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내게 말하려 했던 것들」 펴낸 최대환 신부
인문학으로 풀어내는 삶과 신앙에 대한 통찰
316쪽/1만4500원/파람북
문화와 신앙의 접점 만들고자 책·음악·영화 등에서 소재 찾아 복음 묵상거리로 활용
주보에 연재한 칼럼 기반으로 저술
“세상이 말하려는 것 알기 위한 기록”

최대환 신부는 “다양한 문화를 소개하면서 신앙과의 접점을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면서도 기대감보다는 무거운 삶의 짐에 지쳐 상실감이 앞서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우리가 걸어온 지난 삶의 궤적을 돌아보고 묵상하면서 새 희망을 찾는 기회가 필요하다. 의정부교구 최대환 신부(서울 대신학교 생활지도 겸 교육담당)가 펴낸 신간 「당신이 내게 말하려 했던 것들」은 삶의 진정한 의미를 잃고 극심한 압력과 스트레스 속에 갇혀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걸어온다.
서울 대신학교에서 생활지도 사제를 맡아 신학생들과 살고, 중세·근대철학을 가르쳤던 최 신부. 그는 이 책을 통해 우리 삶을 인문학적으로 어렵지 않게 조망하고 있다.
“복음을 묵상함에 있어서 문화적 요소들이 현대인들에게 많은 의미가 있습니다. 책이나 음악, 영화 등에서 가져온 내용을 소재로 복음 묵상을 소개하니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이 있더라고요. 이런 과정을 통해 문화를 통해 신앙과의 접점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최근 개봉한 영화 ‘리틀 포레스트’부터 개봉한 지 70년이 넘은 고전영화 ‘멋진 인생’에 이르기까지, 또 베토벤이나 모차르트 등 고전 음악가들의 클래식은 물론이고, 밥 딜런과 돈 매클레인 등 팝 가수의 음악까지, 최 신부는 깊고 넓은 예술적 소양으로 다양한 시대와 세대를 아우르면서 독자들의 눈높이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자연스레 내어놓는다.
이 책은 최 신부가 의정부주보에 2016년부터 3년째 연재하고 있는 칼럼 ‘최대환 신부의 음악이야기’를 기반으로 한다. 우연히 주보의 글을 접한 파람북 정해종(요한 사도) 대표의 제안으로 이 책이 탄생하게 됐다. 평소 책을 통해 가톨리시즘을 사회에 전파하고 싶어 한 정 대표의 의지가 최 신부의 인문학과 만난 결과물이다. 최 신부는 그동안 의정부주보 이외에도 가톨릭신문과 매일미사, 경향잡지 등 여러 매체에 꾸준히 글을 기고하며 사목자이자 연구자로서 인문학을 쉽고 재미있게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그에게 있어 인문학은 ‘자신이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행위이자 인생을 성찰하는 귀한 시간’ 그 자체다.
제목 ‘당신이 내게 말하려 했던 것들’도 돈 매클레인의 유명한 곡 ‘빈센트’(Vincent)의 가사 마지막 부분에서 인용한 것이다.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예술을 기리는 이 노래는 최 신부가 좋은 선배이자 길벗으로 기억하는 고(故) 전숭규 신부가 좋아했던 곡이다. 최 신부는 “이 제목은 저에게도 의미가 있다”며 “하느님뿐 아니라 친구, 가족, 신자, 또는 세상이 내게 말하는 것을 미리 재단하기 이전에 따뜻한 마음으로 이해하려는 태도 또는 지향이 담겨 있어 제목으로 택했다”고 말했다.
최 신부는 이 책이 비록 에세이 치고는 조금 어려울 수 있지만, 한 번 읽기보다는 여러 번 읽으면서 곱씹어본다면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 담긴 글에는 시간의 자취가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부족하고 또 부족하지만, 그래도 책을 읽으며 공감하고 사유하며, 누군가가 말하려던 것을 이해하려는 시도이며, ‘세상이라는 책’이 말하는 것을 감지하려고 애쓴 기록입니다. 이 부족한 글로 독자들과 마음을 나눌 수 있어 영광입니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