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사두가이파 사람들의 불신을 호되게 꾸짖는 ‘하늘로부터의 표징’ 논쟁이 있은 후 예수의 일행은 다시 배에 올랐다. 이 일행이 배를 타고 남쪽으로 행했더라면 그들은 헤로데왕이 다스리는 땅에 도달하게 된다. 그러니 잠시라도 평화를 찾으려면 북쪽으로 뱃머리를 돌려야 했다.
그들은 과연 북쪽을 향하여 벳사이다 해변가에 배를 대었다. 이곳은 필립보가 다스리는 지방으로 헤로데대왕의 아들로서 전술한 헤로데왕과는 이복형제로서 이 땅을 전수받아 분봉왕노릇을 하는 땅이다.
이 영지의 수도는 벳사이다이다. 그의 영토는 대부분 비유대아인 계통으로 예수께 대한 관심을 날카롭게 할 필요가 없었다.
그들의 항해는 약 백리가량 되는 거리로서 그 당시 뱃길로는 여러 시간이 소요되었다. 모처럼의 한가한 선상 여가를 이용하여 제자들은 식사할 생각이 떠올랐다. 그런데 그들의 시장기가 생각지도 않은 걱정거리로 변하였다. 남자들끼리의 여행이라 아무도 식사준비를 해오지 않았다.
그들의 식사라야 마른 빵에 올리브기름을 바르거나 생선을 곁들이는 정도였는데 배안에는 빵이 한 개밖에 없었다. ‘아차 빵이 한 개밖에 없네’하고 그들은 당황해 마지않았다. 복음서가 사도교회의 신자들 교육용이라면 배안의 한 덩어리 빵은 교회안의 예수를 가리킬 수도 있다.
재물을 등한시하는 교회 안에서 유일한 양식걱정거리는 예수뿐이며 그것으로 족하다. 그런데 제자들은 왜 먹을 것을 걱정하며 어찌할 바를 모르는가.
그들이 걱정해야 할 것은 복음정신에 위배되는 사상뿐이다. 그리고 그 나쁜 사상을 막아내는 것은 신앙뿐이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경고를 내리셨다 “너희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사두가이파 사람들의 누룩을 경계하여라”라고.
이 경고는 당장 먹을 것이 없어 낭패에 빠진 제자들에게 느닷없는 말씀이었다. 바라사이파 사람들과 사두가이파 사람들은 예수께서 손병신을 고쳐주신 기적을 눈으로 보고도 안식일법 운운하며 예수께 항거하던 족속들이다.
그 때 예수께서는 그들의 완고한 마음에 탄식과 분노를 터뜨리셨고 그들은 서로 예수를 없앨 음모를 꾸미던 자들이었다(마르 3장 5-6). 그들은 또한 빵 일곱 개를 가지고 4천명을 배불리 먹인 빵의 기적을 보고도 ‘하늘로부터의 표징’을 요구한 불신앙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족속들이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그들의 전통적인 신앙을 금과옥조로 삼는 불타협의 배타주의자들이었고 사두가이파 사람들은 유대아민족의 식민통치자인 로마 황제의 그늘아래 분봉왕노릇을 하는 헤로데왕을 둘러싸고 정치적으로 뭉친 헤로데당원들로서 순수 민족파인 바리시아파 사람들과는 대립 관계에 있으면서도 예수에 관한한 같은 노선을 걷는 도당들이었다.
그들은 그들의 영주인 헤로데가 공공연한 간음을 했을 때도, 살인을 저질렀을 때도, 부도덕한 맹세를 감행할 때도 아무런 저항 없이 눈감아 주었다. 그러니 세례자 요한을 부당하게 처형할 때와 예수께 대한 증오심을 가지는데도 동조할 수밖에 없었다. 이 모든 죄악은 모두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러한 뜻으로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사두가이파 사람들의 누룩을 조심하라는 경고를 제자들에게 하신 것이었다.
그런데 제사들은 이 경고의 말씀을 먹을 것을 준비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망으로 받아들이고 바리사이파 사람들이나 사두가이파 사람들한테 가서 빵을 구걸하지 말라는 명령으로 알아들었다.
빵 다섯 개를 가지고 5천명을 먹였고 빵 7개를 가지고 4천명을 먹이고도 12광주리의 빵과 7바구니의 빵을 제자들 자신이 모은 일 엊그제였는데 이들은 빵이 없다고 걱정을 하다니 아직도 알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는가. 눈이 있으면서 알아보지 못하고 귀가 있으면서도 알아듣지 못하는 저 예레미야 예언서와(5장21) 에제키엘예언서(12장2)의 미련하고 속절없는 백성, 아니면 반역하는 일밖에 모르는 불신의 족속이란 말인가.
일상생활에서 먹고 사는데 익숙해 있던 제자들은 아직 하느님나라에 대한 신앙에 익어 있지 못하였다.
그러나 그들의 스승님께 대한 우직한 충성심은 나날이 깊어만 가고 있었고 이 충성심을 그들의 신앙심을 굳건히 해주었다.
이 말씀을 듣고 그들은 예수께서 조심하라고 하신 누룩이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사두가이파 사람들의 못된 가르침이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고 잇따라 베드로의 열렬한 신앙고백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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