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북한이탈주민 교리교육 현장을 가다
생소한 종교지만 하느님 알아가며 마음의 문 서서히 열어
매 주일마다 하나원 찾아 교리교육
친구·가족처럼 대하는 교리교사들
북한이탈주민 하나둘씩 세례 받기도
봉사자들 “마음 교류할 때 보람 느껴”
이헌우 신부가 2018년 12월 23일 하나원 천주교실에서 교리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북한이탈주민의 사회정착을 위한 기관인 경기도 안성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이하 하나원)에도 평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교육생들은 하루 빨리 통일이 돼 북한과 중국에 남아 있는 가족들과 함께 살아갈 날을 꿈꾸고 있다. 새해를 맞아 그리스도 품 안에서 남과 북이 어우러져 친교를 맺으며 평화에 대한 희망을 함께 그려가고 있는 하나원을 찾았다.
이헌우 신부가 2018년 12월 23일 하나원 천주교실에서 봉헌한 미사 중 세례를 받지 않은 교육생들에게 안수를 하고 있다.
“노래할 생각 없슴다~.”
주님 성탄 대축일을 앞둔 지난해 12월 23일 하나원 천주교실에서는 캐럴 연습이 한창이다. 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이헌우 신부, 이하 민화위) 양은숙(로마나 프란치스카) 사무국장이 이날 천주교실을 처음 찾은 청소년들에게 “앞에 나와 캐럴을 부를 생각 있느냐”고 묻자 그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하지만 이윽고 동기 교육생들의 호응에 앞으로 나가 함께 노래를 불렀다. 쑥스럽다며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지만 얼굴에는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엄마를 따라온 어린 아이들도 박자에 맞춰 박수를 치며 노래를 함께 불렀다. 낯선 한국 땅이지만, 이들은 이곳에서 사제와 수도자, 봉사자들이 보듬는 따뜻한 사랑으로 사회와 교회를 향해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고 있었다.
교구 민화위는 매주 주일마다 하나원을 찾아 교육생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교리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미사에는 무연고 탈북 청소년을 위한 그룹홈 ‘꿈사리 공동체’ 시설장 정현희 수녀(살레시오 수녀회)도 참례했다. 정 수녀가 미사 후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는 영상을 보여주자, 맨 앞에 앉아있던 한 교육생은 슬쩍 슬쩍 눈물을 훔쳤다. 북한과 중국에 남아 있는 가족 생각 때문이다.
“인자하고 지혜로우신 하느님 제 소원은 북에 계시는 어머니와 남동생이 모두 행복하며 모든 일이 잘 되길 기원합니다.” “나의 딸과 아들이 하느님의 보살핌으로 하여 다시는 헤어지지 않고 별 일 없이 잘 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교육생들이 미사 전 매주 익명으로 적어내는 기도지향들이다. 교육생들의 가장 큰 꿈은 가족과 다시 만나는 것이다. 하루 빨리 한반도에 평화가 이뤄져 가족 모두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들은 그리스도 안에서 희망을 꿈꾸고 있었다. 그래서 이들의 기도는 더욱 간절하다.
미사가 끝나자 이헌우 신부와 봉사자들은 교리교육을 진행한다. 교리교사들은 하나원에서 교육받는 북한이탈주민의 교리교사이자 친구, 가족이 되어주고 있다. 겨우 1시간씩 10여 차례의 짧은 만남이지만, 교리교사들의 노력으로 세례를 받고자하는 북한이탈주민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기도 한다.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에서 온 이들에게 종교는 생소하게 느껴지지만, 교리를 배우며 그리스도를 알아가고 ‘인자하고 지혜로우신 하느님’과 대화하는 법을 배워간다. 처음에는 경계심을 갖던 이들도 1~2주만 지나면 따뜻한 눈빛으로 봉사자들을 맞는다.
2012년부터 교리교사로 봉사하고 있는 윤남숙(리오바) 교리팀장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그들에게 맞는 교육 방법을 고민해 왔다. 윤 팀장은 “함께 어울리는 시간은 1~2시간 정도이지만, 서로 이해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교류할 때 보람을 느낀다”며 “하나원에는 늘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느님께서는 남과 북이 서로 잘 어울려 살기를 바라실 것”이라며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와 이들이 가족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양은숙 사무국장이 청소년 교육생들에게 선물로 나눠준 교통카드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