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년 첫날을 밝히는 붉은 해가 꿈틀거리며 떠올랐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또 하나의’ 새해이지만 역시 새날은 누구에게나 두근거리는 벅찬 설렘을 안겨준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그리고 본당에서 새해를 맞아 특별히 한해를 설계하는 즐거움 넘치는 생생한 소리를 들어본다.
“나의 지난해의 반성은 복사를 하기 싫어서 게으름을 피웠던 것이다. 사실 새벽에 일어나는 게 귀찮아서 게으름을 피웠지만, 새벽에 성당을 다니다보니 일어나는 시간도 일정하고 기분도 자꾸 좋아졌다. 아직은 초복사이지만 열심히 해서 좋은 복사가 되고 싶다.”
서울사대부속국민학교 5학년인 영신이가 밝히는 새해 소망이다.
이제 6학년 최고 형이 될 영신이에게 올해는 좀 특별한 해가 될 것 같다. 지난해 11월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벽미사를 드리며 고대해오던 ‘복사’의 꿈을 드디어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91년을 밝히는 붉은 해가 두둥실 떠오른 새해 아침, 귀여운 아기예수님이 방 한가운데 모셔져있는 영신이의 집은 온가족이 곧 어엿한 복사가 될 막내 영신이에게 용기를 북돋우는 축하말을 던지며 첫날을 장식했다.
서울시 종로구 충신동 37~3호 ‘종로 오토바이’ 상회를 운영하는 영신이 집은 새로운 한해를 맞는 여느 가정과 다름없이 알찬 새해를 설계하기에 바쁘다.
90년대의 둘째 문이 활짝 열린 오늘 영신이집은 올 한해 서울대교구의 사목교서인 「그리스도 우리의 길」을 따라 살아가기로 마음을 모았다.
따라서 아버지 한명철씨(프란치스코·45세), 어머니 전덕현씨(데레사·44세)와 영신이의 형 영민군(이시도로·19세)과 막내 영신이 그리고 이들 가족과 함께 사는 외할머니 박순옥씨(마리아·71세)는 가정과 교회 나아가 사회에 진정한 복음의 씨앗을 뿌리기 위해 가장 먼저 가족 구성원 각자가 가족들에게서부터 필요한 사람이 되어 보자는 것을 첫째 목표로 설정했다.
“사실 우리 가정은 지난 한 해 동안 너무 우리 가족만을 위하고 살아온 것 같아요. 내가 하고 있는 일 혹은 내 가족만 첫자리에 두어왔고, 그리고 조금 여유가 남았을 때 이웃을 돌아보려고 했었지요. 그렇지만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충실했던 것도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한마디로 이기적인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죠”
아내·남편·아들·할머니가 필요로 하는 역할을 자기 자신이 스스로 알아서 해내는 사람은 으레 이웃도 돌아보게끔 돼있다는 것이 영신이네 식구들이 강조하는 흔들리지 않는 지론이다.
그러나 역시 상대가 원하는 역할을 해내기 위해서는 매사에 “내 탓이오!”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데 과연 오늘의 사회분위기 속에서 우리가정이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을지 의문도 든다고.
“이 사회가 바라는 대로 아이들이 커지는 것을 절재 반대하고 있기에 가끔씩 ‘엄마 노릇을 잘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해요. 하지만 바꿔 생각해보면 하느님이 처음에 인간을 만드셨을 때의 모습으로 아이들이 커간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확신이 들지요”
인간경시·물질만능 풍조가 만연한 현실이 무섭게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사람을 만드신 하느님의 본뜻으로 돌아갈 수 있는 마음을 복음에서 찾는 것이 큰 힘이 된다는 어머니 전덕현씨는‘쉬운 것 같기도 하고 어려운 것 같기도 한’ 삶을 다섯 식구 모두가 온전히 그분의 뜻에 맡기는 마음을 갖도록 애쓰는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개인이 건강해야 밝은 사회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아버지 한명철씨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심장병을 앓고 있는 막내 영신이의 건강회복을 조심스럽게 소망하면서 지난 10여 년 동안 영신이의 건강으로 인해 느껴온 고통들이 오히려 가족들의 마음과 행동을 달라지게 만드는 동기가 같다고 덧붙인다. “이제부터 우리 식구는 다섯이 아니라 여섯이예요!”
예수 그리스도를 가정의 길잡이로 모시기 위해 의도적이지만 예수님을 가족구성원의 한사람으로 생각하기로 모두가 뜻을 모았다는 영신이 가족은 지난해에는 외할머니가 세례를 받아 큰 기쁨을 얻었는데, 올해는 또 어떤 즐거움이 찾아올지 궁금하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