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교구장 이문희 대주교가 불란서유학시절부터 최근까지 글들을 모아 ‘일기’라는 제목의 첫 시집을 펴냈다.
59년작 「역에서」부터 90년작 「낙엽」에 이르기까지 60여 편의 시작(詩作)들이 실려있는 이 시집에는 ‘일기’라는 제목이 말해주듯 삼개성상을 지내는 동안 이대주교가 체험한 삶의 편린들이 그 연륜과 함께 담당하게 펼쳐져있다. ‘세느강에서’ ‘몽빠르나스’ ‘알바노 호수’ 등 이국적 정취가 물씬 풍기는 시들과 ‘성체조배’ ‘고독한 기도’ 등 신앙적고백 시들이 담겨있는 시집 「일기」에는 또한 ‘어머니’ ‘고향집’ 등 이대주교의 인간적 정서를 엿보게 하는 시들이 등장한다.
특히 꾸밈없고 진솔한 느낌을 주는 시어들은 마치 저자를 마주 대하는 듯한 편안함과 함께 넉넉한 정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문희 대주교는 서언을 통해 시집출판은 “다만 삶을 나누고 싶은 순진한 뜻에서 이루어진 것일 뿐”이라고 동기를 밝힘과 동시에 “아무에게도 무례를 끼치지 않고 수십년을 함께 살아온 주의 사람들에게 깊은 사랑을 느끼며 더욱 감사의 정을 전한다”고 소감을 적고 있다.
이대주교의 시 전편에 짙게 배어있는 주제는 삶의 근원에 대한 의문과 향수. 가시적인 현실을 통한 높은 정신적 현실에로의 승화가 전체적인 윤곽선으로 그려져 있다.
부산대학 교수이자 시인인 서림환씨는 해설을 통해 “그의 시적모험은 삶의 여정에서 출발하여 어머니라는 원초적 고향, 아니 신의 본향으로 향하고 있는 진실한 몸짓을 담고 있는 것이다”고 평하고 있다. “역-나그네-고향이라는 도식이 하나의 중심동기로 되어있고 삶의 여정을 나그네의 그리움으로 그 시적호흡이 되며 끊임없이 떠나고 또 떠나는 끝없는 삶의 정신적 편력이 그의 신의 흐름이고 전개라고 보아진다”고 해석하고 있는 서교수는 “그러나 이 신인의 여행은 단순한 삶의 일상적 반복이 아니라 경건한 기도의 몸짓과 같은 정신적 순례이며 이 순례 속에서 대상에 이르게 되어 있다”고 피력하고 있다.
이러한 시적모험은 정신적 순례의 행복한 장소이며 그가 도달한 시적(詩的)공간은 인간이 가장 신뢰하고 귀의하고 싶은 어머니의 심상이라는 것.
연작시 ‘어머니’를 통해서 저자는 자신의 본원을 되찾게 하는 인가의 실체로 소박한 어머니의 심상을 보여줌으로써 삶의 길이와 참다운 삶의 깊이를 우리에게 들려준다고 서교수는 말하고 있다.
86년 수상집 「밝은날이 다가온다고 누가 알려줍니까」 87년 견진교리서 「하느님의 사람들」 최근 번역서 「복음과 폭력과 평화」를 내놓은바 있는 이문희 대주교는 시집 「일기」 출판으로 또 한 번의 역량을 입증하는 한편 조용한(?) 시인의 모습을 보여준 셈이다. 시집 「일기」는 비매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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