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19세기는 찬란한 격동의 시대였다. 대영제국의 위광이 전세계에 미치지 않는 곳이 없었고 산업혁명의 파장이 인류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기술문명의 서장을 열고 있었다. 생물학에서는 다윈이 진화설을 발표해서 세상을 뒤흔들다시피 했고 디즈레일리와 글레드스톤으로 대변되는 의회정치의 전성기가 구가되었다. 흔히 성공회로 불리는 영국국교회도 이 시대 큰 전환을 맞게 되는데 이 사건에는 ‘죤 헨리 뉴먼’이라는 위대한 사상가가 개입되어 있었다.
옥스포드대학에서 교육받은 그는 모교의 오리엘칼리지에서 후진을 양성하면서 세인트 메어리 학숙의 담임목사로 봉직하던 장래 촉망되는 성공회 성직자였다. 국교회의 가장 뛰어난 신진학자였던 그가 옥스포드운동이라는 지성적 신앙쇄신운동을 펼치면서 마침내 초대교회의 진정한 신학적전통이 로마 가톨릭교회에 있다는 혁명적 선언을 했을 때 영국국교회는 물론 전 영국사회, 더 나아가 전 구라파의 신앙계에 야기되었던 충격은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큰 것이었다.
그 후 그는 정식으로 가톨릭으로 개종하고 추기경의 성직에까지 올랐다 그는 단순한 개종자가 아니었고 사제이전에 탁월한 지성인·사상가·문필가였다. 자신의 진정한 의도와는 달리 국교도로부터는 교조주의자, 변절자 등으로 비판받았고 가톨릭내의 일부 보수파들로부터는 자유주의적 신학관의 소유자라는 의심을 받아야 했다. 이 란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본서는 그가 가톨릭으로 개종 후 시설된 ‘더블린’으로 부임하였을 때 저술한 책이다.
이 책에서 뉴먼은 그 특유의 유려한 문체로 도대체 지식에 어떤 목적이 있는 것인지, 지식과 학식은 서로 다른 것인지, 지식의 직업적 기능은 무엇인지, 종교의 관계는 무엇인지 등을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전문직으로서의 대학교육을 논함으로써 결론을 내리는데 특히 이 마지막 장은 입시지옥이라는 우리의 현실과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사범대출신 교사임용문제 등에도 시의 적절한 시사를 던져 주리라 생각된다.
그의 견해를 줄곧 이끄는 정신은 섬세한 사고와 균형감각이다. 이러한 지적 전제아래 그는 교육 특히 대학교육의 중요성과 최소한도의 지성적 척도를 제시하려고 애쓴다. 대학교육이 졸업 후의 취업을 위한 수단 또는 출세의 신분증서처럼 여겨지는 우리네 사회, 게다가 대학을 정치적 변혁의 전진기지 정도로 여기는 일부의 시각 모두에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그러길래 뉴먼은 “나태한 상태는 위험한 상태”라는 말을 지성인들에게 남겼던 것이 아닐까?
1990년은 그의 서거 1백주년이 되는 해였다.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그를 추모하거나 그의 가톨릭사상을 재조명해보려는 시도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본서는 종교적인 색채보다는 교육자로서의 뉴먼의 모습이 두드러지는 책이지만 가톨릭 신자들에게도 신앙적 영감을 주리라 확신한다. 원 책제목은 Id-ea of University(1852)인데 우리나라에선 ‘대학이란 무엇인가’라는 표제로 출간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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