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새남터 순교성지에 마련된 국내 최대 규모의 야외 아트글라스 유리화 ‘김대건 신부의 축복’.
1월 14일 서울 새남터성당 마당. 가로 10m, 높이 5m에 달하는 거대한 유리화가 온전한 모습을 드러냈다.
드넓게 펼쳐진 한강을 배경으로 서있는 12명의 순교자의 모습에 조명이 들어오자 열차 방음벽으로 삭막했던 공간이 순례자들이 기도할 수 있는 밝은 공간으로 변모했다. 바로 새남터 순교성지가 교황청 승인 국제 순례지인 ‘천주교 서울 순례길’(이하 서울 순례길)로 선포됨에 따라 새남터본당(주임 김성 신부)이 마련한 국내 최대 규모의 야외 아트글라스 유리화 ‘김대건 신부의 축복’이다.
서울 순례길은 서울대교구 내 성지와 교회 사적지를 잇는 순례길이다. 지난해 9월 교황청 승인 국제 순례지로 선포돼 국내외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새남터 순교성지는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순교자인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가 순교한 곳으로 서울 순례길의 순례지 중에서도 의미가 깊은 장소다.
유리화는 ‘김대건 신부의 축복’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작품 중앙에 자리한 김대건 신부가 인자한 표정으로 순례자와 눈을 마주치며 강복을 하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마치 순교자들의 역사 한복판에 서있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작품을 만든 조광호 신부(가톨릭조형예술연구소 소장)는 순교자들의 모습을 표준영정을 기초로 재구성했다.
유리화는 순교와 구원에 관한 묵상을 현대적인 예술 감성으로 승화시킨 점도 특징이다. 작품의 배경을 이루는 한강은 순교자들의 시대인 과거와 오늘날이 연속선상에 있음을 보여준다. 또 작품 전체를 감싸고 있는 아치형태의 구조물 형상과 쌍무지개는 천상영광과 하느님이 약속하신 인류 구원을 상징한다. 또 부러진 나무는 순교를, 십자가까지 이어진 2개의 천상계단은 과거와 현재에 공존하는 순교의 묵시적 환희를 나타낸다.
독일의 최신 미술기법과 재료를 활용해 제작된 이 유리화는 성지의 의미와 공간활용을 살린 환경미술적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아트글라스는 납땜으로 유리조각을 접합하지 않고 유리에 유약을 입혀 굽는 방식으로 만드는 유리화기술이다. 작품은 아트글라스 중에서도 최신 소재인 무반사 유약이 이용됐다. 반사광이 없는 유리화는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룰 뿐 아니라 순례자들의 기념사진 촬영에도 좋다. 조명을 설치해 야간에는 야외 조명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조광호 신부는 작품을 통해 “‘지금 여기’에서 삶으로 신앙을 증거하는 순교는 현대 신앙인에게도 요청된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면서 “(작품이) 서울 순례길을 빛내고 현대교회에 순교의 의미를 뿌리내리는데 작은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