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언저리가 붉어지더니 민주는 울기 시작했다. 조금 기다렸다. “왜 우는 건지 말할 테야?”
나는 좀 냉정하게 말했다 “잘못했습니다”
또렷한 소리로 민주는 말했는데 그 말이 믿기지가 않았다. 지난 토요일의 일이다. 종례를 끝낸 지가 언젠데 (30분 이상 지났다) 복도에서 친구를 기다린다는 민주와 마주쳤던 것이다. 그런데 교복을 아까 그대로 입고 있건만 어딘지 달라 보였다. 자세히 살펴보았더니 치마가 껑충 올라갔고 머리에도 무스를 발랐다. 가방을 들고 무릎을 가리기에 가방을 잡고 열어 보고 깜짝 놀랐다. 빈 가방이었다. 책 한권 공책 한권 들어 있지 않았다.
가방 속엔 넓은 허리띠(흰색)가 들어 있을 뿐이었다. 민주와 나는 눈이 마주쳤다.
민주는 자주 내 주의를 끄는 학생이다. 손톱이 길다든가 실내화를 안 신는다든가, 이런 자질구레한 일로해서 지적당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번은 조심했을 뿐이다.
민주는 나무라면 재빨리 승복을 한다. 잘못했다고 말한다.
그런데 며칠이 안가서 또 지적사항이 눈에 띈다. 지난여름에 민주는 눈썹을 아예 싹 밀어버리고 반달처럼 예쁘게 눈썹을 그리고 온 적이 있었다. 점심시간에 내게 온 민주는 호기심으로 그래봤다고 했다. 다시는 안 그런다고 빌고 반성문을 사흘간 쓰는 것으로 용서를 해주었다.
민주는 빈번히 사고(?)를 내고 그리고 나무라면 반성하고 시정했다.
몇 달을 겪으며 짜증도 났고 이상한 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제부터 민주는 빈 책가방을 들고 다니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말썽을 갖고 올 것이다.
이렇게 적당히 지내려는 아이들은 야단만을 쳐서는 교정이 잘 안 된다. 인내를 가지고 타이르고 반복교육을 인색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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