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랑탱 드 불로뉴의 ‘서간을 쓰는 사도 성 바오로’.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는 바오로 사도가 유럽으로 건너갔던 배가 유럽의 역사를 바꾸는 배였고, 유럽 문명사의 미래를 안고 간 배였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그리스도교를 세계적인 종교로 탈바꿈시킨 바오로 사도의 중요성을 드러낸다. 바오로의 영성을 알기 위해 우리는 그가 손수 쓴 편지, 신약성경의 서간들을 읽는다. 바오로 서간을 다룬 신간 두 권을 소개한다.
「선교지에서 읽는 바오로 서간」(김영희 지음/200쪽/1만5000원/성서와함께)은 네팔에서 선교사로 살아가고 있는 김영희 수녀(젬마 루시·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서울관구)의 편지글 23편을 모았다. 김 수녀가 월간 「성서와함께」에 2015년부터 2년간 쓴 글들이다. 우리에게 다소 낯선 네팔의 다양한 문화와 그곳 사람들의 삶을 소개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바오로 사도가 서간을 통해 가르쳐 주는 신앙인의 태도, 선교사로서의 자세 등을 우리에게 깨우쳐 준다.
김 수녀는 머리말에서 “누구보다도 극심한 반대와 박해, 고통과 짓눌림과 어두움 속에서 사도의 길을 걸었던 바오로였지만, 그가 남긴 편지의 시작과 끝은 늘 축복이었다”면서 “바오로 사도가 ‘희망이 없어도 희망하는’(로마 4,18) 기쁨과 희망의 사람이었듯이 오늘 우리도 그렇게 주님의 축복을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편지를 쓴 바오로」(제롬 머피 오코너 지음/염철호 옮김/320쪽/2만1000원/성서와함께)는 바오로 서간을 읽으려는 신자들에게 배경지식을 제공하고 바오로의 편지 글을 안내하는 책이다. 바오로의 편지 내용보다, 당대에 편지가 어떻게 저술됐는지 그 방식과 형식을 세밀하게 소개한다. 도미니코회 제롬 머피 오코너 신부가 쓴 이 책은 바오로 편지들을 1세기라는 맥락 속에 배치하고 각 편지의 독특함을 부각시켜 바오로의 편지들이 지닌 본연의 모습을 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내고자 한다. 편지를 실제로 써서 보내는 과정과 재료들에 관해 다루고, 비서와 공동 저자를 이용했는지에 관해서도 논의한다. 또한 편지들의 머리말과 맺음말을 공시적 관점에서 살펴보면서 바오로가 당대의 서간 양식을 사용하고 있는지 드러낸다.
이러한 작업들은 바오로 사도가 글을 쓸 때 지닌 마음 상태와, 바오로와 수신자들의 관계에 대한 분석이다. 이를 통해 바오로의 편지가 지닌 인간적 면모를 깨닫도록 하고, 그의 복잡한 신학도 좀 더 단순하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