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비료와 토양산성화
화학비료에 의한 토양황폐화 또한 농약 못지않다. 원래 질소 등 식물생장에 필요한 성분은 자연상태에서는 유기물과 미생물의 활동에 의해서 흡수된다.
그러나 화학비료의 투입은 토양생태계의 순환시스템을 단절시켜 식물과 토양미생물과의 상호작용이나 토양의 생성작용을 불가능케 한다. 화학비료는 투입후 식물이 필요한 요소를 이용하고 나면 산이 땅에 남아 토양을 산성화 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처음 화학비료를 투입하면 10여년 정도는 식물의 생육이 촉진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30~40년 장기적이 되면 수량이 저하해 버린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이처럼 작물의 생육에 장기적으로 장해를 일으키는데 머물지 않고 흙중에 초산태 질소를 증가시켜 식물에 축적되며 인체에 흡수되면 니트로소아민이라는 발암 물질을 생성한다.
이외에도 화학비료를 대량으로 시비한 경우 상당량이 흡수되지 않은 채 하천이나 지하수로 용출되어 부영양화 현상을 일으켜 강물·호수를 오염시키거나 음료수가 되기도 한다. 오염에 관련한 모든 것을 고려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석유 등 한정된 화석자원으로 부터 얻어지고 있는 화학비료의 생산이 언제까지 가능할지 그 자체가 의문인 만큼 화학비료에만 생산력을 의존하는 현재의 화학농법에 대한 대안은 시급히 요구된다.
결국 이러한 화학비료나 농약의 살포는 토양을 독극물에 찌들게하고 생산능력을 크게 떨어 뜨리고 있다. 이미 83년에 유기물 함량이 정상적인 토양의 5%에 크게 미달하는 2.4%로 떨어졌고 산도도 적정치인 PH6~7에 미달된 산성토양으로 변해 농수산부에 우리나라 논 66%가 토질 개량이 시급 함을 보고한바 있다.
또 단품종경작과 화학비료사용에 따른 토양의 황폐화는 표토 유실을 심화시켜 1정보당 40t의 토양이 유실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보면 과도한 경작으로 인한 표토유실이 매년 2백40억t에 이른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음에도 화학비료와 농약에 의존한 농사가 계속되고 있는 이유는 도표와 같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생태계와 먹는 목적에 맞는 생산물을 고려하지 않은 식량생산정책이며 농민이 땅을 옛날처럼 아끼는 마음이 생겨나도록 하는 농업생산에 대한 투자가 결여된데 있다. 아무튼 해마다 1천여 명이 상의 농민목숨과 60%이상에 달하는 농약중독농민의 희생을 담보로한 먹거리 생산양식은 변화돼야 한다. 농민의 죽음을 통해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는 소비자의 마음도 편할 리가 없는 것이다.
농업용수로 인한 토양오염
중금속에 오염된 농업용수에 의해서도 토양은 오염된다. 중금속 수질오염의 주범인 산업폐수의 90%가까이가 전체배출업소의 1%에 불과한 재벌기업 계열사 및 대기업들의 대형업소에서 배출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산업폐수 배출량은 5백78만t에 이르고 중금속 및 난분해성 화학성분 등 각종 특정 유해물질이 함유된 산업폐수 배출량은 16만t에 이른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미 87년 환경청 조사결과 김포와 경기평야 거의 전역의 농업용수가 환경기준치를 적게는 3배에서 많게는 거의 70배를 넘는 구리성분 등 중금속으로 오염돼있었으며 5대강 유역 대부분의 농업용수에서도 농산물재배에 부적합할 만큼의 비소, 카드뮴, 납 등의 중금속오염 현상이 나타난바 있다.
환경처가 전국 2백50여 곳을 대상으로 지난 87년부터 3년째 실시한 토양중금속 측정조사자료에 따르면 카드뮴과 납은 자연함유량의 평균2배, 수은은 1.4배, 구리는 1.8배, 아연은 3.7배가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속제련소가 있는 장항은 납이 자연함유량의 7.7배, 카드뮴은 7배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나주군 금화면 농작물 주산단지에서도 자연상태보다 13배나 많은 구리가 검출되었고 전용농입용수를 쓰는 평야의 오염도 전반적으로 자연상태를 훨씬 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장의 유해폐기물에 의해 땅이 대규모로 죽어버린 대표적 사례로는 울산 옥토로 이름났던 삼산평야가 황무지로 변한 것인데 이와 유사한 현상이 공단지역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들 토양에 오염된 중금속은 농작물이나 물고기에 집적된 후 우리 체내에 축적되면 갖가지 급만성 질환을 일으키며 농작물의 생육억제나 뿌리 썩음 등의 생장장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제련소나 도금공장에서 나오는 카드뮴은 일본에서 연골을 녹아내리게 하는 ‘이따이 이따이’ 병을 일으켰고 납은 두통, 빈혈, 신경장해의 원인이 된다. 비소는 농약, 목재가공, 납제련 과정에서 나오며 피부의 색소침착, 간장비대, 악성빈혈을 일으킨다. 수은도 일본 미나마다지역에서 공장폐수에서 나온 수은이 어패류에 오염된 뒤 인체에 축적되어 신경마비, 무기력 등의 증세로 수많은 인명을 뺏어간 공해병을 일으킨 바 있다. 국립환경연구원이 89년 한 해 동안 전국 13개 지역 농어촌에서 5년 이상 거주한 주민 9백명을 대상으로 혈액, 소변, 머리카락을 채취하여 중금속 함량을 검사한 결과 모두 미국의 환경기준치를 넘었다는 사실에서 볼 수 있듯이 이미 토양오염으로 인한 죽음의 그림자는 이 땅에도 짙게 드리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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