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정자(엘리사벳·48세)씨 눈에는 유난히 불우한 이웃이 자주 띈다. 마음이 있는 곳에 행동이 뒤따를 수 있고, 그러한 행동으로 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녀는 분명 뛰어난 실천가라고 할 수 있겠다.
복음적 생활이라는 것이, 그리스도를 따른다는 것이 성당에 열심히 다니고, 성당의 단체에 가입해서 열심히 활동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만약 그렇게 규정지어 진다면 차정자씨는 제로신자인지도 모르겠다.
지난해 개업한 식당의 일 때문에 차씨는 그렇게 열심히 활동했던 레지오 자리에도 잠시 쉬고 있으며 시간을 맞추어야 하는 여타 다른 회합에도 나갈 수 없이 안타깝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불우이웃 돕기까지 쉬고 있는 것은 아니다. 본당활동을 할 수 없는 안타까움으로 인해 그녀는 더욱 열심히 자신의 활동 몫을 챙긴다. “마음이 당겨지고 마음을 써야 한곳에 정성을 다하는 것이 봉사가 아닐까? 식당의 일이 워낙 바빠서 많은 활동은 못하지만 내 이웃의 아픔은 지나치기 어려워요. 항상 딱한 사람을 생각하고 그러한 이들을 만나면 능력이 닿는 한 도와 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입을 연, 한사코 취재를 거절하다가 말문을 터트린 차씨는 조심스럽게 이웃의 이야기들을 한다.
급하게 병원을 가야하는 응급환자의 수송은 차씨의 몫이다. 어느 중학생이 등록금을 못내어 애태우고 있다는 소식에 아무도 모르게 도와준다거나 월동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웃들의 김장 등을 해준다거나 하는 것은 그녀에게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피곤과 피곤의 연속이고, 몸이 부숴질듯이 아파도 나를 필요로 하는 이웃을 찾아 활동을 나서는 것은 자기희생이 분명할 것이다.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자신의 고통을 줄일 줄 아는 차정자씨. 장남의 대학 입시실패로 엄청난 좌절을 고통을 맛본 차씨가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또 다짐했던 많은 “나의 이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다. 나를 우해 나의 가정을 위해 레지오 단원들이 얼마나 많은 기도와 미사참례를 해 주었던가? 이제 나의 고통을 이웃과 나누자”였다.
그래서 차정자씨는 사순절 희생과 극기의 몫을 단단히 챙기고 있다. 자신이 영세 입교시킨 신자 중 한명이 안구종양으로 인한 안면 변형이라는 희귀한 병에 걸려 입원 중일 때 그 집 아이들을 돌보아 왔으며 이일을 계속할 계획. 차씨는 이 사순시간동안 특별히 돌보아야 할 가정은 또 있다. 그녀는 이렇게 2~3개 가정의 어려움을 항상 도와주고 있다.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이는 항상 나의 이웃에 있습니다. 작은 정성으로 큰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사랑의 나눔 아닙니까? 시간적 물질적 여유가 있다면 더 많은 이들을 도울 수 있을 텐데요…”
차정자씨의 나눔은 여러 사람에게 전달돼 그들도 자신들의 자리에서 가끔씩 나눔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차씨는 식당 주방장은 지난 5월부터 주방장들의 모임에서 회비를 거두어 지속적으로 시설을 돕고 있다. 그들은 ‘길잡이’라는 팀을 만들어 정신지체 장애 여성들의 공동체인 맑음터를 후원하는 등 사회의 작은 길잡이가 되고자 한다. 차씨는 비신자 공동체인 길잡이 팀들이 나눔이 고맙기만 하다. 또 그녀는 이들이 하루 빨리 영세하기를 소망해 본다.
생활의 바쁜 와중에서도 틈틈이 배운 서예와 사군자 솜씨는 상당하다고 식당의 종업원들이 귀띔해 준다. 지금도 식당에서 열심히 일하는 준이 엄마는 자신이 처음 이곳으로 일나왔을 때를 생각하며 고마워한다. 파출부로 2일간 일한 후 준이 엄마는 돈이 없이 등록금을 내지 못하는 아들과 입원을 해야 하지만 역시 돈 때문에 입원도 못하는 딱한 사정을 얘기했을 때 당장 30만원을 빌려 주던 일, 그래서 준이 엄마의 가슴을 짓눌러 왔던 무거운 짐을 벗을 수 있었던 얘기한다.
작은 나눔으로 큰 기쁨을 얻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체험을 통해 깨닫고 그것을 또 이웃에게 전하는 차정자씨는 요즈음 보기 드문 사람들 중의 하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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