 성지순례사목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면에서도 뜻깊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1월 27~29일 로마에서는 ‘새복음화를 향한 열린 문, 성지’를 주제로 43개국 600여 명의 성지 담당자들이 참석한 국제성지담당자협의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성지와 관련된 다양한 강의에 이어 이스라엘 예루살렘, 포르투칼 파티마, 프랑스 루르드, 멕시코 과달루페, 이탈리아 아시시, 스페인 몬세라트 등 8개 성지 담당 사제들이 10분씩 사목 체험을 나누는 시간이 마련됐다.
이용호 신부(대전교구 솔뫼성지 전담)는 ‘성지에서의 청소년 사목 체험’ 내용으로 발표에 나섰다. 이 신부는 정례화된 도보성지순례 문화와 꽃과 음악, 예술이 어우러진 ‘프란치스코 데이’ 행사 등의 사례를 통해 “앞으로 청소년 사목의 방향성은 문화와 자연을 통한 하느님 체험”이라고 제시했다.
역사나 규모 면에서 신생 교회인 한국에서의 성지순례사목 사례는 참석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청소년사목’이라는 주제도 시선을 끌었다.
이 신부는 “아시아 작은 나라에서 자생적으로 신앙이 생기고 순교자가 나온 점, 또 그 순교자들의 자취를 좇아 성지가 조성되고 도보성지순례 등 성지순례사목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점 등이 신선하게 비춰진 것 같다”고 말했다.
회의 주제 ‘새복음화를 향한 열린 문, 성지’에 대해 이 신부는 “‘열린 문’이라는 것은 성지가 지닌 ‘개방성’으로 풀이할 수 있다”며 “성지는 하느님 사건이 일어난 신비함과 거룩함의 장소이기에 신자와 비신자, 타종교인들을 포함한 수많은 이들이 방문하는 곳인데, 그런 배경에서 성지가 하나의 새로운 복음화의 힘이 돼야 한다는 강조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취지에서 한국교회 성지들도 무엇보다 기도하는 장소가 돼야 할 것 같습니다. 고요하게 기도하는 성지의 기본적 기능을 잃지 말고 또 늘 그리스도의 성사가 드러나는 곳이 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입니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순례자에 대한 ‘환대’를 강조한 점이 인상 깊었다는 이 신부. 그는 “교황님 말씀처럼 성지는 환대하는 장소가 돼야 한다”며 “순례자 한 사람 한 사람을 더 잘 맞이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