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삶의 터전인 토양이 죽어가고 있다.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 같은 토양오염, 즉 ‘오염된 물·공기·각종 화학물질과 쓰레기 등이 땅을 더럽혀 땅에서 생활하는 생명계를 파괴하여 황폐화 시키거나 식물의 생장을 저해 하고 오염된 식물과 그것을 먹고 사는 가축 등을 매개로 인간에게도 피해를 일으키는 현상’은 대기·수질오염과 자원고갈 문제와 함께 ‘인류에게 과연 미래는 있는가?’라는 심각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 이것은 모든 생태계의 활동 토대인 땅의 본래적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땅을 재산증식을 위한 투기의 대상이나 단순히 생산을 위한 물리적 토대로만 보았을 때 일어날 수밖에 없는 현상이기도 하다. 따라서 토양과 인간과의 관계, 토양의 내용을 살펴보고 토양을 오염시키는 원인별로 그 현상과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토양은 모든 생명체의 어머니이다. 동물이나 식물 모두 흙에 의존하거나 흙으로부터 생성된 생산물을 먹고 성장마다 흙으로 돌아가는 순환을 반복하면서 살아간다. 사람이라고 하여 그 예외는 아니다. 모든 생명체의 어머니로서 기능하는 토양자체도 암석이나 광물의 분말에 지나지 않는 그런 단순한 것이 아니다. 토양은 무기입자, 유기물, 세균, 수분, 풀, 곰팡이, 지렁이 등 다양한 생명계로 구성되어있다.
유기물이 풍부한 토양의 경우 미생물이 흑 1g에 약10억마리 이상 살아 있다고 한다. 이 미생물은 모든 유기물을 분해하여 식물이 흡수할 수 있는 간단한 물질로 만들거나 흙이 떼알구조(團粒)가 되도록 균사와 점액으로 뭉쳐놓아 식물성장에 좋은 조건을 마련한다. 토양에는 곤충류와 소동물도 많은 수 생식하고 있는데 이중에서도 지렁이는 흙속에서 아직 분해되지 않는 유기물을 흙과 함께 먹고 배출하여 푹신하고 부드러운 떼알(團粒) 모양의 토양을 만들어 내는 재미난 활동을 한다. 지렁이가 많은 곳에서는 연평균, 천평당 2백톤이나 되는 토양을 뒤집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물리적 역할만하는 것이 아니라 화학적변화 성질도 있어 지렁이 몸을 거쳐 나온 흙은 중성으로 되고 질소·탄소·칼슘·마그네슘 등의 성분도 포함되어 변화된다고 한다.
이상 몇 가지 예에서 본 것처럼 토양이란 무수한 생물들의 안식처가 되고 있으며 다양한 생명의 복잡한 상호작용이 전개되고 있는 장이다.
살아있는 땅, 지력이 강한 땅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토양 중에 식물의 영양분이 충분히 있다고만 되는 것이 아니라 이런 토양 생명계의 유기체적인 상호작용이 활발해야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토양과 한 몸이 되어 사는 인간은 자신의 생명유지를 위해서라도 이러한 토양 생명계가 갖고 있는 유기적관계가 활성화되도록 돕거나 파괴하지 말아야 하는데도 오히려 온갖 독약을 뿌리거나 자연을 파괴하고 자원을 고갈시킴으로써 인간 자신의 생존마저 위기에 직면케 하고 있다.
죽어가는 토양
토양의 오염은 농약이나 화학비료처럼 직접 토양에 뿌려져 오염되는 경우도 있고 대기오염이나 오염된 물·산업폐기물·생활쓰레기 등에 의해서도 광범하게 오염된다. 뿐만 아니라 오염된 환경으로 인한 기상이변, 그리고 독극물과는 관계없을지라도 생태계를 고려치 않은 잘못된 생산양식, 대량소비의 생활양식에 의한 생태계 파괴 또한 죽음의 토양을 만드는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먼저 우리 인간이 토양과 가장 긴밀한 관계를 갖고 생산활동을 하는 식량생산과 관련한 토양오염부터 살펴보자.
단기적 증산만을 노린 일제의 약탈적 농업정책의 일환으로 이 땅에 화학비료가 처음 뿌려지고 화학비료로 약해진 작물의 병해를 극복키 위해 농약이 살포된 이래 1967년 1만5천여톤이던 농약사용량은 87년 5만6천2백10톤으로, 40여만톤이던 비료는 1백여만톤으로 늘어났다. ㏊당 농약살포량은 86년의 경우 24.1kg에 달해 서독의 2.6kg에 비해 약9배에 달한다.
농약의 종류는 맹독성 2종, 고독성 32종을 포함 3백77종에 이르고 있으며 외국에서 사용 금지된 농약도 30여종 이상 벼·채소·과일 재배에 사용되고 있다. 농약은 짧게는 2년에서 오랜 것은 30년 이상 토양에 잔류하면서 토양생물의 유기적 활동을 막고 식물에 흡수되어 인체나 동물의 몸에 축적되어 피해를 준다.
따라서 한번 파괴된 토양도 회복되기가 쉽지 않으며 그 피해 또한 장기간에 걸쳐 계속된다.
농약은 단기적으로는 병충해 방제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나 생태계의 균형을 파괴하여 병충해를 더욱 만연시키기도 한다. 예를 들면 자연상태에서 벼멸구의 천적은 2백여종이나 되는데 그중 논거미의 경우 벼 한 줄에 1~7마리씩 서식한다고 한다. 그런데 멸구를 죽이기 위해 농약을 뿌릴 경우 논거미는 92%가 죽고 멸구는 40% 이상 남는다고 한다.
이렇게 하여 저항성을 획득한 해충은 익충이 사라진 토양에서 더욱 극성을 부린다.
이에 따라 농약의 농도나 종류는 더욱 다양해지고 짙어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농약살포량 중의 약30%는 제초제(풀을 죽이는 농약)인데 이 제초제 속에 들어 있는 ‘다이옥신’이라는 화학물질에 의한 피해는 그 어느 것보다 심각하다. 다이옥신은 1g으로 체중이 평균 50kg인 인간 2만명을 죽일 수 있는 독성을 지니고 있으면서 미량이라도 인체에 침입하여 축적되면 신장타격, 면역성전하 유전자손상, 정신이상, 기형아출산의 원인이 된다.
베트남전 러시 미군이 정글을 고사시키기 위해 뿌린 2·4·5-T는 5만여톤(다이옥신성분 약1백70kg) 이었는데 십수년이 지난 상태에서도 기형아가 태어나는 등 오랫동안 자연계에 남아 분해되지 않으면서 독성을 발휘하는 데서도 그 심각성은 입증되고 있다. 우리 농토에도 일손부족, 인식부족 등으로 수백톤의 제초제가 해마다 뿌려지고 있는데 언제 누구의 몸에서 기형아가 나올지 모를 일이다.
결국 땅을 죽이면서 생산한 먹거리는 원래 생산목적인 인간생명의 건강과는 거리가 먼 여러 가지 중독증상의 위험과 벌레도 먹지 않는 독약이 되어 우리 인간의 입으로 들어오고 있다.
벌써 10여년 전인 1979년에 고려대 예방의학교실 연구팀에 의해 신생아 탯줄에 카드뮴·수은·납 등 중금속이 다량 검출되고 산모의 머리카락에서 미국인의 11배를 초과하는 납이 추출되어 토양오염의 심각성이 어디까지 와 있는가를 실감케 해준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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