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건청소년회가 1월 26일 개최한 청소년 자원봉사단 지도자 아카데미에서 참가자들이 그룹별 나눔을 하고 있다.
“많은 분들이 아이들이 말하지 않는 것이 고민이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아이들은 자리를 만들어주면 자기 얘기를 해요. 사실 어른들이 들을 준비가 안 돼 있는 거죠. 아이들에게 말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내어주세요.”
앳된 청년이 청소년들의 마음을 이야기하면, 다양한 연령대의 선생님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메모하며 미처 헤아리지 못한 아이들의 마음을 되짚는다.
1월 26일 대건청소년회(법인국장 남승용 신부)가 제2대리구 안산문화원에서 청소년 자원봉사단 지도자로 활동하는 봉사자들을 위해 마련한 지도자 아카데미 현장이다.
이번 지도자 아카데미에서는 봉사활동 현장에서 청소년들과 함께 호흡하고 봉사하는 지도자들이 자신의 신앙과 나눔을 돌아보고 아이들이 보다 자기 주도적인 봉사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방안을 알아봤다.
청소년 자원봉사단 지도자 아카데미에서 한 참가자가 동료들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후 시간 강사로 에듀테인먼트 사회적 기업 TOPENT 대표 이정상씨가 나섰다. 이씨는 청소년들을 위한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시에 청소년들이 직접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매체와 공간을 마련해주는 청소년활동지도자다. 젊은 청년 대표인 이씨는 여러 청소년 활동 기관에서 성장한 청소년활동가 출신이다.
“아이들은 왜 주도적으로 활동하지 못할까요?”, “아이들이 왜 봉사활동 현장에 나오지 않고, 봉사활동에 소극적일까요?” 이씨의 질문에 어떤 지도자도 선뜻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러나 그가 제시하는 답은 명료했다. “아이들에게 주도권을 준 적이 없기 때문이에요.” 이어 그는 아이들이 직접 기획해 운영하는 라디오 방송, 유튜브 채널, 직접 제작한 영화들을 보여줬다.
“아이들이 목소리를 내는 방식은 분명히 바뀌었어요.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아이들에게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매체와 자신의 이야기를 집중해 들어줄 어른이 필요해요.”
오전에는 하자센터 손민정 강사와 함께 ‘청소년을 만나는 마음의 힘’을 주제로 청소년 자원봉사단을 지도하는 지도자들 스스로의 마음을 돌아보고 돌보는 시간도 가졌다. “아이들이 봉사 활동하러 나오지 않을 때 가장 속상해요. 하지만 봉사를 시작할 때 가졌던 아이들과 함께 사랑을 나누겠다는 마음은 그대로예요.” “제가 생각하는 청소년 자원봉사란 ‘사랑 나눔’입니다. 지금도 아이들과 하느님 사랑 아래 나눔을 실천하고자 즐겁게 봉사하고 있습니다.”
각자 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기뻤던 순간과 힘들었던 순간, 스스로가 느끼는 청소년 자원봉사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 끝나자, 지도자들은 손민정 강사가 준비해 온 시를 나눠 읽었다.
특히 장 루슬로의 ‘세월의 강물’은 많은 참가자들이 깊이 공감한 시다.
“다친 달팽이를 보거든 도우려 들지 말아라. 그 스스로 궁지에서 벗어날 것이다. 당신의 도움은 그를 화나게 하거나 상심하게 만들 것이다. 하늘의 여러 시렁 가운데서 제자리를 떠난 별을 보게 되거든 별에게 충고하고 싶더라도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라. 더 빨리 흐르라고 강물의 등을 떠밀지 말아라. 강물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한 참가자의 낭독이 끝나자 참가자들은 저마다 공감을 표현한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라’는 부분 그리고 ‘강물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이 정말 와 닿았어요. 아이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고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보다 공감하고 이해해주는 것이 먼저였다는 것을 미처 몰랐던 것 같아요.”
이번 아카데미를 준비한 대건청소년회 박정선(베로니카) 청소년활동팀장은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며 청소년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는 봉사단 지도자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더 깊이 이해하는 동시에 스스로의 마음을 돌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이번 프로그램을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더불어 “청소년들이 주인이 되는 봉사활동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대건청소년회도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덧붙였다.
청소년 자원봉사단 지도자 아카데미에서 참가자들이 자신의 얼굴과 이야기를 담아 작성한 종이.
정다빈 기자 melani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