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적인 내성의 성격을 지닌 수아는 문제점이 많은데도 평온했다.
아무리 수다스런 아이와 짝이 되어 어깨를 맞대고 앉아도 말하는 법이 없다. 온종일 입을 꼭 다물고 지낸다. 벙어리가 아닌 사람으로서는 형벌과 같은 그런 침묵을 이어갔다.
한번은 수아가 몹시 아프다는 연락을 받고 가보니 배를 움켜쥔 채 땀을 몹시 흘리며 괴로워했다. 어디가 왜 아프진 통 말을 안 하는 수아를 집으로 보내면서 난감했다.
두 명의 학급친구가 책가방을 들게 하고 부축을 하고 택시를 태워 보냈다. 집으로 전화를 해도 아무도 받는 사람이 없었다. 돌아온 아이들 말에 의하면 수아의 어머니가 어디를 막 가려던 참이었다는 얘기였다.
그 이후로도 부모로부터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결석과 지각을 가끔 하는 수아였지만 학우들에게 지장을 주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가끔 관심을 갖고 말을 건네도 수아는 듣기만 했다.
한 학기가 다 갈 무렵이었다. 아침 이른 시간인데 복도에서 수아의 아버지가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걸어왔다. “…그래서 이 아이 성격에는 대책이 없군요. 제가 경제활동을 하다 보니 아이를 살필 수가 없거든요, 제 어미는 어미 노릇을 통 못하지요. 좀 뭣한 말로 차라리 아이들 엄마가 없다면 나을 것 같습니다…”
수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내 이름을 확인하고 난 뒤 수아의 아버지는 당신 혼자 수아에 대한 얘기를 했다.
조용한 목소리로 논리성(?)을 과시하면서 수업시간에 복도에서 나를 붙들고 계속 이야기를 한다.
“수아 아버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수아가 말수가 적어서 학기 초에는 당황을 했었지만, 아이가 착하고 학교생활에 별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부모님께 연락드릴 필요가 없었어요”
시계를 보며 수아의 아버지는 갔다. 내가 오늘부터는 수아를 보호하고 길잡이도 되어야겠구나하는 마음이 순간적으로 다져졌다. 부모의 갈등이 아이를 병들게 하다니.
송아지 눈을 닮은 수아.
작은 세탁소를 손수 꾸려가는 부모가 화합하는 날이 수아의 입이 열리는 날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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