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의 척박한 문화풍토를 가장 뚜렷하게 대변해주고 있는 하나가 교회미술이다.
즉 한국교회 미술의 현 수준은 복음화 3세기를 눈앞에 둔 한국교회의 역사와 엄청난 성장세에 걸맞지 않게 아직까지 미숙(未熟)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견해는 현재 한국교회 미술을 주도해 갈만한 이렇다 할 곳이 가톨릭미술가협회를 제외하면 거의 없다는 사실하나만 보더라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더구나 가톨릭미술가협회의 경우도 국내 화단에서 익히 알려진 유명 원로작가는 물론이고 판화·한국화·공예·디자인 등 다양하고 폭넓은 분야의 1백여 신자 미술인들이 모여 있지만, 실제 회원들의 활동은 한국 교회 미술의 전체흐름을 끌어간다기보다 작가 개인의 자기표현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한국 교회 미술이 교회역사를 앞서 걸어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제대로 뒤따르지도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교회미술의 개념이 신자들 사이에 올바로 인식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교회미술 개념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신자들은 십자고상·성모상·십자가의 길 등 성탄 안에 걸려있는 것만을 교회미술로 생각하고 있는데 반해 교회 내 미술인들은 성화, 성물뿐만 아니라 인간의 깊은 심성 속에 있는 영혼성을 비추고 신성을 일깨워 주는 것을 모두 교회미술로 간주하고 있다.
결국 교회미술에 대한 이 같은 시각의 차이는 성숙치 못한 단계로 대변되는 한국교회 미술의 현주소를 결정짓는데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즉 자신들에게 보이지 않는 영적인 힘을 부여하는 교회미술이 창조성. 예술성 보다는 신앙생활을 위한 일차적인 교육적 효과와 전달에 지나치게 치중돼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실을 낳은 또 하나의 배경은 성직자, 평신도 등 대다수 신자들의 교회미술에 대한 무관심과 부족한 안목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느 본당에서 벽화를 제작할 경우 준비과정에서부터 완성될 때까지 거의 전 과정이 주임사제의 결정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에 본당의 미술에 대한 안목은 본당 변화의 예술성과 창조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물론 엄청난 가격의 차이로 쉽사리 귀한 미술작품을 대할 수 없다는 현실적 여건도 배제할 수 없겠지만 이 같은 현실은 결과적으로 신자 미술인으로 하여금 신앙전달이 강조되는 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주요원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이 같은 미술풍토는 ‘조악한 모방’ ‘오히려 만들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이라는 평가와 함께 성당과 성지 곳곳에서 쉽사리 발견되고 있다.
한국교회 미술이 미숙단계에 머물 수밖에 없는 이러한 몇 가지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교회미술 전문가들은 먼저 한국교회 문화 전반에 걸친 심화작업을 바탕으로 △교회미술에 대한 안목을 넓혀가는 신자들의 노력 △신자미술인들에 대한 교회의 폭넓은 수용자세, 그리고 △교회미술에 대한 최소한의 객관성 유지 △작가 자신의 치열한 종교적 체험 등을 강조한다.
보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첫째, 신자들에게 자주 교회미술을 접하게 하자는 것이다.
문화공간 혹은 본당 내 일정한 공간을 활용, 자주 미술 전시회를 개최해 미술에 대한 시각을 키워가는 소중한 기회를 끊임없이 제공하는 방법으로서 현실적으로 가장 시급히 요청되는 부분이다.
둘째로는 가톨릭미술가협회와 최근 문을 연 성문도교회미술연구소 등 기존의 교회미술관련단체·기관을 중심으로 교회미술의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같은 작업은 한국이라는 문화적 배경 속에서 한국인의 심성에 가장 충실한 단계에서부터 확산돼 나가야 한다는 것이 미술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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