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사순절 동안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해리할 가장 중요한 체험중의 하나는 마태오복음에 언급돼있는 것처럼 자선과 기도, 재개이다.
자선·기도·재개는 곧 우리의 이웃과 연결된 가치관에서 이해될 수 있다.
즉 자선이 이웃을 향한 이웃을 위한 자선일 때라야만 자선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며 또 기도는 이웃과 공존하고 화해하고 이웃과 평화를 얻기 위한 기도가 될 때 진정한 기도라 할 수 있다. 이웃과 나누는 일은 절제와 자제ㆍ희생에서 가능하며 재개 역시 이웃과 연결될 때 그 참된 의미가 나타난다.
이웃과 연결되지 않거나 또는 연대성이 없는 그리고 민족을 향하지 않는 신앙이라면 그것은 사도 야고보가 말씀한 바와 같이 바로 죽은 믿음, 죽은 신앙에 불과하다.
따라서 우리의 믿음과 우리의 자선·기도·재개가 진정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이웃과의 연대성위에서 이해되고 실천돼야 할 것이다.
우리는 교회를 공동체라 부른다. 공동체는 ‘함께 하나가 된다’는 의미에서 다양성과 일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연대성과 이웃을 위한 개방성 그리고 민족을 향한 역사성 안에서만이 참된 공동체의 의미, 교회의 의미가 나타난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과거 우리의 신앙과, 우리의 현실적인 진실은 이러한 연대성을 지니지 못하고 민족을 외면한 사적이고 이기적인 차원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매년 3·1절이 되면 그리고 3월 26일 안중근 의사가 서거한 이맘때가 되면 우리에게는 늘 안타까워하고 가슴 아프게 생자되는 일이 있다. 일제치하에서 교회는 민족과 함께 하지 못했던 과거를 가지고 있다는 기억이다. 더구나 안중근의사의 의거를 반교회적인 것으로 매도하면서 그를 교회 밖으로 내쫓았던 부끄러운 과거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70~80년이 지난 오늘 이런 의미가 교회사가들에 의해 새롭게 밝혀지고 있지만 바로 70~80년 전에 우리교회가 민족과 함께 하지 못했던 반민족사적인 평가를 받고 있었음을 우리는 이 시기에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1940년 이른바 태평양전쟁 당시 이곳 명동성당에서는 일황을 위한 기도와 학병의 참가를 권하는 미사와 강론이 있었음을 함께 기억해야한다. 또 많은 사제들이 교우들을 데리고 신사참배에 앞장섰던 점도 오늘 우리가 안고 있는 민족의 문제로 받아들여 깊이 성찰해야 한다.
민족을 도외시한 교회는 부끄러운 교회이다. 권력지향적 교회, 진신을 외면한 교회, 황금과 물질을 지향하는 교회는 이런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는 교회이다.
사순절동안 우리는 철저하게 회개하고, 하느님께로 민족에로 환원하는 교회가 되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제2차 바티깐공의회 문헌에는 교회를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교회로 강조하고 있다. 아담과 하와 이후의 모든 백성으로서, 하느님 백성에서 그 누구도 제외될 수 없다는 넓은 의미의 교회관을 펼쳐보이고 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교회란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그것은 바로 민족을 뜻한다.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교회, 보편교회는 곧 지역공동체, 한 민족공동체를 통해서 완전히 실현될 수 있다.
따라서 민족이라는 개념은 곧 지역교회이고 한국교회는 곧 한국민족이라는 등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민족의 삶의 자리가 바로 교회의 자리인 것이다.
▨복음화
복음화란 그 민족, 그 현실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의 일치, 그들과 함께하는 삶의 양식을 뜻한다.
복음화는 좁은 의미의 선교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작업, 즉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으며 인간이 서로 존중해 줄 수 있는 작업을 뜻한다. 70ㆍ80년대 또 오늘에 이르기까지 교회가 인권에 관심을 가지고 강조해 온 것도 여기에 기인한다.
이제 복음화의 의미는 우리에게 본당위주의 단체 중심에서 벗어나 이웃과 세상 그리고 민족을 향한 개방성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연대성의 확인, 작은 것에 대한 존중 그리고 이웃이 나와 똑같을 형세이고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아들, 딸이라는 진정한 고백과 실천이라는 참된 의미 안에서 복음화를 이뤄가야 할 것이다.
민족의 복음화는 우리의 삶, 현재 삶의 자리를 함께 확인하고 특히 민족분단에서 오는 고통·아픔을 뼈에 사무치도록 느끼고 이것을 나누는 것에서 부터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민족통일
따라서 신앙인으로서의 우리는 우리 안에, 우리 민족 안에 있는 분열의 요소를 먼저 반성하지 않고서는 민족통일의 문제를 다를 수 없다.
연대성의 의미, 공동체성의 확인과 함께 북한동포와의 동족성의 확인, 형제성의 확인, 일치성의 확인이 북한에 대한 비판보다 앞설 때 통일의 길은 더 가까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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