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났고 가난한 이들의 곁에서 함께 하도록 부르심을 받아 존재합니다. 가난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요. 모든 가난한 이들에게 함께 관심을 갖고 사랑을 나눠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이하 중아공) 방기대교구 디우도네 (은)자빨라인가(Dieudonné Nzapalainga) 추기경이 형제 교회인 한국교회 신자들에게 전한 메시지 중 일부다.
디우도네 추기경은 1월 15일 대구 주교좌범어대성당에서 사제품을 받은 폴로마요 잘루아 에리찌에 르두트와 앙바가 응두구아 크리스티앙 엑수페리 신부의 첫 미사에 참례하고 대구대교구 사회복지시설과 대리구 등의 사목현장 방문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특히 디우도네 추기경은 이번 방한 일정 중 방기대교구 성당 건립을 후원한 한경하(가밀로)씨의 자택을 방문, “가난한 이가 가난한 이들을 도왔다”면서 “한씨의 도움으로 현재 새 성당 건축을 준비 중인 보얄리본당 람비 공소 신자들에게도 이 따뜻한 마음을 꼭 전하겠다”고 인사했다. 시각장애인인 한씨는 한평생 안마사로 일하며 모은 1억여 원의 기금을 중아공 방기대교구 내 새 성당과 공소를 짓는 기금으로 봉헌했다.
방기대교구는 경제적인 어려움뿐 아니라 내전 등으로 인해 사제 양성에도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자 수는 39만여 명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현재 57명 사제들이 27개 본당을 운영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에리찌에와 크리스티앙 신부는 대구대교구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신학생 시절 한국으로 유학, 부제·사제품도 한국에서 받았다. 앞으로는 피데이 도눔으로 대구대교구 본당사목과 사회복지 활동 등을 체험한 후 고국으로 돌아가 사목할 계획이다.
디우도네 추기경은 “대구대교구가 사제와 신학생, 일반 유학생 양성은 물론 특별히 사회복지법인 들꽃마을이 중아공에 진출해 가난한 이들을 도울 수 있도록 지원해주신 데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인사를 전했다. 또한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루카 10,2)는 성경 말씀을 인용, “대구대교구와의 연대는 방기대교구에 큰 희망이 되며, 이 모든 것은 선교사들이 서로 오가고 교류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디우도네 추기경은 중아공에서는 해결해야할 시급한 과제들이 많지만, 특별히 젊은이들의 교육은 매우 절실한 과제라고 토로했다. 자체적으론 교육 기반을 갖출 역량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복음화율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습니다. 테러리스트들이 성당을 파괴하고 신자들을 협박해도 신자들이 도망가기는커녕 세례자들이 더욱 늘고 있답니다.”
특히 디우도네 추기경은 “아프리카 사람들은 영적 감수성이 매우 높다”면서 “앞으로는 아프리카 내 각국 교회들이 먼저 연대해 이 대륙의 복음화를 이끌고, 나아가 전 세계 형제자매들의 영적 성장을 위해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우도네 추기경은 2012년 7월 방기대교구 교구장좌에 착좌했으며, 2016년 11월 당시 세계 최연소 추기경으로 서임됐다.
한편 디우도네 추기경은 방한 중 가톨릭신문사 대구본사와 역사전시관을 비롯해 매일신문, 대구가톨릭평화방송, 주교좌범어대성당 등도 방문한 후 23일 출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