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 경신례라고 하는 것은 일반적이고 보편적 전례 행위나 기도 예배가 아니고 특별한 장소나 시기나 방법으로 하느님께 예배드리는 것을 종합해서 가리키기 위해 사용하였다.

허원(許願·誓願)

신앙인은 가능한 보다 좋은 선행을 자유로이 약속하는 경우가 있다(교회법 1191~1198 참조) 하느님께 대한 보다 큰 사랑이나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나기 위하여 의무가 아닌 선행을 자유로이 봉헌함으로써 자기와 이웃의 구원에도 유익하게 하려는 것이다. 교회공동체는 그리스도인의 이와 같은 자발적 선행을 인정할 뿐만 아니라 장려하고 있다. 허원이 바르게 이루어지기 위하여는 경신례다운 필요한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1, 누가 서원을 한다면 스스로 자유로이 하는 약속이어야 한다. 어떤 강박감이나 기타 외부로부터의 강압이나 강요가 있어서는 안 된다.

2, 서원의 내용은 일상적인 것이 아니고 ‘보다 나은 선’을 선택하여 봉헌하는 것이어야 한다.

3, 아무리 좋은 내용의 것을 허원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자기가 지킬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남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든지 자기 능력으로 할수 없는 것일 때에는 지혜롭지 못하거나 어리석은 일이 되고 만다. 따라서 하느님께 영광보다는 불경이 된다.

4, 허원하는 대상은 다양하다. 수도 서원같이 한 인간이 자신을 온전히 봉헌하는 것일 수도 있고 성전 건립이나 순례같은 일정한 자선이나 선행 등 시한적 어떤 것이 될 수도 있다. 모든 서원은 그것이 바른 지향과 성실하고 순수한 방법으로 이행될 때 훌륭한 경신례가 된다. 이는 종교심의 발로로서 세계의 어느 종교나 문화에서도 볼수 있는 현상들이다. 여기에는 대속(代贖)사상도 겸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만일 이것이 인간의 욕망이나 공명심에서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 기복 신앙과 연관될 수 있고 하느님께 대하여 무엇을 요구하는 속화의 형태나 불경이 될 수 있다.

맹세(盟誓)와 서약(誓約)

인간의 부족과 불성실을 넘어서 참되시고 충실하신 하느님께만 모든 것을 의탁하려는 마음에서 어떤 사실이나 진실에 대하여 하느님이 그 증인이심을 고백하고 요청하는 행위가 곧 맹세나 서약이다(교회법1199조 참조).

맹세는 그 내용으로 보아 어떤 사실의 진실성을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어떤 사건의 진실 여부나 내용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경우가 있고 미래의 일에 대한 진실성의 약속일 수 있다. 어떤 경우를 보아도 맹세나 서약하는 사람자신의 진실성에 대한 고백이 전제되고 외적 행동이나 말은 그 사실을 타인에게 확인시켜주는 목적이 들어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행하는 것은 사회법정에서 진실여부에 대한 증언 경우와 국가 공무원이 되거나 중책을 맡게 될 때 충성이나 충실을 서약하는 경우이다. 교회도 이와 비슷하다(교회법 833조).

신앙인에게 있어서는 세례를 받기 전에 마귀와 죄악과 그 모든 허례허식을 끊어버리기로 서약하고 맹세하는 것이다. 이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맹세이고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조건이다. 마치 이스라엘이 시나이산과 시켐에서 야훼 하느님만을 섬기고 어떤 신들이나 신상들도 모시지 않을 것을 맹세하고 다짐한 것과 같은 것이다.

사회는 맹세나 서약의 정당성이나 합리성 못지않게 인간에게 진실성이 결여되어 있고 인간 사회가 위증으로 얼룩져 있음도 안다. 구약성서에서도 맹세가 통용되고 정당성이 인정되었다고 하나(레위 19,12:신명 6,13) 인간들의 위선과 위증에 대하여 신랄한 비판을 하고 있고 진실성이 없음을 고발한다.

예수님께서는 맹세에 대하여 단호한 입장을 취하였다. “나는 이렇게 말한다. 아예 맹세를 하지 말라.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오’ 할 것은 ‘아니오’라고만 하여라. 그 이상의 말은 악에서 나오는 것이다”(마태 5,34-37).

야고보서에서도 이 가르침을 재확인하고 있다(야고 5,12). 그러나 구약의 풍습대로 하느님을 진실의 증인으로 부르고 자기의 진실을 고백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로마 1,9:2 코린 1,23: 필립 1,8: 1테살 2,5).

위의 내용은 예수님이 당시의 맹세에 대한 풍습이나 사람들의 폐습과 남용을 엄히 질책하시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의 이 경고는 유효하며 그리스도인들은 맹세나 서약을 하기 전에 이 말씀을 되새겨야 한다. 구원과 연관되는 중대한 이유가 아니면 맹세로 다짐할 필요도 없다. 사안이 중요치 않은 것을 두고 맹세나 서약을 한다면 불경이 될 수 있고 그리스도인의 품위를 손상시킬 수 있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맹세에 대한 예수님의 가르치심과 경고를 성실히 따른 것을 볼 수 있고 우리도 이를 새롭게 반성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재(齋)를 지킴

인간은 하느님께 정성을 바치고 보다 완전한 예배를 하기 위하여 자신을 절제하는 여러 가지 고행을 한다. 여기에는 단식, 금육, 철야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이와 같은 고행은 어디까지나 바르고 훌륭한 예배를 위한 방법이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와 같은 고행들은 경우에 따라서는 자기 자신의 성취감에 빠지게 하여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선교지의 민족과 문화에 따라 그 의미가 잘 전달되는 단식이나 금육, 철야 같은 재를 지키며 하느님께 예배드렸다. 예수님도 재를 지키셨으며(마태 4,1) 재를 지키는데 대한 견해를 피력하셨다(마르 2,18-22). 이와 같은 교회의 전통은 새 교회법에서도 받아들여 그 기본정신을 따르도록 권고한다(1249-1253조 참조). 그 구체적 방법과 시기 등은 지방 주교회의에서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 교회 주교단은 교회 공법에 있는 대로 1990년 재의 수요일부터 모든 신자들이 단식과 금육 그리고 주일의 파공을 지킬 것을 확정하였다.